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이는 낙서

나의 왼손잡이..

파도의 뜨락 2011. 1. 19. 07:55

 

 

 

점심에 식사를 하는데

비좁은 식당 통로 쪽에서 밥을 먹던 나는

사람들의 들락 임에 오른쪽으로 밥을 먹던 내 팔이 불편하여

망설임이 없이 젓가락을 왼손으로 바꾸어 잡았습니다.

그리고 이내 식사를 하는데

완벽하게 젓가락질이 되질 않고 어설픈 손동작으로 음식을 집게 되는 것입니다,

'풋~!'

습관이란 참 무서운 가봅니다.

이십년을 넘게 오른손을 사용하다보니

이젠 오른손으로 식사하는 것마저도

나의 왼손잡이를 이겼나 봅니다,

문득

이젠 되려 왼손을 사용하는 것이 몇 가지나 되는 지

세어 볼 수준까지 되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는 태어날 때 왼손잡이로 태어났습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왼손으로 활동하며 지금까지 잘 살고 있습니다.

제 삶의 반을 훌쩍 넘기는 동안에

왼손만 사용했던 것이 아니고

오른손을 더 많이 쓰려고 노력을 하여서

지금은 오른손과 왼손을 같이 사용하여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양손을 다 사용을 하여도

반사적으로 먼저 반응하는 것은 왼손이고

오른손의 힘이 약한 것을 보면 아직도 왼손잡이가 맞습니다.

 

서양인인 들은 왼손잡이가 우리나라보단 많다고는 하지만

세계적으로 왼손잡이들은 10% 미만이랍니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확실치는 않지만 3% 미만이라는 글을 어디서 본 것 같습니다.

문화적으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왼손은 안 좋은 이미지가 많아서

태어날 때 왼손잡이여도

오른손 사용하게 하여 양손잡이로 살게 된다고 합니다.

요즈음 우리나라도 왼손을 사용하는 사람이 눈에 많이 뜨입니다.

왼손으로 밥을 먹고 글씨까지 쓰시는 분들을 보면

특히나 제 눈에는 예뻐 보이고 대견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내가 왼손을 사용하여 남의 이목을 끈다는 것을 안 것이

어렸을 적에  밥 먹는 것과 아이들과 놀 때였습니다.

그 땐 놀이거리가 없던 때라

동네 아이들과 놀 때에는 공기놀이, 머리핀치기놀이 , 공치기놀이, 비석치기 등

손으로 노는 때는 어김없이 왼손이었기에 애들이 놀리기도 했었습니다.

밥은 왼손으로 먹다가 어른들께 혼나면 오른손으로도 먹을 수 있었는데

놀이 때는 누군가의 터치가 없었기에 맘껏 왼손을 사용하게 되었나봅니다.

그리고 조금 더 큰 후에

일상생활 모든 것을 다 왼손이 주가 되어 사용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어렸을 적에 조부모와 산 덕에 

어리광으로 고집을 부릴 수 있게 자라서 그랬는지

왼손잡이로 맘껏 고수하며 살았었습니다.

다행히(?) 학교에 입학을 한 여덟 살에 부모님 집으로 옮겨와서

엄마의 교육으로 무진장 많이 혼이 나고서

글씨 쓰는 것과 가위질과 칼질하는 것을 고쳤고

결혼하고서 밥 먹는 것도 고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는 오른손으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물건을 집는 일이라든가

모든 일이 왼손이 먼저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세 가지를 오른손으로 사용하기에

두 손을 사용하는 빈도가 골고루 분배되어 양손잡이쯤으로 살게 되었습니다.

 

내 손에서 쓴 글씨는 힘이 들어가질 않는지 글씨가 예쁘질 않았어도

왼손잡이가 오른손으로 바꾸어서 그러려니 하고 위로를 하고 살고 있습니다.

무슨 칼이든 내가 칼질을 하면 왠지 서툴러서 손을 자주 베어서

옆에 사람들이 불안해서 칼을 빼앗아버리기 일쑤이지만

그래도 어설 피라도 왼손으로 사용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젓가락질을 바꾸기는 참 힘들었습니다.

결혼 전 까지 왼손으로 밥을 먹었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나서 어느 날 시부모님과 식사를 하는데

시아버님이 엄중히 부탁을 하는 것입니다.

밥을 오른손으로 먹을 수 없냐고..

좀 고쳤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이십오 년 전 그 시절에 며느리가 왼손으로 밥 먹는 것이 불편하셨나봅니다,

시아버님 명령이기도 하였지만

나이들면 고칠려고 맘도 먹었던 차에

좀 늦은 나이였지만 젓가락질 바꾸기에 도전을 하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열심히 노력을 하였습니다.

다행히 오른손으로 글씨도 쓸 수 있었고

칼질도 할 수 있었고 가위질도 할 수 있었기에

밥 먹는 것은  어렵지 않게 바꾸어 질 줄 알았습니다.

몇 년 동안은 한참 먹다보면 왼손이었고

재빨리 오른손으로 바꾸기의 연속이었습니다.

의식적으로 오른손으로 먹어야지 하고

젓가락질 하기를 몇 년이 걸렸던 것입니다.

또 몇 년이 더 흐른 후에는 양손으로 다 거리낌 없이 사용하게 되었고

그러다가 차츰 오른손으로 먹어지더니

몇 년 전부터는 왼손으로 밥은 전혀 먹을 생각조차 못할 만큼

오른손으로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 눈에 뜨이질 않으니 입에 오르내림이 적어지고

그래서 이젠 저 조차도

밥 수저 바꾸는 것만으로도 왼손잡이인 줄 모르고 살고 있습니다,

위대한 전향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그 영향인지

잡다한 것들이 왼손보다는 오른손 사용량이 많아지더니

하나 둘 오른손으로 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자연스레 이젠 왼손잡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확실한 양손잡이가 된 듯 하여 뿌듯하여지려고 하였습니다.

왼손이 힘이 없어졌으니 다시 왼손으로 밥을 먹어볼까 하고

쓸데 없는 고민도 하여봅니다..ㅎㅎ

 

지금도 나의 모든 일상사가 왼손이긴 합니다.

집는 것, 잡는 것, 힘주는 것, 드는 것 등..

그러나

다른사람 눈에 보이는 것은 다 오른손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젓가락질, 칼질, 가위질,

글씨 쓰는 것??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