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이는 낙서

한잔의 커피를 생각하며.. 추억을 되살리다..

파도의 뜨락 2009. 5. 27. 18:29

한잔의 커피를 생각하며...

오늘도 쉴 새 없이 커피를 마시며,

가끔은 내게 있어 커피의 존재를 생각하게 합니다.

어느 글을 읽으니.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행복한 이유를 찾는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나에게는 행복한 이유가 커피일 수 없지만.

만날 마시면서도,

그 맛만은 아직도 알수 없는 미스터리 상태이지만

향기에 취하고 맛에 취하면서

정말 가까운 친구가 되어 버린 커피~…….

커피와 관련된 사연들도

시리즈로 발표할 만큼 차곡차곡 쌓입니다.

 

어느 날,

친구 넷이서 저녁식사 모임을 끝내고 귀가 하려는데.

한 친구가 느닷없이 긴히 할 말이 남았으니.

찻집에 가서 커피 한잔 마시고 가자고 합니다.

마침 헤어지기 아쉬웠던 차에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동의를 하였습니다.

둘레둘레 근방을 찾아보아도.

우리가 원하는 찻집은 보이지 않았고.

다방이라도 찾아보았으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추운 날이어서 춥기도 하였지만.

좀 늦은 저녁이 될까 보아서 급하게 찾았습니다.

조금 더 내려가서 근방을 뒤지니.

"초가마당" 이라는 민속주점 겸 찻집이 눈에 띄었습니다.

우리는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얼른 들어갔습니다.

실내가 아늑했고.따뜻했습니다.

정말 예스러운 분위기도 풍겼습니다.

한가운데에 모닥불을 피워놓아서 운치도 너무 좋았습니다.

우리들은 분위기 좋은 곳에 앉자면서..

한껏 폼을 재며..

사뿐 사뿐 걸어가서 모닥불 옆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장작 타는 소리와 불의 열기에 기쁨을 동감하며

얼었던 얼굴이며 손을 녹이면서  환하게 웃는 우리들이었습니다.

종업원이 부채로 된 메뉴판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한 친구가..

커피를 통일로 마시자며  하였으나.

다른 친구가 다시 주문 하겟다며 종업원을 보낸 뒤

메뉴판을 앞뒤로 살피는 것입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눈이 커지는 것입니다.

그 표정에 의아한 친구들이 다 같이 메뉴판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한 친구

- 어머머?? 와~ 이곳  비싸넹?.

또 한 친구

- 여기는 다방이 아냐????..

다른친구

- 레스토랑도 아니면서 칠천원이나??..

저도

- 우리가 지금 분위기 찾으러 이 곳에 들어온 것이 아니잖아..

이구동성

- 방금 식사 끝내고 배부른데.?.....

- 한잔에 칠천 원짜리를 이 시간에 마시기는 억울 하자나??

- 넷이면 이만 팔천 원…….으~~

- 원래 그러는 거야…….

우리는

품위며 분위기며 는 어느새 간 곳이 없어지고

모두가 한껏 고무된 표정들 입니다.

가만히 생각 할수록 참 억울하였습니다.

넷이서 저녁식사를  찜닭으로  이만 원에 해결하고 나와서.

커피 값으로 이만 팔천 원 지불하기가 너무나 아까웠습니다.

재빨리 결정해야 할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벌떡 일어서며.

- 나가자~!

하였더니 놀란 친구 표정들이 정말 구경할 만 하였습니다.

그러더니

내가 일어서서 재촉을 하니까

어리둥절 따라 일어선 친구 하나를 재빨리 끌어당기어 탈출을 했습니다.

우리가 나오니 뒤따라서 얼떨결에 민망해 하며  두 친구들이 나왔습니다.

그렇게

찻집을 도망쳐서 밖으로 나와서  모두 얼굴을 처다보며 배를 잡고 웃습니다.

역시 ~! 우린 어쩔 수 없는 아줌마였습니다.

찻집에 들어가자던 친구는

본인이 살 것인데 나왔다고 민망한지 눈을 흘깁니다.

우리는

그래도 분위기 끝내주는 곳 들어갔다 나온걸로 만족하자며

커피도 마신 걸로 생각하자고 합니다.

몇 초 사이에 이만 팔천 원 벌었다면서 서로를 위로 합니다……. 

찻집에 가자던 친구는 미련이 남아서

자기 집에 가면 .훨씬 맛있는 커피가 있다면서

자기 집으로 가자고 합니다.

그리고는 오늘밤.저 곳에서 비싼 커피 마셨다면

커피를 쳐다보기도 싫었을 거라면서 호호 거렸습니다…….

 

우리는 그날 밤에.

진짜로 분위기 있는 커피는 못 마시고.

대신에 주머니에 돈 벌어서 귀가를 하였습니다.ㅎㅎ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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