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이는 낙서

비밀(?)스러웠던 옛추억은 오늘을 즐겁게 하고,,

파도의 뜨락 2010. 11. 20. 08:12

 

 

 

오랜만에 

순천에 사는 사촌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도 웃고 떠들며 대화가 길어진다.

특별한 내용도 없으면서

언니와 나는 통화시간이 보통 삼십분이 넘는다.

부모님이야기 사촌들이야기 가족이야기..

한참 서로의 근황을 보고를 하듯이 떠들어댄다.

내겐 친언니는 없는데

양 사촌들 중에서도 언니라고는 단 한명뿐이다.

자연 내 위 언니에게 의지하는 경향이 생기면서 할 얘기가 많아지는 것이다.

다른 사촌들과는 나이차이도 나기도 하지만

각각 결혼을 하여서 전국 곳곳에 흩어져 살기에

정말 몇 년 만에 만났을 지라도

좋고 반갑기는 하지만 많이 할 이야기도 없는데

언니와는 친해서 그런지 만나거나 통화를 하게 되면 얘기가 길어진다.

 

두 살 터울인 언니와 난 각각 결혼을 하고 나서 

형부의 직장관계로 같은 지역에 산 적이 있다.

가까이 살게 되면서 두 집의 에피소드가 참 많았었다.

형부가 나의 남편보다 한살 어려서

동서 간에 대화하기가 참 애매했을 터인데도

깍듯이 형님대접을 하는 남편이었고

형부도 나의 남편을 상당히 좋아하였었다.

지금은 멀리 떨어져 살고 있지만

형부와 언니는 잊지 않고

나보다 더 전화를 자주 하여서 남편과 내게 안부를 전하곤 한다.

 

저번 주 남편하고 등산하는데

나무에 붙어있는 버섯을 발견하였다.

그 버섯을 보며

이름이 운지 버섯인가 아닌가

영지 닮았느니 아니다는 둥 하면서

내가 떠들고 있는데

갑자기 남편이 껄껄 웃으며 예전 추억을 얘기해준다.

 

어느 날

언니와 나를 빼고

형부하고 남편하고만 둘이서 등산을 갔었단다.

그때 등산로가 아닌 좀 험한 지역으로 등산을 하였는데

나무에 거대하게 붙어있던 버섯군락을 발견하였단다.

형부가 보더니 운지 버섯이 아닌가? 라고 하더란다.

운지버섯은 암도 치료할 정도로 좋은 거라고 하면서

산신령이 명약을 내려준 것이라고 하면서

형부가 뛸 듯이 좋아했단다.

남편은 그 때까지 운지버섯이 있는 줄도 몰랐었다가

그날 이름도 처음 들어보았고

모양도 처음 보았는데

형부가 어찌나 애지중지 하며 좋아하기에

운지 버섯이 산삼쯤이나 되는 명약인줄 알았단다.

사방팔방 이 명약(?) 버섯이 많아서

형부가 정신없이 채취하기에

남편도 덩달아서 같이 그 버섯을 채취하게 되었단다.

금새 두 남자 배낭에 욕심껏 가득이 채웠고

베낭에 가득 버섯을 담은 형부는

이렇게 좋은 명약을 그냥 가지고 내려 갈 수 없으니

산신령께 예를 드리고 가져가자고 하더란다.

남편은 좀 우습기도 하였지만

형부가 너무 진지하게  얘기를 하기도 하고

애지중지 버섯을 대하기도 하기에

같이 덩달아 진지해지더란다.

그리곤 그 버섯을 담은 배낭두개를

자그마한 바위위에 모셔 놓고

두 남자가 무릎 꿇고 큰절을

몇 번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했단다.

그리고

산꼭대기에는 오르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그대로 애지중지 그 버섯 명약만을 모시고

의기양양하게  산에서 내려왔단다.

그리고 그 길로 곧바로 한약 약재상에 감정하러 갔단다.

잔뜩 기대를 하고 약재상에 들어갔는데

약재상 주인 말이

못 먹는 버섯은 아니지만

그 버섯은 운지 버섯이 아니었다고 말해주었단다.

그 버섯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을 듣고

형부가 얼마나 실망을 하던지

옆에 있던 남편은 아무 말도 못했단다.

산에서 생쑈를 한 것이며

산 정상도 못 오르고 그냥 내려온 것이며 

생각할수록 우습기도 하였지만

형부가 분해 하며 실망하는 것이 너무 안스럽기도 하여서 

웃을 수가 없어서 묵묵히 집으로 왔단다.

그리고 언니와 내가 놀릴 것도 생각나서 

집으로 와서도 더더욱 아무 말도 못했었다고 한다.

그 때 일을 기억하며

남편은 그 때 생각이 더 우스운지 아주 크게  껄껄 웃는다.

 

 

언니와 통화를 하면서

남편에게 들을 얘기를 해 주었다.

그 얘기를 하면서

언니와 난

형부와 남편의 표정을 떠 올리며

당연히 머리가 아플 정도로 웃고 더 웃고 하다가

전화만 더 길어지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