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이는 낙서

친구라는 이름의 묘한 딜레마...

파도의 뜨락 2009. 9. 14. 14:26
    모처럼 친구들과 오후의 만남은 신났습니다. 각자 의 삶 속에서 세월을 건너 뛴 정기적인 모임이지만 그래도 이 친구들은 만나면 직업이야기, 취미이야기, 남편이야기. 아이들이야기 등등.. 셀 수 없는 이야기의 미로 속에서 서로 한 마디라도 더 보태보려고 아우성치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저녁 식사 후 일이 있어 식사에 참석하지 못한 친구가 기어이 얼굴이라도 보아야 한다고 늦게 나와서 모처럼 맥주 집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습니다. 그런데 늦게 나타난 친구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우리는 '왜? '하고 무슨 일인지 궁금하여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대뜸 친구의 입에서 쏟아져 나온 소리에 우리는 놀랐습니다. "아~씨~! 썩을 것들이 내 신경을 건드려~!" "응 ??누구??" 의문 가득한 나와 친구들의 시선이 늦게 나타난 친구에게 몰렸습니다. 평소 험한 말을 하거나 상소리는 어감 자체도 모르듯이 살아 온 얌전한 친구여서 '아~씨' 라는 표현에 우리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아~씨!! 우리 남편이 지들 봉이야??" 그러더니 푸념 섞인 불만이 그녀의 입에서 쏟아졌습니다. " 아~! 글쎄. 남편 초등 친구들이 오늘 동창회 한다네. 그 놈의 동창회는 만날 전국구야. 이번에는 서울서 한다네. 그래서 출장도 아니고 동창회 때문에 멀리 떠나는 남편 챙겨 주느라고 나 우리 모임도 못나오고 준비해 주고 있었잖아?? 그런데..그 동창들이 급히 전할 말이 있었나봐. 남편 핸드폰이 문제가 있었는지 집으로 전화가 왔더라고……. 다른 때는 남자 친구들이 전화오드만 이번에는 전화한 사람이 여자 친구더라고 그런데 그 무식한 여자가 문제라고. 내가 전화를 받고 여보세요? 라는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호성이 좀 바꾸어 주세요. 호성이요.'한다 글쎄. 처음엔 어리둥절했어. 내가 남편 여자 친구라는 사실을 깨닫기 까지 얼마나 황당했겠냐고. 참~나!! 어이없어 진짜 재수야`!! 엉?? 호성이라니 누구 집 개 이름이냐?? 울 남편 50살도 넘은 사람이다. 그러면 그 여자도 50이 넘었다는 것 아니냐?? 엉?? 나이 50을 어디로 드셨데?? 어찌 기본적인 예의도 모르고 전화 하냐 글쎄..!!" 나와 친구들은 흥분한 친구의 표정을 살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릴 생각도 없이 나머지 말에 경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생각 할수록 약이 오르네! 응?? 최소한 그 나이까지 드시고 전화 예절도 모를 수 있냐고오!! 신경질 나서…….아휴~!!" 친구는 물 한 컵을 들이켠 후 멍한 우리들을 쳐다보더니 작은 한숨까지 쉬었습니다. 그러다가 궁금할 대로 궁금한 우리 친구들에게 나머지 이야기를 풀어 놓았습니다.
    " 기가 막혀서……. 호성이라니.호성이가 뭐냐~! 자기들이 만났을 때나 호성이지 내게도 호성이냐?? 응 ? 남자친구 집에 전화를 했으면 좀 조심스러워야 되지 않아? '아`! 저는 호성씨 친구인데 호성씨 좀 바꾸어 주세요!' 라고 말하면 내가 안 바꿔줘?? 응? 안 바꾸어 주냐고. 그런데 이 여자는 전화 받는 나에게 앞 뒤 주어 수식어 다 날리고 대뜸 목적어만 날리는 거야, '호성이 좀 바꾸어 주세요! 호성이!! ' 라고 말하더라고 자기들이 지금도 초등학생이야?? 응? 내 그 말을 듣는 순간부터 머리가 띵 하더니 꼭대기로 솟는 기분이 들더라고...!! 그 호성이가 우리 집에선 최고의 가장이고 나의 하늘같은 남편인데 남편이 한 낮 가치 없는 인간으로 전락하는 기분을 니들은 알겠니?? 무슨 말 뻔대가 그렇데?? 나이 오십이 넘었으면 연륜도 쌓았을 법 한데 그렇게 말해도 되는 거야??' 흥분한 친구를 달래며 우리는 슬며시 웃음도 나왔지만 심각한 친구의 표정을 보며 웃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게.. 그 여자 간이 크다고 표현 해야겠네……. 나이도 너 보다 훨 많이 드셨구만 좀 그렇다 그치??" "네 남편은 뭐라고 해??" "더 웃겨~! 전화 끊고 내가 성질내니까.. 실실 웃으면서 피하더니..염치없는지 후딱 나간다??.. 아이쿠!. 배알 빠진 사람……. 씨~! 타지까지 친구 만나러 간다면 보내주는 여자가 몇이나 되냐고 응?? 그런지도 모르고 친구들 만난다는 것에 기분만 좋아서 꽁지 빠지게 달려 나가 드라고 으이그~! 담 부턴 못 나가게 해야 할 까봐~!!" "그래 담부턴 보내지마!! " " 그리고 너도 그 여자에게 전화해서 당장 사과 하라고 해`!" "어떻게 사과를 받지??" " 응? 그러네?? 호성이라고 불러서 미안해요 라고 하라고 해" " 무어?? ㅎㅎㅎㅎ" 우리들의 어이없는 답변에 조금 누그러진 듯 한 친구를 보며 그제야 맥주를 마실 수 있었습니다. " 야~! 우리도 조심해야 되겠다." " 그래, 그 여자 분 아무 생각 없이 무심히 말 을 했을 터인데 너에겐 상처였구나." " 나라도 울 남편에게 그리 전화 왔다면 너처럼 그랬겠다.. 화가 났겠어.. 그래..그랬겠네.." 그렇게 우리는 위로도 아닌 위로를 하면서 맥주잔으로 찝찝한 기분을 달래면서 혹시나 지나간 과거에 사소한 언어의 실수로 남에게 상처를 준 적이 있었는지를 되돌아보며 각자의 생각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 무수한 말의 상처를 돌이켜 생각하고 회한이 밀려드는 파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