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이는 낙서

조각 맞추기..

파도의 뜨락 2010. 3. 3. 16:53

 

조각 맞추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많은 부분에서 의식하지 못한 채 몸의 감각이 둔해진다.

그래서 부엌일을 하다가 손도 유난히 잘 베기도 하고

길을 걷다가도 돌 뿌리에 잘 걸리기도 한다.

그리고 눈도 잘 보이지 않으니

아는 이의 얼굴을  못 알아보고  실수를 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제일 문제는 남에게 피해주는 일 아니면

삶도 일도 대충대충  넘겨버리는 경우가 허다 한 것이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덜렁이는 빈도도 잦고

설렁설렁 재빨리 일을 끝내버리는 타입이다

그렇게 몇 십 년을 산 탓에 사는 데 별 무리가 없었는데

요즈음에는 몸이 둔해져서

행동은 느리고 일은 대강이고 이렇게 되어버렸다. 

그러나 더 황당스러운 것은 건망증까지 플러스되어서

생각지도 못한 이상한 실수를 많이 하게 된 것이다.

 

어느 날 새벽

쓰레기를 버리려고 집을 나섰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다 보니

아주 짧고 얇은 실내복을  그것도 거꾸로 입은 체 나온 것을 알았고 

새벽이여서 사람이 타지 않기를 바랐지만

공교롭게도 새벽 등산을 가시는 12층 아저씨가 타게 되어

정말 민망함을 보여주게 되었다.

 

어느 여름날 아침

출근하러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16층에서  아저씨가 타셨다

다른 집 아저씨와는 눈인사만 대강하는데

16층 아저씨는 말인사까지 하는 꽤 친한 아저씨이다

그런데 그날은 아저씨가 웃음을 머금고 유난히 말씀을 많이 하셨다    

그리고는 다른 때는 나를 먼저 내리게 하시는데

그날은 먼저 휙 엘리베이터를 나가신다.

바쁘신가보다 하고 슬슬 뒤따라 나갔다가

차를 타면서야 내가 티셔츠를 앞 뒤를 바꾸어 입은 줄 알았다.

 

어느날 치과에 갔다

치료를 하려고 진료의자에 대기하고 앉았는데

누워야 하는 치과 진로의자에서 보니

내 양말 한짝이 뒤집어 신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바꿀 수도 없어 쩔쩔매면서 간호사와 의사선생님께

나의 결점을 보여주게 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던 차에

마침 구원투수처럼 나의 전화 벨이 울려서

제빨리 진료의자에서 탈출하여 밖에서 양말을 뒤집을 수 있었다,

 

어느 날 저녁

딸애가  나에게 옷을 앞뒤를 바꾸어 입었다고 무어라한다.

나는 대수롭지 않은 듯이

내가 옷 뒤집어 입는 것은 울 라인 아저씨들도 다 아는 일인데

네가 새삼스러이 그러냐고 넘겼다.

그러자 딸아이가 어이가 없는지.

" 엄마~!! 그것이 그렇게 자랑할 일이야??

옷 뒤집어 입는 것이 챙피해 해야지 않어??"

 하고는 한숨을  쉬어댄다.

' 녀석아~! 내가 일부러 그러냐?? 살다보니 그리되는 것을?? "

하면서 나무랐더니.

" 그게 치매지~이?"

하며 기막혀 한다.

 그러더니 말없이 거실 서랍을 이 곳 저곳 뒤지더니

" 여기 있다 " 하면서  보지 못한 화투를 꺼내었다,

그러더니

" 엄마~! 빨리 와~! .고스톱하게...치매가 고스톱에 좋다며??  

내가 치매 치료해 줄께~!" 한다.

난 그런 딸애를 보며 .

'뭐?? 고스돕?? "  하며 반문하다가

그러다가 " 애쓰지 마라~!" 하며 쓴 웃음을 지었다.

그동안 딸애가 나의 건망증 때문에 애타하면서.

숫자 계산하는 책 스도쿠

돌려서 맞추는 퍼즐

조각 맞추는 퍼즐 등을 몇 번이나 사다가 주었다.

그러나  그것을 내가  관심도 가지질 않으니

무척 답답해하더니

이번엔  고스톱도 할 줄 못하는 애가 

고스톱을 하자고 달려드니

웃음도 나오며 은근히 화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