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이는 낙서

한가로운 일상의 아침에 김밥 철학을??

파도의 뜨락 2010. 10. 5. 08:49

 

 

 

비가 그친 가을 날 아침

그 스산한 기운에 몸이 기가 쏟아졌는지 개운치 못하다.

이런 기분이면

아무 생각 없이 뜨거운 커피 한 잔 들이키며

멀리 새벽안개를 보는 여유와 즐거움도 있어야 하는데....

 

아침부터 김밥을 말았다..

딸내미가 김치 김밥을 좋아하여서 종종 김치 김밥을 만들었었다..

그러나 오늘아침은

김치김밥이 아닌 그냥 김밥을 싸주라고 한다.

나의 대답이 시원찮았는지 어젯밤에도 부탁을 하더니

오늘 새벽부터 일어나서 김밥을 해달라고 한다.

많이 먹지도 않을 거면서 부탁하는 것을 보니

어제 어디선가 맛있는 김밥 구경을 한 모양이다.

 

부스스 일어나서 냉장고를 뒤져보았다.

어젯밤 늦게야 부탁받은 거라서

따로 김밥 준비를 못했었기에

난 냉장고를 뒤질 수밖에 없었다.

그 속에서 건져낸 재료가

깻잎,,단무지..맛살..참치.. 계란

깻잎이 좀 시들해 졌고

맛살은 날짜가 좀 지난 듯 하였다.

아침 준비를 하면서 만들어야 했기에

시간상 계란 부침은 포기를 하였다.

 

아침식탁에

제일 먼저 나가는 딸내미가 밥을 먹고

그 옆에서 난 열심히 김밥을 만들었다.

딸아이 것 두개

덤으로 아들아이 것도 두개 더 만들기로 했다.

 

김밥 네 개 분량의 밥에 참기름과 소금과 통깨를 넣고 비볐다.

그리고 단무지를 썰고

맛살도 가지런히 놓았고

깻잎도 씻어 놓았다.

계란만 시간상 부치지 못했고

대신 참치를 기름기를 쏙 빼고 자그마한 그릇에 담았다

 

 

본격적으로 김밥을 싸기 시작했다.

김 한 장 깔고

그 위에 밥 한 주걱 퍼서 넓게 깔았고

또 그 밥 위에 깻잎을 펴고, 맛살과 단무지 참치를 올려놓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힘을 주며 둘둘 말았다.

한 롤이 완성되었다.

속 모양이 궁금하여 말아진 김밥을 칼로 잘라 보았다 

예술적으로 만들어 졌다.. 만세~!!!

 

그리고 두 장 째

또 재료를 얻으면서 생각하니

정말 정성이 보통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유치원을 다닐 때

일주일에 한 번씩 만들어 야외수업을 보냈었다..

그 때 이렇게 정성들여 만들어 먹였던 시절이 생각이 났다.

요사이는 그냥 사먹는 것이 더 쉬워서

집에서 정성들여 김밥을 만든 지가 얼마만 인가 떠오르게 했다.

그리고

김하고 김치하고만 말을 때하고는 사뭇 다른 느낌도 살아났다.

그러다 만들어진 김밥 맛도 궁금하여져서

슬라이스 된 김밥 한 조각을 입에 넣어보았다.

묘할 것 같았던 그 김밥은 괜찮았다.

그래서 필 받아서 세 번째 롤까지 잘 만들었다.

 

네 번째 마지막 김밥을 만드는데

김 한 장을 펼쳐놓고

주말농장에서 가져온 깻잎이 시들했던 것이라서

반듯이 펴고 하면서 신경을 쓰게 골라서 김에다 깔았다.

그리고 역시 마지막 째인 맛살과 단무지와 참치를 얹혔다.

그런데 옆에서 밥을 먹고 있던 딸애가

" 밥은 어디에 넣으려고? 그렇게 싸요?" 한다.

"???"

가만 보니 맨 아래에 밥을 깔지 않고 재료만 올려놓는 나~!

재빨리 재료가 없는 반대편 김 쪽에 밥을 깔고

깻잎 위에 얹힌 재료를 끌어서 억지로 만들고 해 보았으나

역시 모양새가 이상해진다..

쩔쩔 매는 나를 보더니 딸애가 한마디 한다.

" 엄마 뇌 스트레칭을 받으세요.

인터넷에 게임도 있고. 닌텐도도 있고. 퍼즐도 있고..

엄마 치매 걸리면 난 모른 척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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