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이는 낙서

나의 여름날의 작은 피서

파도의 뜨락 2009. 8. 10. 08:45
 여름날의 작은 피서
 
 
무더운 여름이 지겨운 나날들 이었지만  
저는 더운 줄도 모르고 시간만나면 들로 산으로 바다로 바쁘게 쏘다녔습니다.
유난히 더운 여름의 날의 표시는  
까맣게 타 버린 나의 피부에 흔적을 남기는 중입니다
가끔 상상하기를 방랑시인인 김삿갓님이 제 조상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을 합니다.
성씨가 다른 것을 보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김삿갓처럼 저도 역마살 끼가 있어 
자연의 멋진 풍광을 보면 행복감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남편도 처음에는 이해를 하지 못하더니 한해 두해 내게 세뇌가 되어가더니
이제는 일요일이면 저와 함께 다니기 때문이기도 하고
나의 여행이 집안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지를  알기에
별 불만 없이 나의 돌아다님에 협조를 하여 주는 편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여행과 저의 묘한 조화를 이루며 올해도 지금껏 무사히 진행 중입니다.
저와는 달리 저희 집 애들은 
저의 DNA 중 역마살 끼 있는 부분이 닮지 않은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좀처럼 집 밖으로 나서질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딸아이도 모처럼 쉬고
올해 들어 우리가족끼리만 여행 해 본적이 없어 
모처럼 벼르고 별러서 가족 피서 겸해 
애들과  며칠 전부터 바다에 가기로 낙찰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막상  아침에 일어나서는 나가고 싶지 않다고 사정 겸 반항을 합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정말 보여주고 싶은 시간과 자연들은 많건만
어찌 애들은 나의 뜻을 저리도 모르고 
조용히 집에 머물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실랑이를 벌인 결론은 산이든 바다든 
애들은 갖은 핑계로 자연공부 포기하겠다는 뜻이 전달됩니다.
어쩌면 애들 몫까지 제가 다 돌아 다녀서  
가족에게 할당된 여행의 몫 때문에
우리 집 애들이 싫어하는 것일 거라고 혼자 답답한 마음에 위로를 해 봅니다.
애들과 교전이 끝나고 있던 중.
마침 남편 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상황판단이 빨리 든 남편이 낚시하러 같이 가자고 약속을 해 버립니다.
애들이 아니 가면
부모님이라도 모시고 여행을 다녀와야 되는데 
남편은 친구부부와 낚시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 버렸습니다.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부지런히 점심도시락 준비해 가지고 집을 나섰습니다.
아직은 아침인데도
전주 -남원간 도로는 언제나 붐비는  차량들의 열기가 넘칩니다.
씽씽 달리는 차량들 사이 저 너머 도로변 을 바라보노라면.
휙휙 지나가는 산과 들
가슴까지 트이는 상쾌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내.
달갑지 않은 뜨거운 햇살은 차량안의 내 자리 조수석을 침범합니다.
그렇게 한 시간쯤을 달리고 달려 도착한 곳
전북 진안군 백운면의 작은 저수지입니다.
아담하고 조용하고 인적이 드믄 저수지에 도착 하니
일찍 도착한 남편 친구 분이 낚시를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합류하여 
조그맣고 조용한 저수지의  커다란 그늘 밑에 자리를 잡고
우리는 낚시를 시작했습니다.
올해서야 처음 낚시를 시작한 남편 친구는
낚시의 초보라서 한참을  이리저리 왔다갔다 낚시를 하엿고
남편은  친구에게  가끔 코치를 곁들여가며 
그 옆에서 웃으며  조용히 낚시를 하였습니다.
저는 
남편친구의 초보 낚시꾼의 몸짓 손짓에 장단을 맞추며
신기하기도 하고 웃음도 나오고 구경을 하며 시간을 보내며 낚시를 하는데.
또 다른 제 친구 부부가 도착합니다.
다섯 명이서 낚시를 신나게 하다가 이내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늘 밑에 돗자리를 깔고
시원이 불어오는 바람을 벗 삼으며
서로 가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맛있게 먹고 난 후
다시.
남자 분들은 다시 낚싯대와 친구하기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돗자리 넓게 펼쳐진 나무 그늘 아래에서
저수지 저 너머에 푸르고 푸른 산세를 구경했습니다.
파란 저수지에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얼굴에 스쳤습니다.
나무 틈에서 들려오는 매미소리가 어찌나 정겨웠는지 모릅니다.
한적하고 조용한 오후를 맞이했습니다.
친구와 정다운 수다를 지껄이고 지껄이다 졸음이 쏟아졌습니다.
저는 하늘을 향해 누웠습니다.
파아란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 새털구름이 
저 험하지도 않은 산을 
한가로이 넘어가는 풍경에 취해서
잠시 내가 이 시간
고등학생 애를 둔 엄마라는 생각과
마음속에 머물던 잡다한 근심 등을 몽땅 잊어버린 채
자연의 조화가 너무 황홀하여 
바라보고 감상하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ㅡ 여름의 막바지.. 그리고.. 파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