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이는 낙서

아들 키 큼에 대하여

파도의 뜨락 2010. 8. 30. 22:45

 

 

 

 

 

저녁 식사로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반찬거리가 애매하거나 하면 난 삼겹살을 자주 굽는다.

특히나 아들아이는 삼겹살만 주면 좋아하기에

아들아이가 저녁식탁에 같이 있으면 무조건 삼겹살일 때가 많다.

커다란 놈이 맛있게 삼겹살을 먹는 것을 보니 괜스레 뿌듯해진다.

커다란??

아들아이는 채구는 약간 마른편이고 키는 한국인 평균치보다는 약간 큰 편이다.

성장기가 되어 저절로 키가 컸겠지만

아들아이의 키 큼에는

나의 정성과 삼겹살이 50%와  플러스되어서

키가 요만큼이라도 자란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자

갑자기 내가 자랑스러워지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아들아이 얼굴을 쳐다보며  늘 상 읊조린 말을 또다시 리바이벌 하게 된다.

" 네 키는 이 엄마가 키운 것이야~! 아들은 알고 있지??"

" 넵.! "

아들아이는 제 키 얘기만 하면 엄마가 이러쿵저러쿵 하며

키에 대한 애기를 해 대는 것이 습관화 되었기에

피식 웃으며 이번에도 군말 없이 제빨리 동의를 해준다.

하긴 군말도 못한다.

아직 내 권력(?)이 세기 때문에.....!

아니.. 사실

누가 인증하지 않는 비공식 이지만

아들아이도 키 키움 비법이 이 삼겹살이라는 것을 조금이라도 믿기에..

 

아들아이가 지금 스무 살 대학생이다.

녀석 간난 아이 때는 하루에 700~800ML의 우유도 소화하지 못하고 컸고

어린이 때에도 먹는 양이 적어서

매끼에 밥을 한 두 수저 정도의 식사량으로 겨우 버티고 살았다.

그래서 녀석은 항상 키도 작고 몸도 약하고 그랬었다.

초등 6학년 때  키가 150m도 되지 않은 작은 키였다.

1월생인 아이는 반 친구들보다 한살 어리다지만

6년 동안 반에서 제일 작은쪽 아이였다.

부모가 한국인 평균키여서 유전자가 작은 편도 아니고

아들아이가 어디 아픈 곳은 없는데도  

난 늘 아들아이 키 걱정과 몸이 약함을 걱정하고 살았다.

 

어느 날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한의원에 데려가 체력조사를 하였다.

그러나 듣는 소리는

이미 성장 판이 열려서 클 확률이 적다는 것이다.

놀란 나는 그 날 부터 열심히 키 크는 한약을 먹였고

키 크는 침도 맞게 하였다.

그러나 일 년 사이에

다른아이들은 성장이 빨라서 부쩍 크는데

아들아이는 1~2cm의 키밖에 자라지 못하여 나를 안타깝게 하였었다.

그리고 중학교 2학으로 올라갈 즈음에

종합 병원을 데려가서 키 크는 주사를 맞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고민을 하게 되었다.

주위에 아들아이 또래 친구 애들이나 조카들을 보면

키가 아들아이보다 10cm 이상이나 큰데

키가 작은 아들아이를 쳐다보고 고민 아닌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키가 큰 아이들을 먹는 량을 살펴보게 되었는데

우리 아들애와는 확연히 다른 식사량을 보고 감탄을 하게 되었다.

그 아이들은 삼겹살이나 통닭 등 고기류를 즐겨 먹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아이들의 먹는 식사량을 절대로 아들아이는  먹을 수 없었지만

삼겹살이나 통닭은 그나마 아들아이가 조금 잘 먹는 수준의 것이었다.

 

난 그날부터 아들아이에게 고기만 먹이려고 결심을 하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번은 통닭을 불러 먹였고

2년 동안 날마다 거르지 않고 아들만을 위한 저녁밥상을 차렸다

삼겹살로..

아이 양이 적으므로

서너 조각부터 시작하여  먹이기 시작하다가

프라이팬에 예닐곱 조각씩 한판을 구우면 딱 맞았다.

입맛이 짧던 아들아이도

키가 커야 한다는 사명감에 날마다 군말 없이 삼겹살을 먹어대었다.

지겨울 터인데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먹기도 잘 했지만

난 오후만 되면  다른 일을 접고

꼭 집으로 곧장 달려와서 삼겹살을 구워대었다.

그렇게 정성을 들였더니

1년 동안 15cm가 넘게 크는 것이 아닌가!

남편과 아들아이는 제 방 한쪽에 자르 붙여 놓고

일주일에  한 번씩 키를 재보는 즐거움으로 살 때도 있었다.

 

그리고 난 멈추지 않고  삼겹살을 더 구워대었다.

1년 사이에 또 더 커서 고등학교 입학 할 때쯤에 170cm를 넘기고 있었다.

처음에 165cm가 되니 신기해지더니

170cm 가 넘어가니 안심이 되었고

175cm가 되니 '만세~!' 가 외쳐졌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입학하였다.

 

나의 삼겹살 굽기가 멈추었다.

아들아이 고등학교 때 기숙사로 들어가는 통에 

집에 올 때나 몇 번 삼겹살을 구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삼년 동안 3cm 가 더 컸다.

 

현재 아들아이 공식 키는 178cm이다.

부시시 자고 일어나서 아침나절에 재면 179cm도 된다.

이상하게 내가 재어 보면 180cm 도 된다.

그래서 본인은 정상 기록 키 178cm라고 하고

난 180cm네 하고 몇 년째 말씨름을 하며 뿌듯해 하는 중이다.

그러면서 아들애 키는 내가 키웠다고  큰 소리 친다.

그리고 이곳저곳에 자랑 질도 서슴치 않게 하고 다닌다. ㅎㅎㅎ

 

이 삼겹살로 키 키우기는

나만 성공한 것이 아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네 아이가 두 명이 있는데

이 친구도 삼겹살을 나와 같이 먹였다

이 친구 아들아이들은 

식성이 우리 아들보다는 월등히 좋아서 이것저것 잘 먹어서

그래서 키도 우리 아들보다  키가 더 큰 편이었다.

두 살 많은 큰 녀석은 어렸을 적부터 좀 뚱뚱한 편이였는데

삼겹살을 먹은 덕에 키로 소화 되었는지 185cm 가 되어 쭉쭉 빵빵 멋진 청년이 되었고 

아들아이와 동갑인 둘째는 180cm 이다.

다 삼겹살 덕이 아니고 무엇인가 말이다.

아들아이 고등학교이후 부터

사춘기를 맞이하는 조카나 친구 아들들만 보면 무조건 삼겹살 먹이라고 홍보까지 하고 다닌다.

사춘기 때는 살이 옆으로 퍼진 것이 아니고

위로 솟는 다는 것을 체험을 했고 보았기 때문이다.

 

아들애가 삼겹살을 더 달라고 한다.

웬일.????

요 녀석이 성인이 되었어도 먹는 양은 늘지 않았기에

난 더 달라는 요 말이 좋아서

귀찮아도 급히 삼겹살을 또 구워본다.

그리고

새삼스러이  그때가 떠올라 스스로 내가 대견스러웠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