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이는 낙서

이쁜이님 전상서

파도의 뜨락 2008. 6. 21. 09:48

이쁜이님

 

오늘 이 도시를 벗어나 보니..
가을거지가 끝난 광활한 들녘은 쓸쓸했고,,
뛰어난 색채를 자랑하는 노란색 은행잎이 막바지의 단풍을 채색하며..
가을의 유화를 투박하게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헤어진지가 꽤나 되었습니다....
그 이쁜 얼굴로 화사하게 웃는 모습이
많이 보고 싶어집니다....
언제나 그렇게 밝게 살고 계시겠지요??
부럽습니다..
오늘 갑자기 이쁜이님께 이렇게 사연보내게 된 것도..
어쩌면 하늘에 계시일까 생각해 봅니다..

주말이면 언제나 그렇듯이..
오늘도 남편과 함께 가을 낚시터를 찾았습니다....
계절이 가을이라서 쓸쓸한 강바람이 차가왔고..
우리 부부는 고기잡는 어부의 개념이 아니고..
적당한 여행을 겸한 취미생활인지라..
고기가 낚이어도 그만 안 낚이어도 그만인 생각에
초조하지도 않고 시간과의 전쟁에 몰입하며
주위 풍경을 구경하고 바람과 물과 찌와 벗하고 있었습니다..

가만 생각하니..문득
어제 님이 보내신 핸드폰 문자가 생각났습니다....
그 문자를 받고서 잠시 놀랬었습니다..
삐삑하는 소리에 어느 광고 문자인줄알고
달갑지 않게 핸드폰 뚜껑을 열었더니..
"가을은 어데가 불고 겨울인갑네..
날이 더 추워지는데 건강 잘 챙기세요.. 보고잡네요 (^0^)".. 정
잠시 누구인가 했었습니다..
님이어서 너무 반가웠고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잊었다가..
오늘 낚시터에서 생각하니
주위의 가을 냄새를 더하여 님에게 전하면
님이 더 기뻐할 것 같아서.. 11월의 첫번째 일요일 낮에
저에게는 다소 무리인 문자로
이쁜이님에게 소식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님도 아시지요??
저는 핸드폰 문자 문맹입니다..
삼사년 전만해도 그 때에는 친구들과 문자로도
사연을 보내고 받고도 했지만..
언제부터인지 그 마져 잊어버리고..
문자하고는 상관없는 핸드폰이되어.. 그 기계는
나에게 있어 단지 목소리 송수신 전화기능밖에 소화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러니 님에게
문자 보낼려고 핸드폰 뚜껑을 열고보니..암담했습니다..
생각을 추스려 과거로 돌아가 하나하나 입력을 하고..
문자입력란까지 왔습니다..
간신히 두자("날씨"라고 한것 같음 ) 적는데....
"20초 후에 잠금상태로 설정됩니다.".라는 메세지가 뜨는 것입니다..
화들짝 놀래서 내가 키를 잘 못 눌렀나 보다 어떻게 해야하나?
하고 생각중이었는데..그런데..
핸드폰이 삑삑 거리더니..
"잠금상태"라는 글자가 뜨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다른 기능이 되질 않는 것입니다..
@@@@`!@!
이렇게 황당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문자 입력하다가 버튼을 잘 못 눌러서
잠금인지 먼지 하는 버튼을 눌렀나 봅니다..
아무튼 핸드폰이 잠금장치로 되어버려서
잠금번호를 눌러라는데..
그 잠금 번호를 알수가 없었습니다......ㅡ.ㅡ
님에게 생각만 거창했던 문자도 보내지 못했고..
받는 것 외에는 그 조그마한 기계를
제가 아무것도 다룰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밀레의 종에 나온 그 멋있는 들녘보다 더 멋진 풍경 속에서..
님에게 한 자의 문자 한 글 보내지 못한 채..
그냥 귀가 하고 말았습니다..


독서실에서 늦게 귀가 한 딸애에게 부탁하니..
낮에 그토록 애타며 풀려했었던 나의 노력도 허탈하게
간단히 잠금상태를 풀어버리는 딸을 보고서
나오는 한숨과 ..
그리고 ...나의 무지와 나이가 한숨과 섞여 나오는 까닭이 무엇일까요??..

이밤은 ..
한 낮의 고요한 풍파에 시달리다가..
님에게 다시 문자를 보내고픈 용기가 사라졌기에..
대신 감사한 마음을..
이 자그마한 에피소드와 함께.. 문자 대신..
이 편지로 올립니다..

 

          - 11월 한 밤에  파도 -

0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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