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이는 낙서

정월 대보름날 달밤에..

파도의 뜨락 2014. 2. 15. 07:48

 

 

 

 

보름날 저녁

여느 날처럼 아무 생각 없이 

식사 끝내고 집안 뒷정리 후 편안한 저녁시간을 갖는다.

나는 컴퓨터를 하고  남편은 TV를 시청하는 시간.

일찍 잠드는 편인 나는 대부분 졸음이 섞인 눈으로 컴퓨터와 씨름을 한다.

이렇게라도 식구들과 함께 하려 애를 쓰는 중이다.

이 밤도 결국 열심히 졸다가 견디질 못하고

컴퓨터 곁을 용감히 밀쳐버리고

잠을 자려고 안방으로 들어가 잠옷으로 갈아입고 말았다.

 

먼저 잔다고 남편에게 고하려고 거실에 나왔는데

언뜻 남편이 시청하는 뉴스에 보름달이야기가 나온다.

퍼뜩 오늘 꼭 보려했던 보름달을  못 본 것이 생각났다.

 건망증 ~!!

재빨리 배란다로 다가가서 밖을 봤더니

옆 동에 가렸는지

아니면 시간이 너무 일러 앞배란다 쪽까지는 오지 않았는지

커다란 대보름달은 배란다에선 보이지 않는다.

어쩐지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들고

낮에 사람들에게 보름달을 꼭 보라고 자청에서 얘기를 했었기에

나는 못 보고 자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스친다.

일층으로 내려가서 볼까 말까 하는 망설임이 생긴다.

1년에 한번 볼 수 있는 대 보름달이라는데

꼭 봐야할 것 같은 생각과

소원을 빌어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가 머리에 감돌았다.

나갈까 말까 몇 번의 망설임이 마침내 잠을 쫓는다.

잠옷으로 갈아입었기에

다시 평상복으로 바꾸어 입기도 싫고 하여

잠옷에 겉 외투만 걸치고 바람같이 내려갔다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과감히 겉옷만 걸치고 재빨리 집을 나섰다.

승강기에 타고 보니 거울에 비추이는 내 모습에 당황했다.

다행히 아무도 없이 부끄러움을 면했지만 헛웃음이 나왔다.

 

1층에 내려 현관을 벗어나자마자

건물 사이로 휘영청 밝고 밝은 보름달이 보인다.

크기는 대 보름달인지 잘 모르겠는데

몇 만 와트의 빛을 내 품는 듯 너무나 밝은 달이 보였다.

두어 발짝 움직일 생각도 않고 그 달을 보고 소원을 빌었다.

건강하고 기쁘게 살게 해주세요.~~”

그 때 저쪽에서 사람이 오는 듯 말소리가 들린다.

순간 깜짝 놀랐다.

잠옷 바람인 내가 그 사람들 만날 까 싶어 급히 뒤돌아섰다.

금방 타고 내려와 멈추어있던 승강기를 재빨리 올라타고 

조급히 닫기 버튼을 눌러버렸다.

다른 사람 오기 전에 혼자만의 탑승을 완료하고 우리 집 층에서 내렸다

현관에 서서 생각하니 웃음도 나오고 뭔 짓인가 하고 생각도 들었지만

임무를 완성한 듯 뿌듯한 느낌도 들었다.

TV를 시청하던 남편이

바람처럼 나갔다 들어오는 나를 획 한번 보더니

" 어디 갔다 와??" 한다.

" 보름달 보러~~! "

남편이 어이없는지 픽 웃는다.

조금 기다리면 베란다에서 볼 수 있는데 뭐 하러 밖에 나갔다 왔냐고 놀린다.

이 몸은 지금 졸려요~~ 달이 올 때 까지 못 기다린단 말이여요~~!”

그 웃음에 황급히 대답을 하고 나는 재빨리 자러 들어갔다.

이렇게라도 보름달과 조우 한 것이 참 잘한 일이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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