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이는 낙서

남편 출장에 대하여..

파도의 뜨락 2005. 3. 2. 17:01

     

    남편 출장에 대하여.

     

    저의 남편이 출장에서 돌아왔습니다.

    한 달 반 가까이 집을 떠나 있었던 그 출장 기간 동안

    저는 생활의 반은 자유로움에 젖어

    무척이나 신났다는 것을 밝힙니다.

    한달 반 동안의 저의 삶이 편안함 그 자체였던 것입니다.

    그 기간 동안에 남편이 없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는지

    출장에서 남편이 돌아왔으나

    그 날부터 저는 그만 비상사태가 되어버렸습니다.

    무엇을 어찌 해야 할지

    우왕좌왕 하며 며칠을 보내고서야

    간신히 안정을 찾았습니다.

     

    남편이 집에 없는 동안 한두 가지 편안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첫 번째인 식사 문제..

    입맛이 까다로운 남편이 없는 식사 시간은 참 즐거웠었습니다.

    아이들은 저희들 좋아하는 반찬으로 

    하나 둘 만들어주면 그만이고

    그리고 아무 것이나 챙겨주어서 불만이 섞인다 해도.

    아직은 내가 물리적으로 힘이 센 관계로

    아이들 식사는 문제없이 해결이 되기에

    얼마나 자유로웠는지 모릅니다.

     

    그 두 번째 청소 문제

    제가 무척이나 게으른 편입니다.

    결혼 초기에는

    청소와 빨래를 하느라고 하루 종일 보낼 때도 있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쓸고 닦고 삶고 하며

    반짝반짝 집안을 꾸미는 것이 재미있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얼마나 흐른 뒤 어느 때 부터인지

    그 청소와 빨래를 깨끗이 하는 일이 귀찮아지더란 말입니다.

    하루에 청소 한번 하는 것도 맘을 단단히 먹고 하며

    청소기로 대강 해 치우고 지내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남편이나 애들 눈치가 보이지 않는다면

    아마도 일주일에 한두 번 청소하고 살아도 별지장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남편 때문에 청소하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출장을 갔으니 더 편하고 자유로움에 꾀를 부리게 되어

    일주일에 간신히 청소기 두어 번 돌리고 살았습니다.

    글쎄요, 얼마나 편했는지 계산을 안 해 보았지만

    청소 스트레스는 결단코 없었습니다. 히~!

     

    세번째는... 

    결혼해 지금껏 살면서..

    제 남편이 저의 일에 대체적으로 상관하는 일은 적습니다.

    친구를 만나건, 나들이를 가건, 일을 보건. 영화를 보러가던..

    아무튼 낮 시간 동안 일어난 일은

    특별한 일만 아니면 나의 삶에 별 상관을 안 합니다.

    저녁시간에나 나가거나 며칠 다른 곳에 볼일이 있으면

    미리 허락을 받으면 되었고,

    특별한 비밀도 만들지 않으려 노력도 하였고

    눈에 거슬리는 행동은 삼가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살면서 특별히 나의 문제로 다툰 일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남편의 눈치를 보고 사는지.

    남편이 출장을 가면

    생활패턴이 더 자유스럽더란 말입니다.

    그래서 한 달 반 동안 이러한 사소한 문젯거리 마져도 걸리지 않았으니

    저는 정말 날개를 단 듯 즐거웠었습니다.

     

    제 나이 또래의 여인들은

    남편 출장을 기다리는 여인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아무래도 집안걱정 시간걱정이 덜어서 그런지

    친구끼리 모이면 남편이 출장 간 집 여인들의

    며칠간의 편안함과 자유로움이 부러워서 일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아마 남편들의 출장일은

    우리 여인들에게 최고의 휴가일 거라고 생각도 해 봅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

    네 명의 친한 친구가 삽니다.

    당연히 제 남편의 출장 기간 동안

    우리친구들이 저를 무척이나 부러워했습니다.

    그런데 그 친 구중 한 친구 남편이

    한 달간 타지로 출장을 간다고 하였습니다.

    이 친구가 신나서

    일주일을 떠들고 다니며 신나서 자랑을 하였는데

    막상 출장을 가신 그 친구 남편은

    금요일 마다 오시어서 토 일요일을 같이 있게 되고

    또 주 중에도 밤중에라도 다녀가신 날이 두어 번 된다고 합니다.

    그러니 출장인지 아닌지 분간이 안 선다고

    요즈음 잔뜩 풀이 죽었습니다.

    그나마 그 아까운 출장일이

    두 주일 밖에 남지 않은 것에 더 서운해 하였습니다.

     

    또 한 친구남편은 정말 바다낚시 광입니다.

    주말 이면 어김없이 바다로 나가기에

    우리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합니다.

    그 친구는 남편이 집에 없는 것이 습관이 되어

    오히려 일요일에 남편이 집에 있는 날은

    손에 일도 잡히지 않고 정서 불안이 되어 이상할 지경이랍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마냥 우리는 부럽기만 하였습니다.

     

    또 한 친구는 결혼 십몇 년이 되었지만

    남편 직업상

    남편이 한 번도 출장을 간적이 없다고 합니다.

    이 친구는 우리 세 명을 무척이나 부러워합니다.

    누구 남편 출장만 간다고 하면

    좋겠다. 좋겠다는 연발하면서 지금껏 지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 남편이 드디어

    이번 주말에 출장을 떠난 답니다.

    직업상 가는 것이 아니고 모임에서 여행을 가는데.

    딱 한밤만 지내고 오신답니다.

    출장을 하도 부러워한 이 친구 때문에

    그냥 우리가 출장이라고 명명을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남편이 한 밤을 자고 온다고 우리에게 알리고 난 뒤

    얼마나 기뻤는지 외치는 소리가-

     

    " 나 0월 0일 밤 밤새 잠 안잘 꺼야~!

    이렇게 떨어져 있는 일이 언제 있을지 모르잖아!

    시간이 아까워서. 나~! 절대로 잠 못 자`!!!"

     

    남편들이여 일 년에 한두 번은 꼭 출장을 다녀오십시오!!

     

    2005. 03.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