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이는 낙서

커피타임

파도의 뜨락 2009. 11. 27. 07:36

 

 

 

토요일

모처럼 아침나절 집에서 뒹굴었습니다.

연중 한가하게 토요일 날에 집에 있는 일이 며칠 되지 않고 보니

남편도 나도 너무나 여유로운 시간입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tv를 보다가

심심하여서 간식이나 가져다 먹을 요량으로

남편에게  커피를 타임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그리곤 남편의 대답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곧바로 부엌으로 가서 커피포트에 물을 끓이기 시작했습니다,

커피 물을 끓이며

평소에 하던대로 무심히 스틱형 1회용 커피를 꺼내들었습니다

그러다 퍼뜩

오랜만에 커피다운 커피를 마시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급히 냉장고와 냉동고를 뒤적여 보았습니다.

냉동고에서

날짜가 한참 지난 듯 한 원두커피와 

병을 개봉하고서 몇 번 먹지 않은 알갱이 커피를 발견하였습니다.

그러나 원두는 커피는 작년에 메이커를 없애 버려서

불행히 커피를 내릴 수가 없어 포기를 해 버리고

알갱이 봉지커피병을 꺼내들었습니다.

 

커피 잔에 알갱이 커피를 몇 년 만에 타 보는 것 처럼

헤메다가 커피몇 스픈? 설탕 몇스푼??이지?? 하며

어떻게 타야 맛이 있을까 고민을 한참을 하였습니다,

비록 인스탄트 커피지만 우유나 커피크림이 필요하였습니다.

다시 이곳저곳 뒤졌으나 딱딱하게 굳어버린 가루 프림만 보였고,

유유를 먹지 않은지 오래전이라 우유마저 없었습니다.

“커피 언제 타와??"

남편이 거실에서 재촉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커피 타오는 시간이 한참이 지났는가 봅니다 .

남편의 재촉에 염치가 없어 재빨리 커피포트를 보니

커피포트의 물은 이미 끓어서 불이 꺼져 있었습니다.

새삼스러이 맛있는 커피를 타려고 했던 나의 행동에 웃음을 흘리고선

이내 포기하고 그냥 스틱커피로 낙찰을 보았습니다,

예쁜 커피 잔을 꺼낼까 또 고민을 하다가

그냥 하던 대로 하자 생각을 하고 급히 머그잔을 꺼냈습니다

믹스 스틱커피를  꺼내서 두 잔의  머그잔에  담고 뜨거운 물을 부었습니다.

그리고 물과 섞인 커피를 휘저을 커피스푼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아무리 찾아도 차 수저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참 신기하기도 합니다

그놈의 차 수저는 어찌나 실종이 반복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주 사서 보충을 해 대었지만, 

없어지는 속도에 따르지 못하고 매번 쓰려면 안 보이니 말입니다.

집에서 커피 타는 일도 드물고

그렇다고 딴 곳에다 특별히 쓰는 곳도 없는데도  왜 그렇게 없어지는지

정말 알 수 없는 미스터리입니다.

하긴  커피스푼뿐이겠습니까??.

다른 살림살이들도 대부분 그렇게 없어지고 잊고 살고는 있지만 말입니다.

 

커피수저를 찾다 커피가 식어가고 말았습니다.

다시 포트 물을 데우고

남편 머그잔 속의 커피를 버리기 아까워서

제가 두잔 마실 생각으로  제 머그잔에 부었습니다.

제 머그잔엔 두 잔의 커피로 가득하여 넘쳐버렸습니다.

그 많은 량의 커피를 보니 커피 맛이 달아나 버렸습니다.

머그잔 속의 커피를 반은 버려야 하나 고민을 했습니다.

남편 머그잔에도 채 녹지 않은 커피와 프림 찌꺼기가 보였습니다.

씻을 까 생각하다가

이젠 더 이상 일을 벌이지 않으려고 그냥 그 잔에 다시 믹스를 부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찾아도 보이지 않은 차 수저를 대신하여 커다란  수저를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남편 머그 커피 잔에 끓은 물을 붓고선

소리를 내어가며 커피를 휘저었습니다.

그런데

휘저으면서 보니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커다란 머그잔에 커다란 수저가 들어가 있으니 이건 뭐`!!

영 모양새가 이상했습니다.

커피는 커피스픈으로 저어야 맛이 있어 보이지

큰 스푼으로 저어진 커피..

진짜~보기에도 커피 맛이 달아날 지경이었습니다.

한 잔의 머그잔엔 넘치도록 가득한 식어 빠진 커피와

또 다른  머그잔엔 커다란 수저가 들어가 모양새 이상한 커피..

식탁위에 올려진 두 잔의 커피를 바라보며..

내 생전 마시기도 전에 커피 맛이 떨어진 것이 처음이었습니다.

 

 

 

사진은 녹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