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수다스런 일상

달걀 3개

파도의 뜨락 2007. 4. 6. 23:39

기억력 좋았던 내가

20대 후반이 되면서부터

건망증이라는 증세로 남들보다 빠르게 진행되더니 

내 자신도 내 기억을 믿지 못하는 단계까지 진행되고 있다네

지금껏 큰 실수 없이 살아왔다는 것에

어찌보면 무척이나 자랑스러울 때도 있으니까..

우리 집에선

가스밸브나.. 전기스위치나 심지여 영수증관리도 내 소관이 아닌지 오래 되었고

가족은 물론이고 가까운 친구들은 아주 나란 존재에 대해 포기하고 산다네..

 

이렇게 살면서 우리집 식구들이 나에게 적응하며 터득한 방법이 있는데

1차 통보.. 2차통보.. 최종 확인까지 해야 한다네

물론 1차 통보는 보통 구두로 하는 것이고

2차 통보는 메모인데

내갸 이 메모지를 발견 못할까봐서 식구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 좀 유치하다네

내가 많이 머무는 장소나 눈에 뜨일 것 같은 장소에

수첩도 아닌 A4용지에 네임펜으로 메모를 하여 보게 하는 것이지.

가만보면 그들나른대로 룰이 있는데

남편은 현관문에..  딸애는 식탁에.. 아들애는 컴퓨터 앞에.. 

효과는 식탁 것이 탁월하더군.. 역시 난 주부얌..ㅡㅡ;;

 

아들애가 어제밤에 학교 마치고  독서실에 도착했다고 전화하면서

내일 아침 계란세개를 삶아 놓으라고 1차통보랄 하더군..

그리고 1시에 귀가하여  자는 듯하더니

새벽에 일어나 보니..

컴퓨터앞에.. 식탁앞에 A4용지로 아주 커다난 글씨로

'계란 3개 삶을 것' 이라는 글자..

그래서 계란을 6개나 재빨리 씻어서 삶았지

그랫는데 잠깐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가 태워버렸다네..ㅡㅡ;

다행히 모양새 3개가 조금 괜찮아서 빨리 호일로 감싸 버렸다네. 

아들애 일어나더니..'계란 세개" 하며 최종 확인을 하네

보여 주었지 호일에 쌓인 계란..

호일에 싸여 있으니 다행히 태운 것 보지는 못했다네....

나도 모르겠다 .. 저녁에 한마디 하겠지 ㅡㅡ;;

 

'일상 > 수다스런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처녀 바람난 것 마냥.  (0) 2007.04.11
벚꽃 길을 가다  (0) 2007.04.09
'완벽' 과 '대충'사이에  (0) 2007.04.04
으~ 춥다~!  (0) 2007.04.03
상쾌한 사월의 아침을...  (0) 2007.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