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이는 낙서

나의 일그러진 일상은 변함없이 흐르고..

파도의 뜨락 2009. 9. 22. 02:16

 

 

차창 유리에 한 두 방울의 빗방울이 보이기 시작한다.

집에서 출발할 때에는 한두 방울만 내리던 비가 제법 내리기 시작했다.

교육장부근 주택가 주차장 한족에 도착한 나는

차창 밖의 비를 보며 우산을 준비 못한 걱정에 한숨이 나왔다.

교육장까지 100여 미터쯤 걸어 들어가야 하는데

어중간한 빗방울 때문에 비를 맞고 갈 수가 없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차 안 이곳저곳 기웃거려 우산을 찾았다.

행운인지 마침 조수석 뒷자리 아래에 우산 하나가 눈에 뜨인다.

 내 것은 아니고 누군가 내 차에다 잊고 놓고 간 우산이다.

와락 반가운 마음에  몸을 뒤로 움직여 간신히 그 우산을 꺼내었다.

그리고 급히 우산을 들고 내 소지품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

순간 차가운 빗방울이 내 얼굴에 닿았다

퍼뜩 차에 앉아서 우산을 펼쳐야 하는데 무턱대고 내렸던 것을 후회했다.

다시 들어가기도 뭐하고 하여 

멍청함을  투덜이며 재빨리 우산을 펼쳤다.

‘쩌~억!’  우산이 아주 힘들게 펼쳐지는 것이 아닌가!

우산이 펼쳐지는 동안 나는  빗방울을 셀 수도 없이 내 몸으로 받아냈다,

그런데

그 펼친 우산이..

언제 적 우산인지 살대 마다 녹이  슬어있고

사방 실밥도 벗겨지고 살대도  하나가 끊어진  너덜너덜한 우산이 아닌가!!

접을 수도 없고 ..

아침 내내 때 빼고 광낸 내 력서리 패션하고 영 어울리지 않는다.

잠시 망설여진다.

이왕 펼친 것 접기도 뭐하기도 하고..

비 맞고 100여 미터쯤을 걸어가는 것 보다야 나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얼른 생각을 정리를 하고선

눈 딱 감고 교육장부근까지 얼굴에 철판 깔고 열심히 걸었다.

교육장에 거의 다 도착했는데 

마침 저쪽 방향에서 오시던 두 사람이 반갑게 인사를 하신다.

그리고  한분이 기어이  나의 우산을 보시며 한마디 하시고 만다.

“선생님~!!  우산이 겁나게 머시기 하시네요?!!”

“ 네~ 좀~!” 염치없어 무안한 난 얼굴이 벌개져서 얼렁뚱땅 대답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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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가 볼수록  참 탐스럽다,

어제  주말농장  옆집에 사시는 할머니가

대추나무에서 생대추를 한 소쿠리 따 주시기에

차에 놓고 어제부터 신나게 먹고 다닌다.

작년에도 한소쿠리 주시더니 올해도 잊지 않고 주셨다.

그 할머니댁 대추는 토실토실하게  생김도 크게 생기기도 하였지만

그 맛 또한 무진장 달고 맛이 있다.

차에 올라타자마자  유혹하는 그 대추들이

나의 입에서 아삭아삭 소리와 함께 대추가 하나 둘 사라져 갔다.

십여 개쯤의  대추가 사라져 갈 때 쯤 좌회전 신호대기에 걸렸다.

비 내리는 길을 대추를 씹어가며 운전하는 맛도 꽤 괜찮았다

대추를 씹어가며 차창 밖을 한가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마침 길 건너 왼쪽에 

신사복 차림의 택시를 기다리는 듯한  남자분이 눈에 뜨였다

아침나절 우산으로 한차례 작은 소동을 벌인지라

버버리 체크무늬의 멀쩡한 우산에 내 눈길이 자연스레  멎었다,

찢어진 우산으로 학생 분들께 무안했던 그 장면이 떠오르며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는 갑자기 기분이 다운이 되어서

애꿎은 그 남자 분을 째려보게 되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남자 분 너무 옷차림이 깔끔하게 보였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비 오는 날 택시를 기다려서는 아니 될 정도로 지나치게 깔끔한 차림이었다.

지나가는 차가 물 창이라도 튈까 싶어 괜스레 걱정이 되었다.

그 남자분은 도로 저 멀리 택시를 기다리는 듯 도로 저 멀리만 보았고

그 분 대신이라도 되듯 나의 눈길이 그분 주위를 살펴보게 되었다.

아뿔싸, 그러면 그렇지

그 분 바로 앞 차로에 자그맣게 파인 물웅덩이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차가 인도 쪽으로 조그만 치우쳐서 가게 되면 물 창이 튈 것 같았다.

소리라도 쳐서 그 물웅덩이가 있다고 알려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도 없으니 내 정신은 신호를 보는 게 아니고

온통 그 쪽에 집중하게 되었다.

마침 저 쪽에서 택시가 오는 것 것이 아닌가.. 그리고 멈추었다.

그 신사분이 우산을 접고 택시를 타는 데

내 걱정스런 마음을 알았는지

조심스런 운전자 덕으로 웅덩이 못 미쳐서 멈춘 택시였다.

물 세례는 피한 듯이 보여서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그 아저씨 그 자리에서 비를 다 맞아가며 우산을 접고 택시에 오른 것 아닌가.

순간 나의 아침나절의 내 행동이 떠올라서 소리치고 말았다.

" 저 멍청한 아저씨~! 차에 올라타서 우산을 접으시지~!!  앗~~ 아야`!!"

마침 대추를 신나게 깨물고 있던 나는

나도 모르게 나오는 소리를 읊어대가가 그만 내 혀를 깨물고 말았다.

아씨~ 아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