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이는 낙서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리고??

파도의 뜨락 2010. 9. 14. 08:23

 

 

엊그제

동서네 부부와 셋이서 주말농장에 다녀오던 길이었다.

해질녘의 들녘이 햇살에 반사되어

채 익지 않은 벼가 황금빛으로 채색되는 것을 보면서

동서와 내가 서로 한마디씩 감상평을 해 대었다.

“ 이젠 여름이 다 지나갔나,

벼들이 벌써 누런색으로 변하는 것을 보니 어느새 가을이 되었네?!!"

" 그러게요, 세월 빨라서 좋기는 하네요. 그 지독했던 여름도 가고,

빨리 겨울이 왔으면 좋겠어요. 난 여름보다 겨울이 좋거든요.”

그 말을 이어받아서

동서와 난 여름이 좋으니 겨울이 좋으니 하면서

한참을 수다로 말을 이어갔다.

얘기 중에 동서가 운전을 하는 시동생에게 고개를 돌리더니

“당신은 어떤 계절이 좋아??” 하며 넌지시 말을 걸어본다.

질문을 받은 시동생이 선뜻 대답을 못하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특별히 좋은 계절이 없는 것 같은데??"

하고 대답을 하자 동서가 따지듯 다시 묻는다.

"없어?? 좋아하는 계절이 없는 사람이 있어??"

"응? 글쎄??

딱히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중 택하라면 아마 가을이겠지?? “

하면서  머뭇거리며 시원찮은 대답을 해 준다. 

동서와 시동생의 대화를 듣다 생각하니

'가을은 남자의 계절' 이라는 이 말이 퍼뜩 떠오른다.

그리고 해마다 궁금했고 잊혔던 그 의미가 갑자기 떠올랐다. 

 

사람들이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 들 한다.

 어느 모임에서

가을과 관련된 비슷한  유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가을을 타서 싫다는 사람

가을이 좋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도대체 가을이 좋아서 남자의 계절이라는 것인지

가을을 싫어해서 남자의 계절이라는 것인지

그 의미가 뜬금없어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시간에 쫓기어 가을이 별로라는 남자들도 있기는 하였었다.

가을이 되면 무엇인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시간만 바쁘다고.

그 쪽이 더 우세한가??  

난 지금껏 남자들이 왜? 가을을 좋아하는지 모른다.

나처럼 대책 없이 봄이나 여름을 좋아하지는 않은 것 같고

남자들이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이 무슨 트렌드가 있을 것 같은데

시동생처럼 그냥  주워 담기로 하나 집어든 것은 아닐 터인데,

무엇 때문에 가을은 남자들의 계절이라고 하는 걸까?? 

 

언젠가 그 것이 궁금하여서

같이 사는 우리 집 남자에게 가을이 좋으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우리 집 남자는 삶이 지극히 현실적이고,

낭만이라고는 물론 눈곱만큼도 없는 빵점자리 남자이다.

궁금하여 묻는 나의 질문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즉답을 해 주었었다. 

자신은 가을이 되어도 전혀 좋지 않다면서,

오히려  말을 묻는 나를 의아하게 바라보았었다.

그러면서 

다수의 남자들은 가을을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더 이상 궁금하지 말라며 쐬기를 박기까지 하였었다.

난 당연히 남편의 대답에 해답을 얻지 못하였고

더 강한 불만을 가지게 되었고  

'왜?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한 거냐고 따지려다 말았었다.

괜히 물어서 궁금증만 더해지고 말았었다.

 

시동생의 말을 듣고 보니

네 계절 중에 좀 나은 것이 가을이라고 한 것 보니

도대체 이해 할 수 없었던 남자들의 감성이 쉽게 정리가 되었다.

무디고 무딘 남자들의 감성에 어울릴 만한 계절인가??

가을이??

우리 집 같은 성씨를 쓰는 남자들만 그런 것인가??

  

내가 느끼는 가을은

풍요롭고.. 포근하고.. 아주 강한 색이 참 아름다운데....

내가 남자가 아니니 잘 모르지만,

남자들도 떨어지는 낙엽을 밟고 다닐 수 있는 낭만은 없어도

코트 깃을 세워가며 휘파람 불어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일지 않을까?

그럴 거야. 아닌가?? 

 

스산하고 .. 시간에 쫒기는  그 계절도 아닌..

낭만을 찾을 수 있는 여유 있는 계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만 가득하다.

에이 모르겠다.

내가 봄여름처럼 가을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니까

남자의 계절이라고  다른 사람처럼 정의를 내려버릴까 보다. 

가을이 남자의 계절이라고~!!?

 

가을 같지도 않은 오늘!!!  날씨가 스산하다...

괜스레  뻘 생각으로  오후를 지배한다.

 

 

 

  가을을 머금은  울동네 들녘어귀... 

  20100912일 오후... 전주 삼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