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이는 낙서

촌년(?) 서울 방문기..

파도의 뜨락 2005. 4. 5. 11:07


촌년(?)  서울 방문기..


제게
올 해 5월로 국가가 인정한 성인이 될
새내기 대학생 딸이 있습니다...
ㅎㅎ
객관적인 제 기준으로 볼 때는
빼어난 미모에
마음씨  착하고
그 흔한 반항도 없이
속 섞이지 않고 곱게 자라 주었고
탁월히 잘한 공부는 아니었어도
무사히(?)우리지역 국립대학까지 들어가 주었고..
지금껏 특별히 모난 데 없이
꿋꿋이 자라 준 무지 이쁜 딸입니다...

이렇게
순전히 '마마 걸'로 자란 제 딸아이가
대학에 입학하여  정신없이
한달여를 학교생활에 열중이더니
3월 말쯤  어느날 ..
4월 첫 주말에
'성필립스합창단' 공연을 보러
서울 이화여대에 친구하고 둘이서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대학생이 되었으니
서울쯤이야 문제 없이 갈 수 있겠지만
순전히 엄마인 제 기준으로 볼 때에
우물안 개구리인 우리 딸이
이 흉흉한 세상
특히나 코도 베어간다는 '서울'을 간다는데..ㅎㅎ
암튼 저의 첫 마디는 '안 돼~!' 였습니다..
딸아이가
지금껏 자라면서 서울이야 몇  번을 다녀왔지만
그 때에는
가족이나.. 학교나.. 소수단체로 다녀왔었기에
아무 걱정도 없이 보냈었지만
달랑 '촌년' 둘이서
서울 지식 하나도 없이 '서울'을 상경한다고 합니다.....
저의 스토리는
방학때  서울에 사는 고모집에 며칠 보내서
서서히 서울 방문이 익숙해 지게 해 주고 싶었는데
미쳐 방학이 되기도 전에
대학입학 한 달만에 서울을 간다고 하니
걱정이 앞선 마음에 무조건 반대를 하였습니다..

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열심히 서울 상경 준비를 합니다..
저도 제가 과잉보호 하나 하여
친구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한번쯤 혼자서 모험정신의 경험을 쌓아보라도
하는 마음도 생겨서 보내 볼까 말까 갈등속에서
딸아이의 행동에
특별한 제동도 가하지 않고 몇 일 을 보냈습니다..

주말 삼일전이 되었습니다..
무관심을 보였지만
너무 열심히 서울상경을 준비하는 딸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가 없어
딸아이 데리고 애기를 하였습니다..
저희 둘이 짠 계획을 들어보니
오후 1시에 전주 고속버스로 출발을 하여
강남터미널에서 지하철을 타고
공연장 이화여대에 도착하여 7시 공연을 보고
9시에 끝나면
용산역에 도착하여
10시 50분 기차를 타고
전주로 온다고 합니다..

깜짝놀랐습니다..
낮공연도 아니고 밤공연을 본다는 사실도 놀라웠고
용산역에서 기차도 마지막 기차여서
그 차를 놓치면 아침까지 기차가 없고..
서울 지리도 모르는 애들이
몇시간이 걸릴지도 모르는 이동시간도 불안하고.. 등
나름대로 열심히 계획 준비 해 온  애들의 계획을 무시했습니다..
암튼
그런 일정은 불안해서
서울은 절얼대로 못보낸다고 반대를 했습니다..
애들이 전주도 아니고 서울에서 밤길을 다닌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된다고 남편도 반대를 합니다..

딸아이가 울고 불고 사정을 합니다..
반대도 처음부터 하지
이제와서 이렇게 반대를 하냐고 합니다..
꼭 보고싶은 공연이어서
이미 인터넷에서 공연표 예매를 다 했고
딸아이 친구집에서도
반대가 심했고 꾸중도 하고 했다가
혼자가 아니고 둘이 같이 간다고 하니
결국 그친구 집도 간신히 허락을 받고
아빠가 고속버스표를 사다가 주었다고 합니다..

