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이는 낙서

화려한 밥상

파도의 뜨락 2007. 7. 27. 08:19

지난 주 일입니다.
온 식구들이 있어 신이 난 나는 열심히 저녁 식사를 준비 하였습니다.
냉장고를 뒤져보니…….
주말농장에서 수확한 채소가 많이 있었습니다.
애들에게 자랑도 하고 싶었고,
또 냉장고에 쌓인 채소 치우기 차원에서
있는 솜씨 없는 솜씨 내어보고 하며 부지런히 요리를 하였습니다.
풋고추와 양파를 곁들인 가지 볶음을 만들었고.
멸치 넣고 꽈리 고추볶음도 해 놓았고.
감자 넣고 갈치조림도 해놓았고.
간장쏘스를 곁들여 깻잎 찜도 만들어놓고.
붉은 치커리 겉절이도 만들었고.
된장에 풋고추까지 얹혀 놓았으며.
집에서 일주일 동안 기른 콩나물 무침도 하여 놓았습니다,
몇 주 전 낚시 가서 잡아온 놀래미와 우럭으로 찌개도 끓였습니다.
너무 많이 준비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쩌다 하나 둘 만들다 보니 손이 신들렸는지 가짓수가 많아졌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여가 흐른 후
나름대로 화려한 밥상이 만들어졌습니다…….
뿌듯한 마음으로 목소리를 높여서 식구들을 식탁에 앉혔습니다.
식탁에 앉은 식구들에게 나는 자랑스럽게 애기했습니다.
" 이 식탁에 올라 온 것 모두 아빠와 내가 농사짓고 기르고 잡은 것들이다.
한마디로 모든 채소와 생선이 나의 손을 거친 것이니깐 맛있게 먹어줘???"
남편이 식탁을 둘러보더니 행복한지 입가에 미소가 깃듭니다.

        "반잔 가지 수가 너무 많다. 먹자 "

 

        그러더니 부지런히 먹기 시작했습니다

 

        화려한 식탁의 겉모습에 좋아하던 딸애가 갑자기 표정이 변하더니 한마디 합니다

 

        "내가 먹을 것은 없네?? 엄마.젓가락 갈 곳이 없어요. 도대체 난 무얼 먹어요?

 

        그러자 '이때다'하고 대기하고 있었다는 듯이 아들아이가 덧붙임으로 꼬장거립니다

 

        " 엄마 이런 것 많이 만들지 마시고. 김치찌개 한개만 끓여 주시지 그랬어요.

 

        모처럼 솜씨를 부렸던 나는 화가 팍 솟았습니다……

 

        " 무엇?? 이 많은 반찬을 가지고 너희들 지금 반찬 투정을 부리며 타박이니???

 

        내가 흥분하는 것 같았는지 애들이 고개를 숙입니다

 

        그래도 입으로는 고시랑 고시랑거립니다

 

        " 아무리 많아도 우리 먹을 것은 없는데요.

 

        "그냥 아무거나 먹어`!! 이젠 되돌릴 수 없어~!!!

 

        세 사람의 전쟁을 보면

 

        묵묵히 먹기만 하던 남편이 옆에서 보다가 한마디 거듭니다

 

        " 그냥 먹어 두어라 ~!! 엄마가 지금껏 정성껏 만들었지 않냐…….

 

        그러자 까칠한 딸애가 대답합니다

 

        " 입맛이 안 맞아요. 우리가 싫어하는 것들뿐이라고요

 

        난 남편의 응원에 힘을 실어 목소리가 더 크게 외쳤습니다

 

        " 이 반찬들은 재료가 틀리단 말이다 재료가~!

 

        다 내가 내 손으로 기른 것과 잡은 것이란 말이다. 그냥 먹어 봐~!

 

        딸애가 고추조림을 하나 억지로 집어 먹으면서 오만상을 찌푸립니다……

 

        그 표정을 보니 나는 더욱 화가 났습니다

 

        " 그 표정 무어니?? 맛없어?? 이 밥상에서 돈이 지불 된 것은 저 갈치뿐이다.

 

        엄마는 이 식탁을 꾸미고서 정말 뿌듯했는데. 너희들! 정말 너무들 한다…….

 

        그 때 아들애가 중얼 중얼 한마디 합니다

 

        " 내 입 맛이 엄마 입맛하고 다른 것을 보면 엄마가 분명 잘 못 길렀나봐.

 

        엄마하고 입맛만큼은 절대로 같은 동급이 아녜요

 

        이 반찬들이 정말 먹기 싫어요, ㅡㅡ:

 

        그러면서 개작개작 숟가락을 놀립니다.……

 

        결국 신나고 즐겁게 꾸며 놓았던 화려한 저녁 밥상

 

      남편과 나만의 조용한 밥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 아침 밥상의 초라함을 보며 지난주가 생각 난 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