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지나면서
더위를 방어해야 할 방패들이 하나둘 꺼내어지고 있다.
아주 어렸을 적에는 자연 바람과
할아버지가 부쳐준 부채의 바람으로도 시원하다며 살았던 것 같은데
더워지는 기온 탓에 옛 추억만 남기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갔다.
이젠 인공적인 바람 만드는 도구에 익숙해져서
그 도구들이 없다면 여름을 누리며 살 수가 없어졌다.
선풍기 있던 시절엔
그 바람세기에 반하여 더 없는 여름 친구라며
살림살이 필수품으로 장만하지 않았던가.
세월이 조금 더 입혀지더니
문명의 발달 덕으로 좀 더 센 에어컨도 등장했다.
그 시원함이 춥다 할 정도로 좋아서
그만 면역이 되어버렸다.
이젠 온 지구가 에어컨이 없으면 못사는 세상이 되었다.
어디 바람뿐이랴~!
생각해보니 여름나기가 참 고단한 것 같다.
여름 생활에 필요한 것들
챙길 것이 하나 둘 더 많아진다.
파라솔도, 모자도, 선글라스도 그리고 썬 크림도…….
심지어 쿨 토시, 쿨 목티.. 쿨 입마개도 생겼다.
여름 필수품이며
다 여름을 방어하기 위한 방패이다,
요지경 세상이 이 되어가면서 그 만큼 필요한 것들이 많아져버렸다.
추억의 여름 물품들이 사라지고
신종 물건에만 의존하게 만들어진 여름의 날씨!!
미운 요즈음의 날씨변화 …….
참 덥다.
인생의 반백년
길어진 인간의 수명으로는 많은 세월을 산 것도 아닌데
벌써 몇 가지의 여름방패들이 내 손을 거쳐 갔다.
여름아~!! 여름아…….
반백년 남은 나의 생애 동안
또 얼마나 더
많은 신종물건들을 만들어 낼 거니~!!!
여름용 샌들을 꺼내며
생각에 생각이 더하여지는 여름날.. - 파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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