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이는 낙서

여덟개의 헤어 롤..

파도의 뜨락 2009. 6. 16. 07:52

점심시간 ...,
사무실에서 점심 먹기 전
총무에게 교재로 가져올 컴퓨터 책값을 계산 해 주느라고 핸드백을 열었습니다.
무심히 핸드백 지퍼를 연 순간 눈에 뜨이는 것이 헤어 롤이었습니다.
마침 내 핸드백을 같이 들여다 보던 옆사람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후다닥 핸드백의 내부 다른 곳을 헤집었습니다.
그러나 내 그 어설픈 동작이 눈에 그만 뜨이고 말았습니다.
아니?? 그것이 뭐에요??' 핸드백이 뭐가 들었어요??
" 응? 글쎄……. 별것도 없는데." 하고는
재빨리 감추려 하였건만 그만 들키고 말았습니다.
가방 이 곳 저곳에 보이는 것인 헤어 롤 이었으니 눈에 안 뜨이는 것이 이상할 지경이었습니다.
여덟 개의 커다란 헤어 롤이 있어 가방 안에 이 곳 저곳에서 보이니
그만 통제를 못하고 들켜버린 것입니다.
할 수 없이 핸드백을 열어서 헤어롤을 꺼내서 보여 주고 말았습니다.
내 손에서 꺼내진 것을 본 순간 총무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또 질문을 합니다.
"어머 헤어 롤 아녀요? 왜? 핸드백에?? " 하더니  대책 없이 웃는 것입니다.
"아~ 또  오늘도 머리에 하고 있다가  잊고 집을 나오셨구나??"
그러면서 내가 저질럿던 화려한 전적과
이번에 도대체 몇 번째의 헤어롤 사건인가를 들춰가며
옆 회원들 조차 합세하여 마구 웃어댑니다.

 

 

 


그럴 수밖에요
사무실에서도 나의 웃기지도 않은 건망증을 알고 있는 터라
몇 번 헤어 롤을 가지고 온 것을 보아왔기 때문에
나의 행동과 실수를 재미 반 놀림 반을 섞어가며 마구 웃는 것입니다.

그러나 난
오늘 아침 이 가방에 헤어 롤 넣어진 사건을 생각하니
갑자기 더 창피하고 웃음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아마 저들이 나의 오늘 아침 사건마져  안다면
더 죽어라 웃을 것 같아서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 아침입니다.
진즉에 미장원에 가야하는데
시간을 내서 미장원에 가지 못하고
까칠한 머리를 달래려고 헤어 롤을 머리에 감고서
열심히 나의 출근 준비를 하여 가며
점심에 친구에게 전해 줄 매실을 정리 하느라고 조금 정신이 없었습니다.
출근시간이 되어 정신없이 집을 벗어났습니다.
우리 집 엘리베이터 안 에는 문 쪽만 빼고 거울이 세 방향으로 있어서
항상 마무리 복장검사를 엘리베이터에서 하고 출근을 하는데
오늘은 거울은 커녕 엘리베이터 좌우도 쳐다도 보지 못하고
무거운 짐 들고 서 있고 옮기고 그러느라고 정신이 없어서
그대로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월요일 날 교육을 하는 곳은 동 자치센터 교육장입니다.
차를 주차를 하고
차 문을 잠그고 교재 하나만 들고
터벅터벅 걸어서 교육장으로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누군가 나의 등 뒤에서 부르는 것입니다.
무심히 부르는 사람을 뒤 돌아 바라보니
약 40세가량이 된 세련된 아주머니였습니다.
"?"
나를 부르는 이유가 궁금하여 쳐다보자
그 분이 웃으시며 말씀하십니다.
' 저기 머리가요~!!?
하시면서 나의 머리 쪽으로 손가락으로 돌려가며 무엇인가 있다는 포즈를 취해 봅니다.
" 아?~ !!!!"
순간 내가 깨달았습니다.
머리에 헤어 롤이 있다는 것을

순간  갑자기 피가 거꾸로 솟아오르듯 아득해져갔습니다.
창피하기고, 하고 어이도 없고, 몸 둘 바도 모르겠고 하였습니다.
" 아휴~! 이를 어째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건망증이 심한데다가 오늘 정신이 없었거든요,"
하면서 그분이 묻지도 않은 이상한 변명을 곁들여 가며
급히 헤어 롤을 머리에서 빼면서 도망치듯
다시 차로 급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차에 앉아서 머리에서 빼어낸 헤어 롤을 핸드백에 넣으면서
나 자신의 한심함이 얼마나 창피한지 얼굴이 벌게져 버렸습니다.


 

사무실에서 재잘 이는 회원들의 웃음소리 저 멀리로
나의 핸드백속의 여덟 개의 헤어 롤을 바라보며

'난 정말 왜? 이럴까??  그럴까..' 하는 생각만 드는 것입니다.
그러게 하던 대로 하지

예의상 무슨 헤어롤을 머리에 끼워가지고는 ㅡㅡ'
혼자 탓을 한들 고쳐지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한번 고치고 좋아서 춤을 춘들

뒷날이면 다시  도루묵으로 변해버리고는

여지 없이 엉뚱한 일을 벌이는 나의 한계..,,
아득해져가는 나의 기억회로를

그래도 한 번이라도 어떻게 개편하면 조금 좋아지지 않을까 하고

참으로 한심한 생각을 하여 가며

넋두리 아닌 넋두리를 읊고 있었습니다.

 

 

장미가  참 아름답네요

6월 7일  완산여상앞 도로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