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이는 낙서

남보기 멋진 일상일지라도,,

파도의 뜨락 2009. 4. 9. 22:24

 

내 친구들이 가끔 내게 말한다.

나처럼 팔자 좋은 여자 드물다고.

' 갈 곳 다 가고

남편 속 안 썩이고

애들 착하게 잘 자라고

부모님도 살아 계시고 .'.등등의 이유로

그 중 제일 부러운 것은

집안일에 신경 별로 안 쓰고 사방팔방 여행을 하는 것이라고,..

 

언제부터인가

내 요일 시간표는 연예인 스케줄만큼이나 바쁜 생활이 되었다

올해부터는 한 가지 일을 덜어서 조금 한가해지나 했더니

역시나 일을 더하기하나 빼나 마찬가지 스케줄이다.

내 쉬는 날은 아마도 비오는 주말일 것이다.

요즈음 들어 비님 오시는 주말이 드물었으니

올해 들어 쉬는 날이 별로 없었고

이대로 가다가는 일 년 삼백 육십오일 중 단 오일도 못 쉴 것 같다.

연예인처럼 돈 생기는 것도 아니고

회사 다니는 분들처럼 경력이 쌓이는 것도 아니면서 바쁘다.

큰 틀은 그렇다

시간을 따지면 딱히 바쁠 것 같지도 아니한데 이상하다.

당일 시간은 오전 열시부터 오후 네 시까지만 직업상 일 하는 시간이고

오후 네 시가 넘으면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주부이다.

그리 관리 못할 만큼의 바쁜 스케줄은 아니다.

그런데 희한하게 외관상 바쁘다..

십여 년이 넘게 어쩌다 이리 되어버렷다.

내 가족이 협조해 주고 이해해 주어 이리 되었지만

어쩌다 집에 있을 라치면 이유가 이상한지 궁금해 하고.

시댁이나 친정식구들은 내가 매사 싸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이고

어설피 나를 아는 사람은 내 일이 많아서 바쁜 것처럼 보이는 모양이고

내 친구나 동료들은 내가 여행가처럼 보여 내 삶이 멋져 보인단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은 여자로서의 내 삶이 정말 부러운 모양이다.

정작 난 정말 영양가 없는 스케줄에 할 말이 없어진다.

 

언젠가 생각을 해 보았다

내 삶이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팔자 좋은 삶인가 하고.

내가 가는 곳은 특별한 곳도 아니고 외국도 아니고

그들도 맘만 먹으면 돈 얼마 들이지 않고 갈 수 있는 곳이고

그들의 가족들도 나의 가족보다 더 월등히 나은 사람들이고

그들의 아이들도 엄밀히 따지면 요즈음 기준으로 '엄친아'들이다.

또한 그들의 부모님도 대부분 한 재산씩은 물려주셔

그들 집안에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은 친구들도 상당하다.

단지 나를 부러워한 친구와 나와의 차이점이 있다면

그들은 온 정신을 집안에 몰두를 할 뿐이고

난 집안 살림엔 건성건성 하고.

어떻게 시간 을이 흘러가나 하고 사는 차이일 것이다.

오히려 내가 그들을 부러워 한다는 것을 그들은 못 느낀다.

피장파장인 것이다.

사람의 일상이 다 비슷비슷하다는데…….

 

오늘도

난 자고 일어나 하루를 바쁘게 지낼 것이고

늦은 저녁 시간이 되면

무엇을 하고 어디에서 헤맸는지 생각할 것이고

변함없이 그날그날을 살 것인데도 뜬금없는 시간타령이 나온다.

지쳤나??

억지로 행복하다고 주문을 외우면서 살다시피 한 내 삶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쭉 밀고 나가야 하는 것이겠지??

 

사진은 지난 4월 4일

경남 통영 사랑도.

줄 딸기라는 꽃이다. 징그럽게 예쁘기도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