일상/끄적이는 낙서

아주 오래된 해열제..

파도의 뜨락 2013. 2. 14. 07:58

 

몇 년 째 냉동고 한켠에

조금 큰 병의 액상으로 된 해열제가 있다.

올케네 친정쪽에 제약회사에 다니는 분이 있었는데

그분이 그만 둘 때까지

종종 영양제라든가 가정상비약은 선물 받아서 쓴 적이 있었다.

그 중 500ml 의 큰 통으로 된 이 해열제를 선물 받아서

아이들이나 내가 열이 날 때 사용하곤 했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해열제 사용할 일이 적어서

혹시나 하고 버리지는 못하고 냉동고에 넣어두었었다.

그리곤

한두 번쯤 열이 나서 상비약으로 먹었던 기억이 난다.

세어보지는 않았으나 십여 년은 그렇게 냉동고에 있었던것같다.

어느날 냉동고 정리하다가 발견하곤 버릴까 고민을 한참을 하였었다.

 

몇 주 전 일요일

친구에게서 긴급하게 전화가 왔다.

아들아이가 고열이 나고 아프다며

동네 병원은 문을 닫고 응급실에 갈 정도는 아니고 그런다며

혹 해열제가 있나고 물어왔다.

냉동고 정리 하다가 본 해열제 생각이 나서

오래된 것이 있으나 누구 줄 수는 없다 했더니

쫓아와서 보더니 괜찮은것이었는지 아니면 급하였는지

작은 병에 조금 덜어 가고 타이레놀까지 얻어갔다.

하루가 지나고 난 뒤

다행히 그 해열제를 먹고 나았다고 고맙다고 전화가 왔다.

약이 유통기간이 지났고 오래 되었서

건네주고도 찜찜했었는데

다행히 나았다니 안심이 되었다.

냉동고에 넣어 두어서 약효가 듣나보다 생각하며 지났었다.

 

 

그리고 며칠 후

설 명절 전날 저녁이였다.

명절을 보내러 기숙사에서 온 아들아이가

편도선이 부어서 고열에 시달리게 되었다.

명절 전날 늦은 시간이라서 동네 병원은 갈 수가 없었다.

급하면 응급실이 있는 병원을 가자고했더니

괜찮다고 견딜 만 하다고 하였다.

문득 그때 친구 아들이 먹고 열이 내렸다는 오랜 해열제가 생각나서

냉동고를 뒤져서 즉시로 꺼내어 녹여서 아들에게도 먹였다.

저녁과 명절 아침에 두 번의 해열제를 먹고 난 뒤..

열은 조금 내린 듯 하였으나

그런데 ..왠일..

아들 녀석의 온 몸에 알레르기가 솟아났다.

결국 ..

명절날 낮에 응급실에 다녀오고야 말았다.

병원에 다녀온 아들아이는

홍역과 비슷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다고 병원에서 말했지만

알레르기의 원인이 해열제 탓이라며 즉시 버리라고 한다.

나는 해열제 탓이 아니라고 열꽃이라고 우겼으나

왠지 찜찜한 기분은 숨길 수가 없었다.

그렇게 아들아이는 감기보다

알레르기로 며칠을 더 고생을 하고 말았다.

 

 

며칠 후

 

약국에 가서 다른 해열제를 구입하며

오래된 해열제를 먹어도 되냐고 문의를 해 봤다.

약사님이 화들짝 놀라시더니

약이 오래되면 독약이 되는 거라며 큰일날 뻔했다하신다.

 

기본 상비약도 냉동고에 넣어두는 것도 아니고 상온에 놓는 거라며

약 관리 상식을 알려주신다.

 

어쨌든

냉동실 한켠을 차지했던 오래된 해열제는 버렸다.

남의 아들은 살리고

우리아들은 고생하게 했던 오래된 해열제를..

 

 

 

- 약은 약사에게 라는 말을 실감했던 파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