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이는 낙서

돼지 꿈..

파도의 뜨락 2007. 3. 24. 21:33
 
    돼지 꿈 어느 날.. 딸애가 아침에 일어나더니 나에게 꿈을 사라고 합니다. '꿈'? 하면서 딸아이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무슨 재미있는 꿈을 꾸었는지 생글생글 거리며 나를 바라보는 겁니다. 기분이나 풀어주게 맞장구를 쳐 주겠다고 마음먹고 그러겠다고 선뜻 대답을 해 주었습니다... 얼른 천원을 주라고 합니다. '그래' 대답을 하였으나 다른 일 때문에 금세 잊고서 그 아침 시간이 지나버렸습니다. 이삼일 이 흐른 후 문득 딸애가 나에게 묻습니다. "엄마!! 혹시 복권 샀어??" "무슨 복권??" "내 꿈 사지 않았어??" "어??" 잠시 생각해 보니 며칠 전 아침이 생각나는 것입니다. "아~! 맞다. 그랬지... 아이고, 잊었네? 그런데 그 꿈하고 복권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 " 다들 좋은 꿈꾸면 복권 산다고 하기에.. 엄마도 샀는가 하고 그랬지. 좋은 꿈이란 말이야.. 아깝다.. 쩝!" 하는 것입니다. "그래?? " 하고서 생각해 보니 딸아이 에게 미안해지는 겁니다. " 좋은 꿈이라면 꼭 복권을 사지 않아도 다른 좋은 일이 생기는 거겠지?? 다른 좋은 일은 안 생긴 거야??" 하고 물으니. "엄마에게 팔았으니 모르지~! " 하는 것입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아도 나에게 특별히 좋았던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 그럼 지금이라도 복권이라도 살까?"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딸애와 난 복권이라는 것을 사 보지 않아서 막상 어떻게 사야하는지 또 사러 나가려니 귀찮기도 하여 어찌하나 망설였습니다. 퍼뜩 장난삼아 퇴근하지 않은 남편에게 대뜸 전화를 했습니다. "당신.. 꿈 좀 사주라.. " "무슨 꿈??" "하늬가 좋은 꿈이라며 그 꿈을 내게 팔았는데, 당신은 내가 산 꿈을 다시 좀 사주면 안 될까??" 남편은 대뜸 이유도 묻지않고 대답을 해줍니다. "그러지 뭐" "그래?? 그러면 복권 사 와!" "복권??" "응.. 꿈이 좀 며칠이 되었거든... 소멸기간이 다 되어 갈 수도 있으니까, 오늘 그 복권이라는 것 좀 꼭 사 와? 응?" "뭐? 오늘?? 하하하.." 남편의 웃음소리를 끝으로 그 날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또 잊었습니다. 일요일 아침이었습니다. 남편이 컴퓨터를 뒤지다가 '어??' 하는 것입니다. 한창을 나갈 준비로 바쁜 나를 부릅니다. "하늬가 당신에게 판 꿈 그 꿈 무슨 꿈이었어??" 어리둥절하며 대답을 했습니다. "모르는데... 왜?" "그날 산 복권이 4등이 되었네??" "응? 4등?? 그거 많은 거야??" "글쎄! 오만 원쯤 된다는데? " "그으래?? 그러면 큰거야?? 오만원?" 그 액수가 몇 십억이었다는 1등을 들어보았으나 몇 만원짜리 당첨금도 있나 생각을 해 가며 종종걸음으로 딸 방으로 달려가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딸을 깨웠습니다. "애! 그 꿈 그거 5만 원짜리다..!" 딸애는 부스스 눈을 비비다가 "정말??" 하고서는 눈을 번쩍뜨며 거실로 나옵니다. "돼지꿈이었어요! 그것도 두 마리가 나를 쫒아오던데, 5만원이 되었어요??? 진짜 돼지꿈이네??." 하고 신기해합니다. 그러자 남편이 장난기 가득하게 웃으며 딸의 말에 껴듭니다. " 돼지를 두 마리나 보았어?? 와~ 우리 딸이 기분 좋은 꿈 꾸었구나???? 그 꿈 값 엄마에게 비싸게 팔지 그랬어?" "값?? 아니요.. 하나도 안 받았는데요??" " 응? 팔려면 확실히 돈을 받고 팔지 그랬어?? 꿈 값이 지불되지 않았으니 4등에 당첨되었나 보다 정당한 거래를 했으면 1등 했을 터인데...아깝다..하하.." 그려면서 그 복권을 딸애에게 주는 것입니다. "자 요건 네 꿈값이다.. 네가 꾼 꿈이니 네가 가져라. 그럼 아빠는 이번주에 또 한번 더 사볼까?? " 하는 것입니다. 그 주 중에 딸애가 생전 처음 당첨된 복권을 은행에 가서 바꾸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경험담을 들으면서 한 주가 또 흘렀습니다. 역시 일요일 아침이었습니다. 일찍부터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남편이 " 와~! 역시" 합니다. 그러면서 " 또 4등이다." 하는 것입니다. 딸애가 돼지 두 마리를 보았다고 하여 궁금하고 재미도 있고 하여 진짜로 또 복권을 사온 남편은 또 4등에 당첨이 되자 진짜로 재미잇는지 껄껄 웃어 재칩니다.. 당첨이 되려면 1등이나 좋지 겨우 4등이 그렇게 기분이 좋은가 하고 생각이 들지만 남편은 금액에는 도통 관심이 없고 연속 4등이 된 것만 기분이 좋은지 싱글싱글합니다. " 그 꿈 정말 좋은 꿈이었었나 보네.. 정말 신기하네?? 연속 두 번이나 4등에 당첨된 것 보니. 하하,," 그러더니 딸을 불러서 또 그 당첨된 복권을 딸애에게 주는 것입니다. 그 복권을 받아든 딸 하는 말. "와~! 진짜 돼지꿈이다. 십만 원이 넘게 공자 돈이 생겼다~! 돼지꿈이란 게 이런 것이구나! 기분 좋은데??" 하는 것입니다. 생각 해 보니 그 돼지꿈의 진짜 수혜자는 나도 남편도 아닌 돈이 10만원이 넘게 생긴 딸만의 돼지꿈이었던 것입니다. - 돼지꿈이라도 꾸고 싶은날 파도 - 07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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