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이는 낙서

움추러든 내마음에 전염병이네..

파도의 뜨락 2015. 6. 19. 16:27

 

내마음에 전염병이네..

며칠 전부터
오른쪽 옆구리가 벌레가 물었는지 따끔거립니다.
하도 가려워 옷을 치켜들고 자세히 피부를 살펴보니
땀띠처럼 토실거리는게 두어 개 보이기는 하지만  딱히 가려움을 줄만한 것은 아닌 것 같고
 피부가 깨끗한 게 외관상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딸애에게 등을 보여주며 뭐가 보이냐고 하니까
커다랗게 벌레 물린 곳이  등 쪽에 하나 있다고  스맛폰으로 사진을 찍어 보여주었습니다.
그게 가렵기만 하지 아픈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이상하게 피부가 아프고 따끔거립니다.
계속 따끔거리고 무엇이 쏘는 듯이 찌릿 거리고 가려워집니다.
그렇게 삼일을 버티다가 남편에게 얘기하자
본인이 대상포진을 앓을 때 증세라며 병원에 다녀오라고 합니다.
설마 무슨 대상포진이나 생각하고
이삼일을 더 버텼습니다.
그러나 피부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계속 증세가 호전되지 않고 무엇이 쏘는 것처럼 따끔거립니다,
 
어느 날 아침 결국 참지를 못하고 정말 가기 싫은 병원에 가고 말았습니다.
시국이 시국이니 만큼
손 장갑에 입마개를 하고 물휴지를 가방에 넣어놓고
그야말로 완전무장하고 
 병원 접수를 하고 내 이름 호명하기를 대기했습니다.
우리 집 부근에 위치한 병원은
 정형외과와 내과 요양병원을 겸함 중소병원입니다.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데 오늘 보니
병원 접수 대기실에 손님이라고는 나와 나이든 어르신 둘 뿐이었습니다.
십일 전 감기로 이곳에 올 때와는 완전히 다른 페이스입니다.
나는 멀찍이 어르신과 떨어져 앉았습니다.
입마개를 쓴 간호사 둘은 접수대에 앉아 있고
입구에서 사람들에게 손소독제와 1회용 장갑을 나눠주려 대기하고 있는 간호사도 보이고
내과 담당 간호사가 왔다 갔다 하는 게 보였습니다.
정말 썰렁한 병원이 되어있었습니다.
병원 입구에서 '우리병원은 메리스 안심병원입니다,' 라는 문구를 보았건만
글귀가 무안하게 이리도 사람이 없을 수 없었습니다.
어쨌든 기다리지 않고 의사선생님을 빨리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 역시도 마스크
환자인 이 몸도 마스크
옆에 대기하고 있는 간호사도 마스크..
참 묘한 진료실 이였습니다.
대상포진인 것 같다는 내 말에 내 피부를 보시더니
' 발포가' 가보이지 않는다며
증세는 비슷하지만 발포가 보이지 않으면 대상포진을 확신할 수 없다며
바이러스 제를 뺀 신경치료약만 주시며
민감한 사람은 이 약을 먹고 수면제처럼 잠이 올 수 있다며
팔포가 보이면 즉시 병원오라며 진료를 끝냈습니다.
재빠르게 접수 실에서 처방전을 받아들고
약국을 향해 가면서 찝찝한 이 여운이 참 묘했습니다.


병원 다녀온 지 사일 째
겨우 한번 약을 먹고 기절할 듯이 밀려오는 잠 때문에 열 두 시간을 자고 난 뒤
약도 끊고 참고 있습니다.
발포가 없어 대상포진은 아닌 것 같으나
 여전히 옆구리는 가렵고 가끔 톡톡 쏘는 통증이 동반하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이 환자
열불 터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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