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이는 낙서

그 어린시절을 그리워 하다

파도의 뜨락 2007. 5. 5. 08:42
 
그 어린시절을 그리워 하다
나른한 오후를 보내고 오후 막바지 컴퓨터시간입니다.
초등학교 4,5,6학년 애들 12명이 수업을 받습니다.
오늘도 애들은 열심히 손을 놀리고 눈을 굴리며 
컴퓨터자판을 두드려 대고 있습니다.
남자아이들 네 명과 여자아이들 여덟 명이 섞여 잇는 
이 곳  컴퓨터 교실 풍경입니다.
아이들의 재잘 이는 수다와 청량한 웃음소리가 석이여 
늦은 오후의 부산한 시간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아이들의 소란스러움에 같이 동화되어 
나의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거나 대입하여 보면서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 즈음입니다.
갑자기 5학년 은정이가 저를 부릅니다.
'선생님!! 선생님 제가 퀴즈문제 낼 테니 답을 맞히어 보세요오~!"
아이들이 가끔 나를 놀리며 장난을 좋아하기에
역시 오늘도 그냥 지나치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응? 선생님 퀴즈에는 약한테?? 어떤 문제를 내려고?"
“불알이요."
" 응?"
초등학교 5학년 아이 입에서 쉽게 나올 어휘가 아니기에
나는 순간 당황하고 말았습니다.
내가 멍하니 쳐다보자 은정이가 다시 말합니다.
"북한에서는요.. 불알을 뭐라고 부르게 요오~!" 
나는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렸고 답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 언뜻 언젠가 TV에서 북한 말하였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전구'를 말하는 거니? "하자
"와~! 선생님 잘 아신다. " 합니다. 
그러더니
" 헤헤……. 오늘 영어시간에 영어선생님은 못 맞추었는데요.
선생님은 금방 맞추시네요.ㅎㅎ"
" 그랬니? 선생님이 운이 좋았나봐. 금방 답이 떠올라서"
"나중에 영어 선생님이 영어로 'fire + egg" 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막 웃었어요."
불과 계란?? 단어의 배치가 안 되어 한참을 머리를 굴렸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컴퓨터 하다 말고 관심을 보입니다.
영어의 뜻은 대입이 아니 되어 멍하니 있었더니
다시 은정이가 해석하여 줍니다.
"'불'하고 '알'" 이잖아요."
" 아.하??" 하고 웃음을 짓는데 또 질문이 들어옵니다.
" 그런데요 선생님..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그런데 그 '불알'뜻이 뭐예요?"
나는 순간 '헉' 하고선 대답을 못했습니다.
그러자 은정이가 또 공격을 합니다.
"오늘 영어선생님께 여쭈었더니 말씀하시길
'여자애들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으니 대답을 못하겠다.' 하셨어요."
난 정말 당황하고 있는데 은정이가 계속 말을 합니다.
"영어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까요 남학생들이 막 웃어요.
남학생들은 뜻을 알고 있는 것 같았어요. 
여자애들만 모르고요. 무슨 뜻이 예요?"
그러자 그 때 까지 경청하던 여자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떠들어댑니다.
'맞아요. 선생님 궁금해요 . 불알이 뭐예요??"
웃어야 할지 화내야 할지.
아이들의 무차별 수다 공격에 정말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현준 이에게 물어보지 그러니?" 
은근슬쩍 남학생에게 떠넘기려 하면서 남학생들의 표정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나 현준 이와 남학생들은 웃기만 할 뿐 대답을 안 해 줍니다.
그러자' 여학생들이  “남학생들은 다 알고 있나요??” 한다.
“남자들은 거의 다 알지" 하고 답을 해 주자  
여학생 중에서 호기심 많은 가은이가 준영이 에게 묻습니다.
"진짜? 너 아니??" 
"그래....." 준영이가 천천히 대답을 하며 피식 웃습니다.
"그래? 뜻이 뭐야??"
"참!, 어떻게 말해. 궁금하면 인터넷 검색해봐`!!"
"뭐야!! 지금알고 싶단 말이야. 선생님도 아셔요? " 하고 묻습니다.
"그럼, 그리고 너희들도 어른이 되면 알 수 있어."
라고 내가 대답을 하자
여자아이들의 질문이 폭포수처럼 쏟아집니다.
"아휴 ! 참…….어른이 될 때까지 어떻게 기다려오오. !!"
"그냥 빨리 알려 주세요오! 빨리 요오."
"왜? 남자 아이들만 알아요??"
"왜? 어른이 되어야 알아요?"
"어른이 되면 어떻게 알아져요??"
"선생님은 어떻게 아셨어요??"
내가 대답을 못하는 사이에
아이들은 본격적으로 호기심 반짝이는 눈으로 저를 바라봅니다.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을 보면서 웃음도 나오고
대답도 못하겠고 하여 여간 난감하지 않았습니다.
정답을 말해 주자니 남학생들이 걸리고.
안 해 주자니 여자애들의 수다에 걸리고.
나는 그 상황이 그렇게 난감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빨리 그 문제를 벋어나고픈 욕심에 
'집에 가서 인터넷 검색하라는 둥, 사전을 찾아보라는 둥,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가 일본군들 것을 잘라 일본으로 보냈다는 속설도 있다는 둥'
하면서 억지로 말을 돌려 대었습니다.
사명대사 속설애기를 하는 부분에서  
현준 이와 준영이가 자그맣게 한마디씩 합니다.
" 존나 아팠겠다!!"
"아.. 진짜 아프겠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여자애들 중에 제일 똑똑한 은혜가 큰소리로 웃습니다.
"아!! 아??  알았다아... 대충 짐작이 가요." 한다.
그러자 여자애들의 눈짓이 오가거나 
자리 이동을 해 가며 귓속말을 하더니
남자애들에게 한마디 합니다.
" 너희들 말 안 해줘도 돼~!!"
그러면서 여자애들이 얼굴에 손을 가리고 킥킥거리고.
남자애들은 얼굴이 벌개져서 웃어댑니다.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는 호기심어린 표정들을 보면서
난 나도 모르게 빙그레 웃음이 지어졌습니다.
그러다.잠시 후..
아이들의 작은 소동이 사그라지더니.
컴퓨터 교실은 
다시금 타자 두드려 대는 소리로 가득 차버립니다.
정말 순수한 아이들.
그 아이들과 섞여 머무는 시간들이 너무 좋습니다.
- 목메이게 어린시절이 그리운 파도-
07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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