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이는 낙서

콩나물이라는 이름으로...

파도의 뜨락 2005. 2. 17. 22:37
      콩나물이라는 이름으로... 오늘 아침준비는 콩나물이라는 생뚱맞은 단어가 나의 손놀림을 바쁘게 만들며 아침식사 준비를 하게 합니다.. 저는 살림쪽에는 일가견이 좀 부족합니다.. 게으른 탓도 있고.. 친정모친 탓도 섞이고..히~ 그러나 제일 문제점은.. 관심이 살림보다는 딴짓에 더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게 있어 살림이란.. 어쩔 수 없이 맡겨진 임무라서 날 마다 억지 임무수행 중이라 생각하고 주부라는 이름은 제 자리 찾지도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제가 결혼한 후 김치며 밑반찬이며 먹거리 부분에 있어 50%는 제 친정 모친이 지금껏 제공하십니다.. 말리기도 하여 보았고 떼도 써 보았으나 오히려 역정을 내시는 통에 이제는 저도 포기(?) 상태로 주시는 데로 아무 말없이 받아옵니다.. 딸이 하나 밖에 없는 탓도 있고 워낙 덜렁이인 탓에 살림 못하는 것을 아시는 것일 것입니다.. 친정모친이 가을이면 빠지지 않고 제게 주시는는 것 중의 하나가 콩나물 콩입니다.. 새댁 때 친구가 콩나물을 길러 먹는다기에 모친께 나두 콩나물을 기르고 싶다고 하였다가 한 해도 빠짐없이 콩나물 콩을 제공해 주시는 통에.. 처음 .. 일 이년은 즐거웠으나 세월이 흐른 지금은 발등(?)을 찍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러나 나의 심정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제 모친은 콩을 농사지은신 것도 아니면서,, 주위에서 농사 지은 것을 순수 우리 농산물이라고 일부러 구입해서 주십니다.... 저는 해마다..그 때문에 이 콩나물을 꼭 길러야만 했습니다.. 바빠서 한두번 길르다 잊기도 하도 해걸이를 한 콩도 해마다 속출 합니다.. 올 해도 어김없이 콩나물 콩이 배달되어 왔습니다.. 한 2~3kg 정도를 주시는 데.. 까만 색갈의 조그마한 준열이콩.. 콩 자체는 정말 이쁩니다..ㅎㅎ 한 두 주먹정도의 콩을.. 따뜻한 물에 한 두시간 담구어 두었다가 조그마한 화분에 화분구멍에 가아제수건이나 양파망을 깔고 불린 콩을 담아 싱크대에 올려 놓고 아침 저녁으로 듬뿍 물을 주면.. 여름이면 사 오일 겨울이면 일주일 후 부터 먹을 수가 있습니다.. 정말 고소합니다.. 아직 작년 것도 소비를 다 못한 터라.. 올해는 한꺼번에 많이 길러서 친구들에게 콩나물을 나누어 주고 .. 또 콩도 빨리 없애야지 하는 생각에 콩을 듬뿍 물에 담갔습니다.. 자그마한 화분으로는 아니될 것 같아서 몇 년전 모친이 주신 미니 프라스틱 콩나물 재배하는 통이 샐각났습니다.. 창고를 뒤져 겨우 찾았습니다.. 통에 불린 콩을 담았더니 거의 통으로 가득 되려합니다.. 통 놓인 자리가 생각보다 많이 차지하긴 하였지만.. 일주일만 고생하면 되는 관계로 역시 싱크대에 올려 놓고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었습니다.. 이틀 후 부턱 싹이 돋아 났습니다.. 그리고 삼일째는 재법 콩나물 모양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사일째 되던날 이 콩나물 통 위로 쑥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 윗 부분의 콩들이 이제서야 싹이 트는 것들이 속출하더니 물을 주면 땅바닥으로 헤딩하며 통 밖으로 탈출을 합니다. 오일 째가 되었습니다.. 밑의 부분은 콩나물이 되어 뽑혀지는데 위의 콩들은 여전히 콩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밑의 콩나물을 뽑을 수도 없었습니다.. 하루가 지나면 괜찮아 지겠지... 콩나물 통의 뚜껑이 무거워서 자라지 못했나 하는 생각에 뚜껑을 없애고 천으로 덮었습니다.. 육일이 지났습니다.. 밑의 부분이 너무 자라서 쑥 올라 왔는데.. 윗부분의 콩나물은 함흥차사입니다..... 콩나물 색깔도 파랗게 되어있었습니다.. 왜? 파랗지?? 생각을 하다가 끈으로 통위로 쑥 올라온 부분을 묶어서 지래대 역할을 하게하고 다시 천을 덮었습니다.. 이리저리 헤집어서 커다랗게 자란 콩나물을 뽑아서 처음으로 콩나물 국을 끓였습니다.. 칠일째가 되었습니다.. 일어나 보니 싱크대가 난리가 났습니다... 사방 팔방에 콩나물 천지입니다... 통 위로 쑥 올라온 밑의 부분의 콩나물이 윗 부분의 콩의 무게에 견디다 못해 쓰러져 있었습니다... 윗부분의 콩나물은 완성되지 도 못한 짱딸막이 콩나물들이.. 반항이라도 하듯이 처량하게 말라서 흩어져 있었습니다.. 아랫부분의 콩나물은 너무나 길어서 콩나국용으로 쓰임을 할 수가 없는 나물으로 밖에 쓰임을 다할 키다리 콩나물이 콩나물 통에 남아서 버티고 있었습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콩을 미숙한 콩나물 기술자 눈에는 나름대로 크다고 생각한 통에 넣고 길렀으니 콩나물 통이 수용을 하지 못하고 제대로 길러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다듬고 껍질 벗기고 하다보니 콩나물국 끓이는데 한시간이 걸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집 오늘 식탁엔.. 김치와 김과 콩나물 무침..콩나물 국.. 남편이 식탁에 앉아 식탁을 휙 둘러봅니다.. 무언가 말하려다 참는 것 같았습니다... 시간상 반찬의 가지수가 너무 적었던 것입니다.. 콩나물을 이 봉투 저 봉투 다섯개에 분배를 하였습니다.. 이쁘게 길러서 친구들과 나누어 먹고 싶었던 내가 바랬던 콩나물 싸이즈는 분명 아닙니다.. 색깔도 노랗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그 아까운 콩나물을 버릴 수도 없고 어떻게든 처치는 하여야합니다.. 오후에 이 미숙한 콩나물을 친구에게 배달을 하렵니다... 내년에는 꼭 잘 길러서 맛있는 콩나물을 주겠노라고 말하고 말입니다.. - 콩나물에서 인생을 배우고 있는 파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