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이는 낙서

토요일 아침의 작은 소란..

파도의 뜨락 2005. 2. 17. 22:32

 

 토요일 아침의 작은 소란..

  

 

오늘은 국경일 쉬는 날이랍니다.~!

매일 일찍 일어나던 터여서

모처럼 쉬는 날 늦게 일어나려고 했는데

남편은 출근을 해야 한다고 저를 깨웁니다.

아침식사가 끝나고 출근 준비하는 남편을 보다가

퍼뜩 한번 쯤 회사까지 태워다 주고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심 쓰는 척 태워다 주겠다고 자청을 했습니다.

남편은 힐끗 저를 한번 쳐다보고는

저의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대답이 없습니다.

그래서 큰소리로 몇 번을 더 졸랐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냐고 하면서

얼토당토 않는 제안이었는지 아예 대꾸도 안하여 주었습니다.

그래도 굽히지 않고 두어 번 더 채근을 했으나.

저의 운전 실력을 믿지 못하는 남편은

계속되는 제 채근이 웃음이 나오는지

이번에는 달래가며 괜찮다고 하면서 출근을 하여버렸습니다.

다른 친구들도 남편을 출근시킨다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어

오늘 같이 쉬는 날 남편을  태워다 주고

운전을 잘한다는 소리와 고맙다는 말도 듣고 싶었건만

남편이 단박에 거절하기에 좀 껄끄러웠습니다.

남편이 나간 후.아이들은 아직 잠자는 중이고.

다시 잠자기도 그렇고 하여서

컴퓨터에 앉아서 이 곳 저 곳을 검색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출근 했던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밖에 나가서 생각하니 좀 그랬는지

제게 차를 가지고 나오랍니다.

후다닥~!!!!!!!!!!!!!!!!!!!!!!

재빨리 차 키를 집어 들고 주차장으로 달려 나갔습니다.~!

 

으흠~!

이렇게 운전해서 남편 출근 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났습니다.

남편은 아파트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남편 옆에 차를 세우니 남편이 운전석 쪽으로 옵니다. 잉??

그러더니 저에게 조수석에 앉으랍니다.

잠시 입을 삐쭉여 보았지만, 반항해도 소용없었고

무언의 실랑이를 몇 번하다가 운전석을 넘겨주고 말았습니다.

남편이 운전석에 앉고 내가 조수석에 앉고 출발을 했습니다.

남편회사로 가는 중에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비가 내리니 차가운 공기로 스산해 졌습니다.

괜히 따라왔나 하는 후회도 들기도 하였습니다.

그래도 정답게 이야기 해 가며 내린 비속을 달렸습니다.

남편이 회사 정문 앞에서 멈추었습니다.

남편이 내리려다가 갑자기 생각이 났는지 다시 차를 출발을 합니다.

그러면서'저기 유턴하기 어렵게 보이지?? 내가 돌려줄게' 

‘ㅡㅡ;;’

저의 운전 실력을 믿지 못했던 남편은

대답을 듣지도 않으면서 차를 삥 둘러 유턴까지 해주고

제가 출발 할 장소에다 안전하게 정차하고 나서야

제게 운전석을 넘겨주었습니다.

“당신은 어찌 퇴근하려고? 내가 데리러 올까?"

하고 운전석을 넘겨받으며 남편에게 묻자

남편이 피식 웃습니다.

'걱정 마셔~! 그리고 운전이나 조심히 하고 가!'

그리고는 뒷좌석에서 우산을 찾아서 펼쳐들더니

회사 쪽으로 횡단을 하려고 횡단보도 앞쪽으로 걸어갔습니다.

미쳐..!!!

갑자기 비가 억수같이 더 내리는 것입니다.

남편이 보이는 데서 더 멋지게 운전을 하고 가야 했는데.

갑자기 양동이처럼 쏟아 붓는 비에 저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백미러 안보이고..., 앞뒤 분간이 안 되고..., 차는 계속 밀려 들고...,

전후좌우 간신히 살피며 출발을 해 보려고

아무리 애를 써 보아도 정말 앞이 안보였습니다.

그리고 어찌어찌 제 눈에 띄는 것은

남편이 횡단도 못하고 그 비속에서 제 차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안절부절 어쩔 줄 모르고 화만 났습니다.

안되겠다 싶기도 하고 자포자기 같은 생각도 들면서

아무튼 그냥 출발을 해버렸습니다.

다행히 마침 신호가 걸렸는지 차들이 없어서 무사히 출발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진땀을 흘려가며 출발을 하였으나

어찌나 비가 쏟아지는지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애꿎은 와이퍼만 마구 흔들어가며 방정맞은 운전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생고생을 하게 하였던 무심한 비는

차가 집에 도착할 즈음에서야 멈추었습니다.

멋지게 남편 출근시키려 했던 저의 작은 소망도 달성하지도 못하고

아침부터 요란한 쇼를 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저는 아직도 남편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운전 실력이었나 봅니다,

제게는 언제쯤 남편을 멋지게 출근시킬 날이 있을까요.

 

  -  작은 소란으로 한심하게 아침을 보내는 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