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렸을 적부터 삐비를 참 좋아했었다.
소풍의 추억이 깃든 풀이기도 하고
또 왠지 정이 가는 식물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 봄 소풍을 가는 곳이면 어김없이 삐비가 있었다.
논두렁이나 산중턱이나
때론 묘 가에도 피어올라 있으면
난 친구들과 노는 것도 잊고서
눈에 보이는 대로 맘껏 재미있게 뽑아대었다.
한 움큼, 두 움큼 뽑아서 집에 까지 오는 길엔
그 안의 연하고 하얀 속 알갱이를
껌이라 하면서 먹기도 하였고
또 친구와 가위 바위 보 놀이를 하면서
뺏고 빼앗기며하며 놀기도 했었다.
어른이 되어서
그 이름 삐비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식물이 되어있었다.
이상하게 세월이 흐르면서
삐비가 자주 꿈에 나타난다.
그러면 그 날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보이지 않은 동경과 욕심이 늘 가슴에 담고 살았다.
나의 욕심이 앙금으로 남았었는지.
괜스레 봄이 되면
연인 기다리듯이 삐비가 눈가에 어리곤 하여서
일부러 삐비를 뽑으러 들이나 야산으로 나가보곤 하였다.
어느 날 주말농장 옆길을 걷다가
한쪽에 하늘거리는 삐비의 씨앗을 머금은 이삭들을 보았다.
퍼뜩 스치는 생각이
주말농장 언덕에 뿌려놓으면 해마다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삐비 이삭을 몇 가지 뽑아 와서
야트막한 언덕 부근에 흔들어서 뿌렸다.
삐비가 자랐으면 좋겠다는 바램과 함께..
바람결에 삐비 씨앗이 날아온 모양이다.
애써 내가 뿌린 씨앗 때문이라고 생각도 해 보았다.
그 이듬해부터 그 언덕에 삐비가 등장했다.
그 해 부터 삐비로서 오년간은 좋았다,
삐비를 뽑는 느낌이 좋았고
푸르게 솟아난 모양새도 예쁘고
한 움큼 뽑아서 맡아본 풋풋한 삐비의 향기도 좋았다
사방팔방 번지기 전까지..
지난 주
그 동안 시동생 네와 우리식구들은 주말농장을
풀과 벌레와 싸워가며
무 농약으로 애써 가꾸었었는데
삐비를 본 남편과 시동생이 풀 약을 해야겠다고 한다.
삐비 뿌리가 해마다 사방팔방 번지더니
밭에 까지 많이 침범했기 때문이다.
땅속으로 번지는 속도와 뿌리가 강해서
도저히 손으로 제거하기 힘들어서 풀 약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때 동서가 마구 웃으면서 한마디 한다.
‘아무리 좋다고 삐비를 밭에 심는 사람이 어디 있데요??’ 하고~!!
동서는 언젠가 내가 삐비를 뽑으면서
삐비 씨앗을 뿌렸다는 나의 말을 기억하고선
삐비의 범인이 나 인줄 알았지만
남편과 시동생이 올해서야 알고서
어이가 없는지 웃지도 못하고 나만 바라본다.
에효~!??
아래사진
주말농장에 핀 삐비..
이렇게 예쁜데.. ㅡㅡ;;
흔히들 '띠'라고 부른 식물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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