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그 위대한 진행형...
중학교 2학년 아들아이가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마치고 대문은 나갑니다.
이 녀석은 건망증인지 집중력 부족인지
준비물... 숙제물... 실내화 등을 집에 빠트리고 나섰다가
물건 가지러 집에 다시 들어왔다 다시 학교로 가는 것이
일주일에 한두 번은 벌어지는 일 이어서
오늘도 금방 들어올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선뜻 대문을 잠그지 못합니다.
역시나 .
1_ 2분 후 딩동.
세상에 .
오늘은 책가방을 놓고 엘리베이터를 내려갔다 다시 올라와서 가져갑니다.
"이 녀석아 전쟁터에 나가면서 무기도 없이 나갔니??? 에효~!!"
목소리 높여서 소리쳐 나무랐으나
사실은 저도 할 말이 없는 처지입니다.
배웅하면서 그 녀석 등에 책가방이 없었던 것을
저 역시 전혀 눈치 채지 못했었으니까요.
제가 알기에 아들애가 책가방 놓고 학교로 출발했다가
되짚어 집에 온 적이 몇 번이 있었고
그 중에 학교 까지 갔다가 오는 일도 있었으니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올라오는 정도는
그 중 그래도 양호한 편입니다.
아들아이의 학교 출근 하는 동안 일어나는 작은 소란은
늘 습관처럼 되어 버려서
오늘 아침의 일쯤으로는 별로 놀랄 만한 일도 아닙니다.
그리고 저 역시 저런 일을 하루에도 몇 번씩 겪는 일이라.
아들애는 틀림없이 저를 닮았거니 하고 포기하고 삽니다……. ㅡㅡ;;
제 건망증은 눈에 표시되는 표준 건망증정도를 벗어나 버렸고
실수 라 부를수도 .. 건망증이라고 부를 수도..
그렇다고 치매라고 할 수도 없고..집중력부족이라고 할 수도 없는
아주 애매하게 잠깐 순간을 잊어버리는
빅 스피드 건망증이랍니다.
제 나이의 주부라면 아마도 누구나
하루에 한 두어 가지 잃어버리는 것이 일상사일 것입니다…….
제 건망증과 다른 친구들 건망증도 들어보면 ...
대강..종류가..압축이 됩니다..
몇 시간 정성스레 만들어 놓은 반찬을
순간 깜박하고 밥상에 올리지 못하고
설거지 할 때서야 발견하고 억울했던 것....
밖에 나가려고 열쇠나 지갑 찾다가 한두 시간 훌쩍 지나가 버리는 것...
중요한 물건을 숨겼다가 두 번 다시는 찾지 못하는 것...
장롱에 외투 꺼내려고 장롱 문 열고서 무엇 때문에 문을 열었는지
기억 못 하는 것..
창고에 화장지 가지러 갔으나 정작 무엇을 가지러 왔는지
기억나지 않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서야 기억나 다시 가지러 가는 것...
손에 핸드폰이니 펜을 쥐고 한 참을 찾는 것은 보통이고...
약속 날짜나 시간을 정기적으로 잃어버려
약속한 사람들에게 핀잔받기 일수이고...
가스레인지에 물 끓이려 주전자 올려놓는 것을
잊지 않고 잊어버려서 주전자를 꼭 태우고야 말고..
친정집 전화 걸려다 무의식적으로 앞자리 국번이 같은
친구집 것 전화번호 버튼을 눌러
본의 아니게 친정모친이 아닌 친구와 통화를 해야 하고..
현관 청소하다 걸레가 필요하여 화장실로 갔으나
화장실에 널려있는 물건 정리하다 급기야 화장실 청소하게되고
그러다가 현관 청소하는 것 잃어버리고............................등
그러나
저의 건망증은 이 단계를 지나 요즈음 한단계가 업그레이드가 되어
순간을 잊어버리는 것에 정말 황당하게 당하고 삽니다..
