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이는 낙서

그녀들의 수다

파도의 뜨락 2009. 6. 10. 08:28

" 우리 큰 시숙님은 왜? 그런지 모르겠어. 너무 얌체야~! "

이구동성으로 친구들이 대꾸합니다.

" 왜?? 또 네 시숙어른 얌체 짓했어??"

" 글쎄~!! 지난 토요일에

대단한 자기 사위가 시골 시어머님 댁 온다고

온 식구들이 모여서 집 치워야 한다고 모이라고 하더라고

할머니 댁에 처음 오는 것이니 그러려니 하고 집을 치우러 우리 집 애들까지 몽땅 데리고 갔는데

글쎄.. 형님이랑 본인 집 식구들은 하나도 안 데리고 달랑 혼자 오셨잖아!!

그러니 우리 집 식구들만 울며 겨자 먹기로 죽어라 모두 일을 해 대었잖아~!!

일 하자고 소집시켰으면 본인 도리를 지키셔야 하는 것 아냐??

그리고는 자기는 이래라 저래라 상관만 하시고 계시잖아.. 진짜 얄미워`!!"

" 어머머~! 그 양반 왜 그렇게 남자가 그러시냐??"

" 나이를 거꾸로 드셨나보다 왜 그러시니??"

" 그러게 말이야 정말 기분 나빠~!"

항상 큰 시숙께 불만이 쌓여가는 친구가 오늘도 제일 큰 시숙을 씹어대는 시간은

오후 일을 마치고 저녁하기 직전에 커피타임 겸 퇴근길에 한 친구 집으로 모였습니다.

이 친구들은 날 마다라도 얼굴이며 전화 목소리라도 들어야 하는 삶의 청량제 같은 친구들입니다.

오늘은 마침 매실 장아찌를 다 함께 같이 담는다고 일도 겸할 겸 모였던 것입니다.

그녀들의 옆에는 채 식지 않은 커피 잔이 놓여 있고

손으로는 토실토실한 매실을 한 알 한 알 칼로 조각을 내어가며

입이 쉴 사이 없이 떠들어댑니다.

이 여자들 네 명은 그 집 숟가락도 개수도 꿰뚫을 정도로 가까이 지내는 사이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리얼한 이야기가 주저 없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네 사람은 성격도 비슷하고 취미도 비슷하고 각자 사는 환경도 비슷하여서

정말 맘에 맞는 친구로 지낸지가 십년이 넘었습니다.

이 네 명은 이런 이야기로 수다를 떨며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만나서

나름대로 보고 아닌 보고를 하여 가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고 위로도 받기도 하고 또한 자랑질도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 시숙이 호출하면 가지 말지 그랬어?? 매번 당하면서 "

" 그러게. 나이차가 많이 나니 따질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시키는 대로 하는데 정말 속상해~!!"

" 그러게 나이 들면 나이 값을 해야 한다는데 네 시숙님은 나이를 거꾸로 먹나 보다 치사하게 애들보다 더 한다 그렇지??!!"

" 네 신랑은 아무 말도 안하디??"

하면서 친구 편을 들어줍니다.

" 좀 속상하지만 어쩌겠어. 끔찍한 형님인데?'

" 너~! 담부턴 절대로 가지마라~!! "

" 응~! 절대로 안갈 꺼야~!! 치~!!"

그러자 그때까지 말 한마디 건네지 않던 정희가 한마디 합니다.

" 야~! 빨리해라 나 빨리 집에 가야해~!

"왜? 집에 바쁜 일 있어??"

" 수민아빠가 저기 텃밭에 심어 놓은 야채 뽑아왔는데 닦달해야해~!!"

" 와~ 벌써 자랐어? "

" 말도 마라 약주지 않는 것 먹는다고 얼갈이 뿌리 더만 배추가 성한 곳이 하나도 없이 벌레들이 먹어 대서

다 버릴 것들이다 그런데 그게 아깝다고 농사 지었다고 뽑아왔다 .그 것을 먹는다고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응?? 그렇게나 심해?? 그러면 시래기나 해라~!"

"첨에 배추 뽐아 왔대서 물김치나 담을까 하고서 펼쳤다가 기절하는 줄 알았다 .

버리지 그것을 뽑아왔냐고 얼마나 심했으면 옆에 지나가는 사람이 버리랬단다.

그런데 너무 아깝다고 가져왔다 . 미친다.

뽑아왔으니 본인이 다듬으라고 했는데 지금쯤 집에 도착해서 다듬고 있을 거다.

