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이는 낙서

미장원 에서..

파도의 뜨락 2012. 3. 23. 06:24

 

 

 

미장원 젊은 언니는 

나의 뒷머리를 늘어뜨리며 풍성하게 머리를 자르는 중이다.

“제발 뒷머리 좀 자르시용.

난 뒷머리 치렁치렁 거리는 것이 싫단 말 이용~!”

“ㅋㅋㅋㅋ 잠시 만요,,

윗머리를 먼저 정리하고요,~!”

미장원언니는 내 반응에 낄낄거리면서도

선뜻 뒷머리를 정리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난 깔끔하게 정리된 머리를 좋아한다.

그런데 미장원 언니는 내 바람하고는 다르게

내가 싫어하는 풍성한 머리스타일을 만들어 놓아서

늘 나를 당혹하게 만들어 놓는다.

그리하여 자르라는 둥... 안 어울린다는 둥 하며

한바탕씩 가벼운 실랑이를 벌이곤 한다.

그 이유를 미장원 언니도 나도 알고 있다.

난 나의 얼굴과 조화도 물론 보지만

바쁜 출근시간이 쫒기는 아침에

빠른 머리손질이 용이한 깔끔한 스타일을 원하고

미장원 언니는

전체적인 머리 모양을 캐치하기에

사람얼굴과 무관하게

머리 스타일만으로 완성도를 따진다고 한다.

나이 연배의 머리 스타일인지.

파마 모양이 잘 만들어졌는지.

머리 스타일이 잘 꾸며졌는지 만 보인다고 한다.

그 차이점이 많이 있다고 하였다.

손님이 앞머리 뒷머리 이상하다고 하여도

미장원 주인 입장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고

전체적인 머리나 컬 모양이 좋으면 좋게 보이기에

손님이 원하는 기준이 잘 안 보인다고 한 적이 있었다.

손님들은 머리칼 한 올이라도 맘에 들지 않으면

곧 신경이 쓰이며 집착을 하게 되는 것이 이해는 되지만  

그 일에 같이 흔들렸다가는 망치는 일이 다반사여서

최대한 손님과의 의견조율을 마친 뒤 

본인 기준의 조화에 어울리는 스타일대로 일을 한다고 하였다.

그렇지만 나는  내 의견은 어울리지 않은 그 풍성한 스타일은 싫다,

머리에 뒤집어 쓴 가발처럼 보이는 그 스타일은 정말 싫어한다.

각자의 개성을 캐치를 하기 힘들기는 할 것이라는 게 이해가 되지만

아무래도 나는

내게 어울리지 않은 그 풍성한 스타일은 딱 질색이니.

항상 미장원 언니에게 반항을 하며 기싸움을 하고 만다.

 

많이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짧게 깔끔하게만 컷을 해 주고 중간 로트로 파마를 해 주면

난 출근시간에 드라이를 재빠르게 할 수 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언니는 항상 내 머리를 요리조리 살피다가

뒷머리를 길게 늘어뜨려 파마를 하려하고

그 스타일을 보고 난 질색을 하여 다시 가위질을 하게 한 적이 부지기수다.

언젠가는 머리를 하는 동안 깜박 졸면서 참견을 하지 못했었는데

그 사이 나를

어느 시골 다방에서 분위기 즐기는 마담 스타일을 만들어 놓은 적도 있었다.

나보다 나이도 많이 젊은 이 미장원 언니는

다른 내 친구들은 군소리 없이 머리도 예쁘게 잘 꾸미어 주던데

유독 나에게는 그 짧은 스타일이 안 어울리는 것인지

무척이나 신경 쓰이게 파마를 하려한다.

그래도 난 가만 있을 수가 없다.

아직은 풍성한 스타일은 질색이니~!!

' 그 뒷머리 머리 좀 자르시요 머리 쫌~!' 하며

다시 실랑이를 벌이게 된다.

 

미장원언니의 까탈스러운 고객이 되어 버린 지 가 몇 년이 흘렀나..

어김없이 그 전의 기억을 싹 잊어버린 듯

동네 자그마한 미용실에서는

머리를 짧게 하라 커니..하며 소리를 지르거나

맘이 시키는 대로 풍성하고 예쁜 스타일을 고집하거나 하면서

서로의 스타일을 우기다가

반반의 섞임으로  머리스타일은 완성되어 가고

작은 에피소드를 만들어 가며 시끄럽게 떠들고 있다.

 

 

 


 

 

 

나와 내 친구들이 미장원 주인을 미장원 언니라고 부른답니다.

이글을 쓰며 미장원 주인 호칭이 참 애매하였습니다,

미장원 언니라 칭하는 것을 이해해 주세요.

미장원 아줌마라 부르려니 이상하고

미장원 주인이라고 하자니 인정 없이 보이고

그래서 제가 부른 대로

미장원 언니라고 칭한 대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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