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이는 낙서

상쾌란 무엇인가......

파도의 뜨락 2011. 6. 15. 14:38

 

 

우중충한 날씨

그러나 왠지 기분이 개운한 아침이다.

마음처럼 산뜻한 옷차림으로 출근시간에 맞추어  집을 나섰다.

오늘 신은  예쁜 구두가  눈에 확 뜨여 더 기분을 맑게 해 주었다.!

신발장에서 눈에 걸리는 데로 꺼내 신은 것이었는데

액세서리가 화려하게 박힌 뒷굽 없는  샌들구두다.

몇 주 전에 할인매장에서 만원에 횡재한 기분으로 산 것이다.

사놓고는 신발장에 넣어두었다가 까맣게 잊고서 신지도 못했었는데

오늘 눈에 띄어 신고 나왔다.

구두에 박힌 화려한 액세서리들이 우중충한 날씨에 기분풀이가 되었는지

괜스레 웃음도 나오고 하며 기분이 상쾌하여진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현관을 나서고 보니

하늘은 내 기분을 맞출 의사가 없는지 약하게 비가 내린다.

우산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는데 다시 올라가서 우산을 들고 오기도 뭐하여서

그냥 비를 맞으며 주차장 쪽으로 뛰어갔다.

몇 발자국 걷지도 않았는데 샌들에 비가 스며들었다.

물기 때문에 그 예쁜 신발이 미끈거리고 벗겨져서 뛸 수도 없었다.

간신히 주차장에 도착하여 지하 층계참을 내려왔다.

운전석에 앉아서 젖은 스타킹을 벗어가며 '에이~~!' 소리만 읊어대었다.

‘아침부터 날궂이를~! 상쾌는 무슨~!!!’

 

역시 비가 내려도 상쾌한 아침 공기

자그마한 2차로에서 자동차 신호 대기 중이었다.

그 짧으면서도 마음은 정말 긴 신호의 기다림 속에

잠시 길가에 눈길을 돌리며 한 눈 파는 중이다.

신호대기만 되면 습관적으로 길 건너 바라보는 것이

운전 중 피로를 푸는 일과가 된지 오래 되었다.

마침

멋진 외제차 한대가 반대편 차로 갓길에 정차를 한다.

차로가 비좁고 정차할 곳도 아닌데 그곳에 정차를 하는 것을 보니

대단히 배짱이 큰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모르게 한마디가 불쑥 튀어나온다.

' 아깝군!!

외제차씩이나 몰면서 어울리지 않게 저런 곳에 왜 멈추나~! '

머리를 시원스레 젤로 멋을 내고

조끼에 스키니 바지를 깔끔하게  차려입은 멋쟁이 청년이 운전석에서 내린다.

'멋지군!'

금방 한탄했던 것도 잊고서 청년의 차림에 순간 반하여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넋을 잃고 구경을 하는데 

그 청년이 불쑥 길거리에  침을  뱉는 것이 보였다.

못 볼 것을 본 뒤  순간 기분이 확 나빠진  난

상쾌하였던 아침 공기가 금세 찝찝하여지고 말았다.

' 아으~~~에이~!! 정말 인물 값 못하네!!!'

괜스레 짜증이 밀려와 “에이~!” 소리만 남발하고 말았다.

 

점심에 친구와 약속이 있었다.

차를 주차하고 마침 비가 그치어 약속장소까지 걸어가는데

내 앞에  민소매에 짧은 치마를 입은 쭉쭉 빵빵 좀 앳된 아가씨가

연두색 커버를 씌운 스마트폰으로 수다를 떨며 마구 웃어가며 걸어간다.

그 맑은 목소리

저 맑은 피부

저 맑은 옷차림~!

부럽다 정말 부럽다~!!

그 발랄 상쾌한 목소리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져서

천천히 아가씨와 보폭을 맞추며 뒤를 따라 걷게 되었다.

그런데 언뜻 아가씨 뒤 팔뚝에 모기 물린 상처가 보인다.

긁어대어 염증이 생겼는지 제법 모양새가 크다.

그 아가씨의 목소리만큼 차림새도 완벽함을 기대했던 난

꼭 없어야 할 것이 있는 것처럼 실망을 하고 말았다.

' 아가씨~! 밴드라도 붙이고 나오지 어울리지 않게~!'

그러다 나의 뻘 생각에 어이가 없어져서 그만 웃어 버렸다.

나의 웃음소리가 조금 컸는지

전화를 하다가 아가씨가 고개를 획 돌려 나를 빤히 쳐다본다.

아주 이상한 아줌마를 보듯 아주 빤히~

염치없어진 난 아가씨에게 싱긋 웃어주고

재빠른 걸음으로 아가씨를 앞질러 걸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난 외쳤다.

'개뿔·! 그놈의 상쾌함이 뭐라고~!! 창피하게 웃고 난리였데~~~!'

 

 

분명 상큼한 맛일 터인데

그러나 눈으로는 결코 상쾌하지 않은 찝찝한 살구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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