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이는 낙서

김치찌개에 사랑을 싣고`!!!

파도의 뜨락 2011. 9. 9. 19:02

 

아들아이가

며칠 전부터 김치찌개를 끓여 달라고 성화다.

뭐 대단한 음식도 아니기에 끓여 주마고 약속 하였다.

그런데 저녁때만 되면 잊어버리게 되고

끓여야지 생각만 하고서 며칠을 보내 버렸다.

아들애가 식탁에 앉아서 채근할 때만 생각이 나는 것이었다

퇴근길 큰맘을 먹고 김치 찌개용 돼지고기를 사왔다.

남편이 싫어하겠지만

냉동실에 넣어두고 몇 번 더 끓일 고기와

딸애가 좋아하는 두부와 내가 좋아하는 콩나물까지 잔뜩 사왔다.

 

그리고 저녁시간

이년 묵은 김치와 돼지고기 앞다리 살을 듬뿍 넣고

대단한 김치찌개를 끓이기 시작했다.

보글보글 끓는 찌게 냄새가 주방에 진동한다.

그 냄새에 반했는지 딸애가 주방으로 와서 몹시 기뻐해 한다.

'참치 넣지 않았어? 냄새가 돼지고기 같은데?"

그러면서도

동생에게 빨리 들어오라고 전화질까지 하는 것을 보면

꽤나 기분이 좋은 모양인 것은 확실하다.

뭐 대단한 음식도 아닌데

저렇게 행복해 하나 하고 웃음이 나왔다.

 

우리 집 식구들은 김치찌개를 좋아한다.

김치찌개를 좋아는 하지만

입맛들이 특이하여 종류를 좀 틀리게 좋아한다.

남편은 얼리지 않은 생고기에

비계가 조금 섞인 볶음 수준의 자박한 김치찌개를 좋아한다.

나는 콩나물과 두부가 섞이고 고기는 거의 없는 국물이 개운한 김치찌개를,

딸아이는 참치가 들어간 김치찌개나 두부가 많은 김치찌개를 좋아하고

아들아이는 비게 가없는 돼지 살코기만 들어간 김치찌개를 좋아한다.

그렇다고 일일이 한명씩 끓일 수는 없으므로

돼지고기가 많이 섞인 김치찌개를 가장 많이 끓이게 되었다.

그 찌게에 두부를 넣어서 두부만 골라서 딸애를 주고

비게 섞인 고기는 남편에게 주고

살코기만 듬뿍 골라서 아들을 주고 하면 되므로

고기가 들어 간 김치찌개를 가장 많이 끓이게 되는 것이다.

나의 취향인 콩나물이 들어간 김치찌개를 식구들이 좋아하지 않기에

제일 희생이 많아 자연스레 끓이지 않게 되었다.

그 동안 노하우도 쌓이게 되어 남편이 저녁을 먹고 들어오는 날에는

살코기 김치찌개나 참치 김치찌개를 끓이게 되었고

또 애들이 저녁을 먹고 들어오는 날에는 남편을 위한 김치찌개를 끓이게 되었다.

아주 드물지만

나를 위해 콩나물을 잔뜩 집어넣은 맑은 김치찌개를 끓여 먹기도 한다.

그 김치찌개 하나가

왠지 모를 포만감과 그날 식탁에서의 만찬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김치찌개가 완성이 되었다.

처음에 아들을 위해 끓이려고 살코기를 많이 넣어졌었는데

딸애가 알짱이는 것을 보니 두부도 아니 넣을 수도 없었기에 두부를 넣었고

콩나물이 들어간 나만의 김치찌개도 먹고 싶은 맘에 

찌게 냄비 한쪽에 콩나물도 조금 넣어버렸다.

그러다 보니 공동 분배용 김치찌개가 되어버렸다.

만족~!!!

 

저녁 밥상을 차리려는데

남편에게 걸려온 전화 한통~!!

'나 저녁 먹고 들어가네!!!'

매일 저녁 식탁에서 맛없는 반찬 해준다고 젓가락데모나 하지 말고

요런 날 일찍 들어와서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꼭 맛있는 요리나 정성들여 저녁을 밥상을 차릴 때면

어김없이 저녁을 밖에서 먹고 들어오는 미운 남편이다

남편에 대한 아쉬움을 떨어버리고

아이들과 함께 식탁에 앉았다.

콩나물만 골라서 내 째게 그릇에 담고

취향대로 딸애에게는 두부를 많이 넣고

아들애에게는 살코기를 잔뜩 넣어서 듬뿍 개인 그릇에 담아 주었다.

아이들이 정말 맛있게도 먹어댄다.

저렇게 좋아하는데 매일 김치찌개만 끓일까???

좋아~!

내일 저녁식탁도 김치찌개 낙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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