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이는 낙서

그들만의 대화

파도의 뜨락 2014. 2. 7. 16:40

 

 

유난히

남편에게 경어를 쓰는 친구가 있습니다.

것도 참 깍듯하게 경어를 씁니다.

집에서 있을 때는 반말도 섞으며 대화를 잘 하는데

유난히 전화를 들면 경어를 더 많이 사용하여

친구들에게도 늘 놀림을 받은 친구입니다.

 

여행에 다녀오는 길이었습니다.

집에 늦게 도착할 것 같아서 각자의 집에 전화중입니다,

대부분~

남편이나 자녀들에게 " 늦어~ 먼저 저녁 먹어~"

라고 짧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급히 끝냈는데

오늘도 변함없이

경어 쓰는 친구의 전화가 제일 늦습니다.

자연스레 그 전화소리를 듣게 되어

다들 조용히 경청 중입니다,

 

" ..

제가 많이 늦을 것 같네요

저녁은 아직 안 드셨지요??

그럼 저녁먼저 드셔야겠네요.

아무래도 저가 저녁 먹고 들어갈 것 같으니까요.

.. 알겠습니다. 끊어요."

친구들 모두 픽 웃습니다,

늘 듣는 말이지만 참 거부감이 듭니다.

남편에게 저렇게 꼭 경어를 써야하나 생각이 들기도 하고

경어를 쓸 정도로 행동이 조심스러운가 하는 생각도 드는 것입니다.

실제 친구는 남편이랑 둘이 있을 때는 반말도 잘 하고

곧잘 애교를 부리는 것을 보면 썩 경어를 쓰지 않아도 되는데

? 전화기를 들면 꼭 경어를 쓰는지 미스터리입니다.

한번 베인 습관이 무섭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나의 남편에게도 저렇게 경어를 쓰면 표정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 때

처음 이 친구모임에 우연히 참여한 아는 동생이 있었습니다.

그 전화를 주고받는 것을 본 그 동생은

처음엔 누구와 전화했는지 의아해 하더니

우리들의 표정과 원성 섞인 우리들의 이야기를 캐치하고

친구가 본인 남편과 대화를 했다는 것을 알고는 웃음을 멈출 줄 모릅니다.

우리는 그 동생이 이해가 되면서

" 이상할거야~~" 하며 그 웃음에 대답을 하여주었습니다,

그 동생은 웃음을 참아가며 툭 던진 말이.

" 지금 저 언니 남편하고 대화하는 것이 진짜 맞지요?

~상해요.. 정말 적응 안 되네요~호호

제가 듣기 에는요??

남편이 아니고 꼭 이웃집 아저씨랑 대화하는 것 같았어요 흐흐~!!"

" !!!!!"

뭐가 정상인지...

남편에게 반말이 일상인 요즈음엔

정상적인 대화를 하는 그 친구가 바보가 되는 시대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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