정말 치료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가 20층 고층아파트입니다.
저는 1동 1-2라인 19층에 삽니다.
통로 구조가 비슷하다보니
제 아파트 좌 우 옆 통로 라인 19층을
우리 집 라인인 줄 알고
셀 수 없이 고의 아니게 방문을 했습니다.
실제로 열려있는 현관문을 열었다가 낭패 보는 때도 있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통로에 쑥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19를 누르고 올라가면 남의 집. ㅡㅡ;;
더군다나.
우리 아파트에는 다른 동에 사는 친구들이 사는 동 역시
친구 집이 19층이 아님에도
방문할 때면 친구 집 동 19층은 빠지지 않고 제가 접수하고 맙니다.
아마도 제 기억에
제 옆 라인보다도 친구 동 라인 19층을 더 많이 올라간 듯 합니다.
그뿐 아닙니다.
다른 아파트에 방문 했다가.
전혀 구조가 비슷하지 않아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19란 글자만 보면
19 버튼을 누른 통에 쓴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 건망증이 심해도 19층은 잊지 않고 누른단 말입니다.ㅡㅡ;;
제 열쇠고리에 열쇠가 3개 달려 있습니다.
현관문 키... 보조 키... 자동차 키...
요즈음은 이 열쇠 3개도 용도관리가 잘 안됩니다.
우리 집에서는 제가 출근이 제일 늦고, 퇴근이 가장 빠릅니다.
그래서 현관문을 잠그고 열 고하는 것이 제 차지일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현관을 잠그거나 열면서.
현관키 대신 자동차키를 현관문에 집어 넣어
잠기지 않는 문을 잠그거나 열기 일쑤이고…….
또 자동차에 가서는 현관키로 자동차 문을 열기 일쑤입니다.
너무나 건망증이 심한 저 때문에
리모컨을 달면 잠그는 것을 더 쉽게 잃어버린다고
남편이 자동차에 리모컨 설치를 반대해서
제 자동차는 리모컨이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리모컨 설치안 한 것이 잘 된 것이라고는 동의를 못합니다..
자동차에 애꿎은 현관열쇠를 들이밀 때가 한두 번이 아니고..
트렁크에서 잠깐 물건을 꺼내려 할 때 마저도
운전석 문을 분명히 잠그고 트렁크문을 열며..
차 키를 잠기었는지 안 잠기었는지를 순간 잃어버리고
집안까지 들어왔다가 주차장에 다시 가서 확인 할 때도
수 없이 많습니다...
그 건망증 속에서도
그래도 아직껏 잘 살고 있는 제가 무척 대견할 때도 있습니다…….
옆 동 친구가 새 김치를 담기었다고 가지러 오랍니다…….
저녁이 되었으나 식구들의 귀가 시간이 늦어 혼자 있다가
빨리 김치를 가져와 식구들 오면 같이 나누어 먹고 싶어
집을 나섰습니다.
매 번 집 열쇠 잠그는 것부터
게임인 것 처럼 실수 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므로
조금은 긴장을 하면서 신경을 곤두세웠습니다..
현관 열쇠를 자동차키와 바꾸지 않고
제 열쇠로 잘 잠갔으며, 또 잠겼는지 점검까지 하고
집을 출발을 해서
친구네 동 엘리베이터에서도 19층버튼도 누르지 않았고
오직 친구네 6층 버튼만을 누르고
실수 없이 친구 집까지 도착을 하여..
의기 양양 당당하게 친구 집 현관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현관 키를 꺼내서 열심히 열쇠 구멍에 넣어 돌렸습니다.
이상하게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열쇠를 돌리다 생각하니..
이구…….
친구 집인 것을 순간 까맣게 잊어버리고……
우리집 현관인 줄 알고 습관처럼
나의 열쇠로 친구 집 현관을 열고 있었습니다... 에효~!!....
- 건망증의 진수를 보이고 있는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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