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이는 낙서

자생하는 법은 스스로 터득하는 것

파도의 뜨락 2009. 3. 14. 03:44

자생하는 법은 스스로 터득하는

 

어느날....

오전 근무만 하고 오후가 한가해진 난

모처럼 친구 셋이 만나서  맛있는 팥죽을 사먹고  한가하게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었습니다..

내가 사는 아파트 통로 입구에 막 들어섰는데

마침 엘리베이터에 막 올라 타던 꼬마 두 녀석이 눈에  보입니다.

15층에 사는 형제 녀석들입니다.

엘리베이터와 통로와의 길이가 길어서 

'기다려 줘!" 하고  소리친다거나

허겁지겁 뛰어가는 것도 귀찮고 하여서 같이 타는 것을 포기하였습니다.

천천히  통로를 걸어 들어 가는데 중간 쯤 만큼이나 갔는데도

엘리베이터가 출발하지 않고 머물러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때서야 미안하여서 바쁜 걸음으로 달려가 엘리베이트에  올라탔습니다.

"고마워~!!" 하며 대견해서 한마디 하자

그 중 큰 녀석이  " 뭘요!!" 하며 빙긋이 웃으며 대답을 합니다.

참 대범한 녀석이네 하고 생각하며 웃으려는데

갑자기 그 아이 입에서  " 아씨~! 또온다" 하며 소리치더니

급히 열림 단추를 누르며 엘리베이터 밖을 쳐다봅니다.

같은 눈길을  통로쪽으로 돌리니

자그마한 녀석이 통로를 막 들어서고 있었습니다..

이 녀석은 엘리베이터 안쪽에 있는 아이들보다 더 많은 안면이 있는 녀석입니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자라온 것을 보아 온 17층에 사는 녀석입니다.

우리가 기다리니 막 달려와 함께 탑승했습니다.

그리고 문이 닫히고 그제야 각각의 내릴 층 버튼을 눌러대었습니다.

내 층은 평소 얼굴을 많이 본 17층 녀석이 알아서 눌러줍니다.

돌이 지나서 부터 엘리메이터를 눌러대는 것을 무척 좋아 하여

17 이란 버튼이 키가 작아 손이 닫지 않아도 굳이 꼭 지가 눌러 보겠다고 떼쓰며

제 집 것과 같이 탑승한 사람 집 것을 눌러 대던 모습이  새삼 오려랩 됩니다.

그렇게 귀엽게 이쁜 짓만 하던 녀석은 역시 싹싹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입가에 미소가 머물도 아이들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17층 아이의 목소리가 15층아이에게 느닷없는  질문을 합니다.

"너.. 몇 살??"

기다려 준 것이 고마워서 말을 붙인가 봅니다.

세 아이중 제일 큰 아이는 눈을 지그시 내려 깔고 조금 망설이더니

저 보다 작은 아이를 처다보며 웃으며 대답을 해 줍니다.

" 여덟 살 !!"

그러나 눈치없는 듯 17층 아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대답을 합니다.

" 난 일곱 살인데..흐~!!!"

하고는 알았다는 투로 대답을 하고는 친근한 표정을 짓는 것입니다.

형이네? 나보다 나이가 많네? 하는 대답따위는 하지 않았습니다.

15층아이가 17층 아이하고는 머리 하나크기의 키 차이가 보입니다.

제가 보기에도 그 질문이 꽤나 안 어울렸습니다.

15층 아이가 17층 아이보다는 한참의 형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애들은 개의치 않고 웃으며 쳐다봅니다.

가만 구경을 하자니

애들이 하는 짓이 우습기도 하고

저 나이가 벌써 저렇게 저런 류의 대화하는 수준인가 하고 난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면서

형 옆에서 조용히 있던 15층아이 동생을 바라보게 되어습니다.

두 아이의 대화에 뻘쭘하니 서 있는 것 같아서 나이라도 물어보려 입을 떼는데..

그런데 미쳐 내 입에서 소리가 나오기도 전에

그때까지 가만히 있던 15층 아이 동생이 손가락을 쩌억 벌리며 소리칩니다.

" 나는 다섯 살!!!

순간 내 입에서는 폭소가 흘러나오고 말았습니다..

다섯 살 꼬마까지 저의 존재의 뻘쭘함을 알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요즈음은 .. 자기 PR 시대라더니  얼마나 귀업냔 말입니다..

난 그 녀석들이 내리고난 뒤에도 폭소를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09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