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이는 낙서

7월 17일은 나의 결혼기념일~!

파도의 뜨락 2010. 7. 22. 07:56

 

 

 7월 17일

나의 결혼기념일이다.

사람들은 나의 결혼날짜를 보고 더웠겠다고 한다.

내가 생각해도 한 여름에 무슨 뜨거운 열정으로 결혼을 했는지 모른다.

암튼 남편과 만나서 한 달 반 만에 결혼을 했으니

역사를 살펴보면

둘이서 첫눈에 뿅 ~ 반한 것도 아니면서  그리 급하게 결혼식을 치렀다.

사실 급할 것도

서로가 한눈에 반한 것도 아니면서

첫날 만나서 프로포즈 받고.. 

그냥 부모님께도 끌려서 다니다가

정신없이 한 달 반을 만나다가 보니

정신차려보니까 결혼식장에 서 있었다..

 

나 결혼식 날 소나기가 내렸었다. 지금처럼

나 결혼식 날 공휴일이었다. 언제 공휴일이 해제된 거야??

나 결혼식 날 나는 꽃처럼 이뻣다. 꽃같지 않은 신부가 어디 있겠는가.

나 결혼식 날 20대 청춘이었는데, 20대 되돌아가고 싶다. 아니면 30대라도.

 

결혼식 마치고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가려고

광주 공항에서 대기하고 앉았는데

남편과 눈을 마주치고 염치없어 웃음 짓던 생각이 떠오른다.

그 느낌이 아주 묘했었다.

기운 빠지고..허전하고..

남편이 눈치를 채었는지 내 옆으로 와서 앉더니.

가만히 손을 잡고 미소로 위로해 주었었다.

그때 잡아주었던  따스한 손 때문에

지금까지 버티고 산 것이 아닐까??

그 동안 우리 부부는 뭐하고 살았을까??

 

오전 교육이 끝나고 전화기를 챙겨서 보니

생전 잘 오지도 않은 남편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경비실에서 택배 찾아가~!"

내가 무엇을 사지도 않았는데

무슨 물건이 남편과 연락이 되었나 하고 궁금했지만 참았다.

오후에 퇴근하면서 경비실에 들려서

남편이 문자 보내온 물건을 찾아서 들고 들어왔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상자는

보내는 사람이 남편이고 받은 사람이 나였다.

궁금하기도 하였고  호기심도 생기며 펼쳐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내 내 입이 크게 벌어졌다.

몇 년 전 내 생일 때도  받아본 적이 있는 목걸이였다.

와인 한병과 편지와 목걸이가 상자에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오? 이렇게 근사한 선물이.. 응? 오늘이 결혼기념일도 아니고만..’

하고 이내 달력을 보니 결혼기념일 하루 전이었다.

'아하? 저번 생일 때 선물 못 주더니 맘에 걸렸구나??

생전 안하는 결혼기념일 선물도 다하고 이 남자 늙었네??

흐흐흐 고맙게 시리~!‘

하고  생각하면서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게 되었다.

그러나 목걸이를 꺼내서 보다가 이내 황당해 하고 말았다.

18K 목걸이에 달린 팬던트가

몇 년 전에 받았던 것과 똑 같은 보석 토파즈 가 아닌가!!!

디자인만 다르지 아무튼 똑 같았다,

이것을 어떻게 수습해야 하는지..

남편에게 전화를 하려다가

아무래도 남편이 내용물을 모르고 보내진 것 같아서 

상자에 쓰인 보석가계에 전화가 보여서 전화를 하였다.

그리고 같이 보내진 카탈로그에서 자그마한 사파이어 목걸이로 다시 골라서

바꾸어 보내주라고 상담을 끝냈다.

 

저녁에 뿌듯한 기분으로 귀가한 남편에게

무지 고맙다고 갖은 애교를 다 부렸다.

그리고 하루 전이었어도 밖으로 나가서 외식까지 하고 들어왔다.

남편에게 미쳐 선물을 준비 못한 나는 반대로 염치가 없었지만 기분은 정말 좋았다.

비록 그 목걸이가 토파즈인지 사파이어인지 모르는 남편은

내가 좋아하자 덩달아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이틀이 지난 후 결혼기념일도 지났고

사파이어 목걸이가 도착을 하였다.

난 즉시로 그 목걸이를 목에 걸고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다녔다

그런데.

친구에게 한참을 자랑을 하고 있는데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안녕하세요? 사모님?? 목걸이 잘 받으셨어요? "

그리고 이내 이어진 상담내용.......!!!!!!!!!!!!!!!!

남편이 주문한 목걸이값을 카드에서 결제를 한다는 내용이다.

진짜 황당해라~

남편이 내 선물을 나중에 계산을 한다는 것이 생전 처음이다.

그러니까 몇 년 전에 구입한 보석 상점에서 우리 기념일이 기록에 남겨진 모양이다.

상담원 아가씨가 사라고 권고 전화 오니까

남편이 무조건  오케이 하여서 그 곳에서 보냈었고

난 아무것도 몰라서 남편이 산 것인 줄 알고 좋아했었나 보다.

남편에게 즉시 전화를 했다.

"당신~! 목걸이 결제를 카드로 한다고???"

"응~! 왜?? 카드결재를 해야지!"

"난 당신이 현금을  산  것인 줄 알고 좋아했더니~!"

"그랬어? 카드나 현금이나 무슨차이지?? 원하면 담엔 현금으로 사지 뭐~!"

간단명료한 이 남자의 대답에 난 더 이상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올해 이 양반 너무 튄단 말이야???

이것은 분명 선물이랄 수가 없다.

이거 다시 물려야 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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