가서 도와주어야지~! "

" 그래~! 웬만하면 골라서 물김치 담가봐~!"

" 물김치는 ..무슨??  시래기나 하련지 모르겠네! 갑갑해 죽겠다."

한참을 정희의 수다로 옮겨가서 주거니 받거니 떠듭니다.

그러다 남편애기로 한바탕 지나가고 다시 다른 얘기로 옮겨지기 시작합니다.

이 때 마음이 제일 넉넉한 정자가 한마디 합니다.

" 재훈이가 안쓰러워 죽겠다??

" 왜?? 젤로 멋진 재훈이가 머가 안쓰러워???"

" 그러게 말이야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고 요사이 코 빠지고 다니네!!! "

" 열심히 공부하잖아~!!?"

" 밤에 두시까지 독서실에서 공부하다가 와~!

그런데도 성적이 안 오르니 코가 석자나 빠져서 어깨가 쳐져 다니네?"

" 에고 ~! 어쩐다니 그렇게 열심히 하면 성적 좀 올라 주지 어째 안 오를까??"

" 보약이랑 해주지 그러냐!!

그래도 네 아들이 성품도 좋고 잘생기고 키도 크도  멋지잖냐.."

"100% 완벽한 사람이 없다드만 그래서 그런가 보다.

걱정마라 성적오르겠지.."

" 그래도 난 공부 잘하는 차돌이가 부럽네!"

그러면서 같은 학년의 고삼짜리 친구 아들에게로 이야기가 넘어갑니다,

" 고 놈 애기하지 마라~! 고삼이 먼 벼슬인가 아끼지 말고 투자를 하는 거라고 큰소리치더라!!"

" ㅎㅎ.. 말도 잘하네? 그래서 공부 잘하잖아~!! 난 차돌이가 부러워`!"

" 내기가 막혀 이번에 그 녀석 때문에 쇼를 한 것을 생각하면 정말 ~!"

"응?? 왜?? 그 멋진 놈이 먼 말썽을 부렸어???"

" 아니~! 이번에 장학금 탔다고  장학금 엄마 가지라고 큰소리치고 그랬잖아.

그래서 좋아했더니.. 참!! 에고~!"

" 참~! 장학금 탔다고 했지??"

"아니야~!! 알고 보니 통장에 잔고가 부족해 가지고

스쿨뱅킹으로 수업료가 빠져 나가지 못하고 학교 운영위원비만 빠져 나간 것이야~!

선생님이 영수증을 제 것만 수업료 없이 주었다고 요 놈이 혼자서 착각을 해 가지고….

작년처럼 장학금 액수하고 같은 금액이 영수가 아니 되었으니

장학금 받은 것이라고 설레발 친 거였다네..미쵸~! "

" 한마디로  착각한 거였네??"

" 글쎄 난 그런 줄도 모르고 그 돈으로 무엇을 할까 하고 생각을 했고,

이곳저곳에 자랑질만 실컷 했네.. 그런데 아무래도 이상하더라고

장학금 탔으면 선생님께 무슨 연락이 있어야 하는데 조용한 거야.

그래서 인터넷 뱅킹으로 확인을 해 보았지  그랬더니 통장에 잔고가 없더라고..

혹시나 해서 바로 돈을 입금했더니 뒷날 바로 수업료가 빠져 나갔네!

좋다가 말았지.

그 녀석은 어제까지도 지가 장학금 탄줄 알고 있어~!! 미쳐부러!!."

" ㅎㅎㅎ 그랬어?? 그러면 엄마 잘못이네? 통장 잔고 확인을 안했으니 그랬잖아~!"

" 그래~! 내가 원래 건망증으로 통장 확인 잘 안한 탓도 있지만

그 녀석은 어린애가 어떻게 지가 장학금 탄지 안탄지도 모르냐고~!"

" 그거야~! 엄마 닮았나 보지 ㅋㅋㅋ"

" 그 녀석도 낌새를 보니 보나 마나 엄마 닮았다아? ㅋㅋㅋ"

" 우 씨~! 정말 그런 것 같아~! 왜? 차분한 제 아빠를 안 닮고 덜렁이 나를 닮냐고~!"

" 하여간~! ㅋㅋㅋ"

그렇게 서로 한마디라도 더 거들며 떠든 사이에 한바구니 가득했던 매실은

몽땅 조각조각 되어 다른 바구니에 가득 담겨져 있었습니다.

 

아래는 지난 적대봉에서 본 으아리 꽃입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