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이는 낙서

뭐든 잘하고 살 수는 없는 것

파도의 뜨락 2009. 3. 26. 06:01

 

 

난 살림하고는 잼병이다

이 나이 먹어 새삼 살림타령 하는것도 어울리지는 않지만.

하여간 나는 살림애기를 하면

숨겨진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것 처럼 아프다.

 

친정 모친도

시댁 시엄니도

울 집 식구들도

나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가족들은

내게 더 이상의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함에도

언제나 나의 능력 밖의 일을 끌어내려 애쓴다.

타고났는지

내가 어렷을 때에도 부엌에만 계시는 모친이 답답하다고 느꼇었고

모친 도우러 부멐에 들어가서도 재빨리 일을 하고 부엌을 탈출했었다.

역시나 결혼해서  어찌나 살림을 못했던지

울 친정모친는 울집만 오시면 부엌으로 들어가셨고

시엄니는 오시면 걸레 들고 창틀부터 청소를 하시었다.

그러더니 요즈음엔 지치셨는지  잘 오시지도 않는다

 

특별히 내가 살림 못하는 제일 큰이유는

성격탓에 빨리 빨리 일을 하고 다른 일을 해야하는데

그놈의 집안일은 해도 해도  하루종일해도  끝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살림에 시간 투자하는 것이 아까운 이유가 하나 둘 생기면서 부터

신혼 때 재미 붙이려던 살림이 어느날 부터 재미가 없어지고

그렇게 한 해 두해 살면서 점점 더 살림이 잼병이 되어버렸다.

시엄니가  장류를 책임지시고

친정모친이 밑 반찬등 울집 반찬의 50%을 만들어 보내주시고 하며

지금까지  못하는 내 살림솜씨 티 안내고  살고 있지만

내 주위의 내 친구들은 어찌 그리 살림을 잘하는지 부럽기만 하다.

나보다 더 바쁜 직업을 가진 친구도 나보다 열배는 살림을 잘한다.

그 친구들에게는 나는 기 죽는다.

 

아침에 일어나  아침준비 시간이 되어서 

콩나물국이나 끓일까 하여 냉장고 뒤져어  콩나물을 꺼냈다.

요 콩나물은 왜그렇게 다듬고 씻고 하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지 모르겟다

한참 콩나물을 열심히 씻다가 생각하니

어제저녁  딸애가 '김치국' 끓여 달라는  말했던 생각이 났다.

재빨리 콩나물을 소쿠리에 건져놓고

다시 냄비에 멸치넣고 국물을 우려내느라고 시간이 걸려버렸다

일찍 출근하는 남편의 밥상에  김치국 하나 덜렁 올려 놓으니

'여태 김치국 끓인거야?? '한다

'아니 사과도 깍았어~!"

하고 사등분하여 깍아논 사과를 드밀었다..

 

남편이 김치국에 밥 말아서  억지로 먹는 모습을 보며 갑지가 걱정이 생긴다

딸..

요 애도 나 닮아서 살림을 못하면 어쩌지??

요즈음 애들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이 애도  부엌쪽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을 보면

날 닮은 것 같기도 하다..

하긴 천하의 살림 1번지 울 친정모친을  나는 닮지 않았는데

딸애도 나 닮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작은 위로가 된다..

또한 살림하면 세계 1위를 목표로 하시며

연로하시고 아픈 몸임에도 여전히 먼지하나 없이 깔끔 살림하시는 울 시엄니..

그 유전자를 이어 받았으면 

나 처럼 쓸데없는 고민으로 이 아침을 보내지는 않겠지..

 

아래는 고창 청보리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