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이는 낙서

추억과 현실사이에서,,,

파도의 뜨락 2007. 4. 30. 18:54
 

난 한때  드라이브 여행을  즐기던 시절이 있었다.
전라북도는 안 가본 곳이 거의 없고

인접한 전라남도  또는 충청도 일대를 드라이브 하며 구경을 다녔었다.

그렇다고 혼자 다니는 것도 아니다

최소 서너 명이 몰려서 다니지만

한 여자 친구는 산악코스를 좋아해서

둘이서만 지리산, 진안, 무주 쪽으로 돌아다녔던 적도 있었다.

어떤 친구들과는 평야지역을.

남편하고는 익숙한 호수나 바다를.

여행이 아닌 드라이브이고 보니 거의 단일코스가 주류였었다.

봄이면 그 연초록의 푸름이 좋고

여름이면 맑고 맑은 개울 속에 노니는 이름 모를 물고기를 사랑했고

가을이면 울긋불긋 색의 조화에 넋을 빼앗기고

겨울이면 하얀 눈이 내린 산세를 눈이 시리게 바라보았고

거센 파도가  밀려드는 바다가 너무나 좋았다.

한 십여 년을 그렇게 다니다 보니

거의 전라북도 지리는 꿰차고 있을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가끔 친구들은 나를 내비게이션 취급할 때도 있었다.

지금은  너무 시간에 쫓기어 예전처럼 돌아다니지 못하지만.

시간만 낼 수 있다면 여전히 드라이브를 환영한다.


오랜만에 친구가 전화가 왔다.

주저리주저리 다른 애기하면서
괜스레 올해 꽃구경 못함을 이야기 한다.

나에겐 사회 친구 네 명이 있다.

여러 갈래로 역이게 된 친구들이지만

성격도 맞지 않고, 각자 개성이 강한 친구들이만

서로가 조화를 맞추어 가며 참 추억을 많이 쌓았었다.

이 친구들과

일 년에 두 번은 도시락을 싸서 무작정 행선지 없는 드라이브를 했었다.

전라북도나 전라남도 일대를 돌아다니며  로드 여행을 한다.

나 이외에 세 명은 전업주부다 보니

드라이브를 하면서 온갖 수다로  생활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고

갖은 풍경 구경으로 눈을 행복하게 하고

하루 종일 웃고 떠들고 먹고 하여

귀가를  할 때 쯤 되면

입도 아프고 눈도 피로하고 배도 더부룩하고 하면서 귀가를 했었다.

올해는 내가 시간을 낼 수가 없어  봄 꽃구경 놓쳤다.

괜스레 내가 미안하고 염치없고 그런다.

시간을 내어봐야 할 터인데.

아침.

친구와 통화 하다가

뜬금없이 추억이 떠오르며 약속을 지키지 못한

현실 속의  내가 너무  미안하여  웃음만 듬뿍 얹혀주었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론 빠른 시간 안에 친구들과
늦은 꽃구경이라 다녀와야지 하고 마음먹어 본다.

 

아래 사진은  어느 꽃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