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빛이 내린다 .. 내게
- 파도 -
두 발이 걷다가 지친 듯 멈추었다
급하지도 않은 시간과
딱히 무엇을 향해 걷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지난 시간 되돌아보면
물밀듯 밀려오는 후회가 두려워서
그 자리에 외로이 멈추어 버렸다.
그래서 난 멈추었다.
길가의 한 귀퉁이에 서서
갈팡질팡 흔들리는 내 발걸음이
길가에 갓 피어난 외로운 들꽃에게로 향한다.
무의미하고 적막했던 내 삶의 시간들처럼
채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어느새 지쳐 버렸음을 보았다.,
바람타고 하늬바람이 분다.
멀리 멀리 바람 따라
힘든 내 갈등을 실려 보내고 싶었다.
잿빛구름 사이로 하늘이 열렸다.
순간 모든 것의 의미를 없애 버렸다.
정해진 갈 곳이 없어 해메었고
길 동무 없는 길을 걸어 온 지친 내 삶에
사뿐히 꿈이 날아든다.
갈 곳이 정해진 내 힘찬 발걸음에
다시 세상의 빛이 내린다.
09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