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이는 낙서

그 여자의 소설같은 이야기.2

파도의 뜨락 2010. 10. 28. 07:16

 

친구는

첫아이를 낳고  오년 후에 둘째를 임신하게 되었답니다.

그 오년 사이에

아주 벽촌이었던 시댁마을인 그 시골에서도 벗어나

시 부모님에게서 따로 분가도 하게 되었고

전주로 이사를 나왔답니다. 

약간 비탈진 곳에 집을 얻었어도 도시생활이 마냥 행복했었답니다.

그 사이에

첫아이 낳을 때  죽을 뻔 한 사건은 까맣게 잊어버렸고

아이 키우기에 정신없이 살다가 둘째를 임신하게 된 것이었답니다.

그리고 그녀의 두 번째 소설 같은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어느 날

남편은 둘째 시누이네 집 짓는데 도와주러 가고

집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데

양수가 터졌다.

아직 예정일이 일주일이나 남았는데

무엇이 급했는지 양수가 터져서

아기를 낳으러 급히 병원에 가야했다.

시누이집이 새로 집을 지은 터라 전화도 없고

휴대폰도 없던 시절이었고

남편에게 삐삐마저 없었던 터라

남편에게는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또 이웃에 도움을 청할 사람도 없었다.

할 수없이 혼자서 애를 낳으러 병원에 갈 생각을 하였다.

마침 첫애 때 집에서 낳아 고생을 하였던 터라

둘째는 병원에 가서 애를 낳을 생각에

미리 아기 낳을 가방까지 미리 준비해 두었었다.

급히 집안을 정리하고선

아기 가방을 챙겨 한쪽 어깨에 둘러메고

다른 한 손에는 다섯 살 아들아이 손을 잡고

만삭인 배로 언덕진 비탈길을 조심조심 걸어 내려왔다.

그리고 그때부터 배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택시를 탈 생각도 못하고 시내버스 타고 종합병원으로 갔다.

 

아기를 낳을 거라는 생각에  병원에 도착을 했는데..

배가 남산만한 임산부와 다섯 살 꼬마가 손을 잡고 서서

애를 낳으러 왔다하니 

간호사가 기가 막힌다는 듯이 바라보더니.

보호자가 있어야 애를 낳을 수 있다고 보호자를 데려와서 입원 수속을 하라고 하였다.

남편과 연락을 못하고 왔던 터라 망설이고 있었더니

간호사가 와서 친절히 설명까지 하며,

다섯 살짜리 아들아이를 보호자로 할 수도 없고

또한 다섯 살짜리 아들아이 때문에 더더욱 아이를 낳을 수 없다고

그러니 빨리 보호자를 연락하여 데려오라고 채근한다.

진통으로 배는 아프고 아들아이는 겁을 먹었는지 울어 재끼는데

그 처량함에 맘까지 급하여 울고 싶어진다.

애타 하다가 병원 번호로 급히 둘째시누이 남편 삐삐로 연락이 되어서

남편과 겨우 연결되어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남편은 일을 하다가 말고 갈 수가 없으니

그냥 병원 분들께 부탁을 하고 낳고 있으라고 대답만 하였다.

아들아이 때문에 병원에서 받아주지 않으니 어떠냐고 하였더니

시내에 사는 큰 시누이에게 연락을 하여서

아들아이를 데려가라고 할 터이니

어떻게 하든 그곳에서 애를 낳아야지 어떻게 하겠냐고 하였다.

할 수 없이 대기실 의자에 앉아서

아들아이 붙잡고 진통을 해가며 시누이를 기다렸다. 

점점 진통의 시간은 짧아져 가고

아파서 지쳐 갈 즈음에 큰 시누이가 도착을 하였다.

그러나 시누이는 급하다며

입원 수속이나 산모 보호는 어림도 없다는 듯이 

다섯 살배기 아들아이만 손을 잡고 가면서

산모에게만 어서 들어가서 아이를 낳으라고 채근을 하더니  병원 문을 나가버린다.

'저기 형님~!

조그만 있어주면 안되세요??'

요 말이 입 밖에 금방 나왔지만 차마 큰 소리로 말을 할 수가 없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시누이 뒤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나는 어떻게 하라고 혼자 두고 가는 거야~~!'

하고 야속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미 시누이가 사라지고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산모가 혼자서 아픈 배를 이끌고 입원수속을 하였다.

산모가 수속하러 다니니 모양새가 이상했는지

보호자 어디 있냐는 소리만 들리고

보호자를 찾는 통에 너무 창피하여서 이를 악물고 진통을 참았다.

그렇게 드디어 분만실로 들어갔다.

 

분만실에 누워서 진통을 하는데

아까 일이 생각할수록 서러웠다.

아들아이 손을 잡고 버스를 타고 애 낳으러 온 것도 서럽고

병원에서 쫓겨날 뻔 했던 것도 서럽고

연락을 하면 바로 와 주지 않은 남편도 미웠고

혼자 내버려두고 가버린 시누이도 더 야속했다.

아기 낳느라 배가 아픈 것이 아니고

서러워서 울고불고 하다가 보니 드디어 딸아이를 낳았다.

딸을 순산했다는 소리가 들렸어도

좋은 줄도 몰랐고 허망하고 약이 오르기만 하였다.

입원 대기실에 나가서도 설움이 그치질 않고

계속 울고 울어서 눈만  팅팅 불었다.

그리고  지쳐서 역시나 잠이 들었다.

어렴풋이 새벽녘에 잠을 깨어 보니

대기실이 아닌 입원실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언제부터 와 있었는지 남편이 보였다.

그의 손에는 시누이집 도배를 하고 그대로 급히 왔는지

옷이랑 손에 바짝 말라붙은  풀이 희끗희끗  붙어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는

마음속에 푹 안심도 되기도 하면서

아까 참에 엄청 미워했던 그 마음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씻지도 못하고 급히 달려왔나 싶어서 엄청 반가움까지 밀려들었다.

그렇게라도 안 왔으면 평생 남편을 미워하고 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들으며

소설속에나 있어야 할 이야기가

이렇게 가까운 친구에게 일어 났었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었고

이십 몇 년 전 일이

당장 어제 일처럼 속상해서 울분만 쏟아냈습니다..

괜히 분위기가 속상하고 숙연해 져서

이구동성으로 의미없는 말을 퉁명스럽게 던질 뿐이었습니다.

" 바보같이 어떻게 그러고 살았냐??!"

" 나같으면 당장 이혼 했다~!"

" 네 시누이는 무슨 그런사람이 있다냐..

무엇이 그리 급했다고 진통하는 산모를 모르쇠하고 갔단 말이냐??"

" 이구~~ 바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