혼자가아니고 둘이서 가니 걱정을 마시라고..
저가 아니가면 친구는 어찌하냐고..
아무 곳 처다보지 않고..
오로지 공연장만 갔다가 바로 오겠다고..등등..
제발 보내달라고 두어시간을 실랑이하다가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을 실감하면서
다녀와서 백 배 더 열심히 공부 하겠다는 약속과함께
허락을 해 주었습니다..

나머지 이틀동안 우리 딸아이
열심히 준비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용산에서 전주로 내려오는 기차표 예매도 하고
지하철도 강남터미널에서 -을지로-까지 몇분이 걸리고
2호선인지 3호선인지 이대 방향으로 갈아 타고 것까지 알아놓고
또 전주로 올 때 시청에서 용산으로 갈아타고등등

저도 서울 고모집에 연락해서
혹시 밤에 차를 놓치면 그곳에 방문할 거라는 연막성 전화를 해 놓고
만약 차를 놓치면 고모집에 연락하던지
호남선 김제방향의 차를 차던지 하라고 ..
그리고 한 시간에 한 번씩 전화를 하라고 했습니다..
유치원생보다도 더 철저한 준비작업을 하면서
실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하지만
걱정이 되는 것을 어쩌란 말입니까??

그리하여
딸을 터미널에 데려다 주고 서울로 떠나는 것을 보았고..
강남터미널에 도착하고
지하철을 타서 을지로2가에서 갈아탔다는 전화..
이화여대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았고..
공연을 본다는 전화..
공연끝나고 용산에 간다는 전화...
용산역에 아홉시 반에 도착해서.. 열차표를 받고
한시간도 넘게 시간이 남아서
옆 스넥코너에서 저녁을 먹는 다는 전화를 받고..
열차를 탓다는 전화를 받고서야
마음이 차분해 졌습니다...

유치원생처럼
전화로 보고해 준 딸아이가 고마웠습니다..
이제는 아무 곳이나 혼자 여행을 떠난다 해도
보내도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다음에 여행을 보낼 때는
오늘처럼 이렇게 보고는 받지 않을 생각입니다..
아마 딸도 이렇게 보고는 하지 않겠지요..

새벽 두시에 전주역에서 딸과 딸아이 친구를 맞이했습니다..
나 曰
"어이 촌 딸년들~!!  서울 방문..느낌이 어뗘셨어?"
딸아이 친구
" 재미있었어요~!! 공연도 즐거웠구요.."
나 曰
" 힘들었지??  진짜로 서울가니 정신이 없었지??
사람도 진짜로 많지??..길도 헤메지 않고 바로 도착했었어????"
딸아이 曰
" 내가 .. 엄마말 듣고 정말 쫄아서 갔었는데... 별 것두 아니었어요.. "
그리고 딸아이친구를 내려주고
친구가 내리니까
딸아이 하는 말이 더 우스웠습니다..
"엄마는 쓸데없는 걱정이 너무 많으세요..
서울이.. 도시가 조금 커서 그렇지
여기(전주)와 거기(서울)차이가 특별히 다른지 하나도 느끼지 못했어요..~!!
엄마가
지하철에 소매치기가 많다고 협박을 해서
열심히 지갑만을 꼭  안고  타고 다녔고
역 창구에서 갈아탈 곳 물어보고 싶었어도
엄마가 사람 잘 못 만나면 사기꾼걸린다고 해서
다른사람들하고는 애기도 하지 못했고..
오로지 창구직원에게만 물어보고..
여러 곳 가지 않고 한 곳만 다녀오는데..
이렇게 걱정속에서 힘들게 다녀 온 것이 더 우습죠..
여행이 힘든 것이 아니고
엄마와 약속했기에 엄마 말대로 실천하느라 고생했죠..
나도 우습지만..
이렇게 걱정많으신 '촌 엄마'가 더 걱정이죠..
하여간 우리엄마 못말려~!"

 -  딸의 첫 여행이 무사함을 감사하며 파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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