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수다스런 일상

멍에 대한 보고서

파도의 뜨락 2007. 6. 12. 21:55

 

 

나는 어렸을 적부터

잘 넘어지고, 잘 다치고, 

칼에 잘 베이고 하여

내 몸엔 늘 자잘한 상처를 가지고 살았다.

그런 나를 할아버지나 모친은 늘  걱정하곤 하셨는데

지금도 내 무릎엔 영광의 상처들이 꽤 많다.

성인이 되고부터는 상처는 뜸해졌는데

그 대신

난 온 몸에 늘 멍을 달고 다니게 되었다.

이상하게 어느 곳에서나 기억도 없이 잘 다친다.

여기저기 살짝만 다쳐도 멍이 금방 잘 든 편이라서

시퍼런 멍 자욱을 온 몸 곳곳에 잘 새기고 다닌다.

집안에서 가구들에게...

교육장에서 컴퓨터 책상들에게..

승용차를 열고 닫으면서 문으로...

등산하면서..

심지어

멀리 쳐다보며 걷다가 사람에게 부딪쳐서..

그리고 헤아릴 수 없이 기억도 없는 곳에 찧어서,,,,

 

내 몸의 멍을 보고선

사람들이 농담 삼아 놀리기도 한다.

남편에게 밤새 맞았냐고...

남편에게 한 번도 맞아 본 적이 없는 데도

나의 멍자욱 때문에

남편을 폭력남편으로 오해하게끔 만들기까지 하면서도

난 줄기차게 다치고 다닌다.

가끔은  남편에게 억지 떼쓰기도 해본다.

어젯밤 나 잠든 사이에 때렸나고..

그러면 어이없어 하는 남편의 표정이 참 재미있기도 한다.

언제적에 남편하고 물건 뺏기 장난을 한 적이 있었는데

남편은 나의 팔목을 꽉 붙들어 움직이지 못하게 했었다.

그리고 그 날 힘이 주어진 나의 팔목에

시퍼렇게 새겨진 멍을 보고 몹시 미안해하더니.

다시는 남편과는 장난이라도 몸 실랑이는 하지 못했다.

여튼

내가 잘 넘어지고

여기저기에 잘 부딪치고 하여 생긴 멍자욱 때문에

한번은 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

 

내가 속한 법인단체 사무실에서 큰 행사가 있었다.

꽤 중요 손님이 납시어서

한껏 멋 내고 평소 즐기지도 않은 치마까지 입고선

손님을 맞이 하면서

프레젠테이션까지 마치고 열심히 접대를 하였다.

무사히 행사가 끝났고 손님들은 가셨고

난 쉬려고 의자에 앉았다.

그 때 사무실 울 회원이 내 다리가 왜 그러냐고 물어온다.

회원의 말이 이상했던 난 의아하게 생각하고

내 다리를 쳐다보게 되었다.

그리고 '헉 !!! '하고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한쪽 종아리가 꼭 회초리 매 맞은 자국처럼

멍이 세 줄로 시퍼렇게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한 줄도 아니고 세 줄로...!

멍의 정체를 한참 생각하니

저번 선유도 여행 때 자전거 타다 넘어지면서 생긴 자욱 같았다.

너무도 선명하게 종아리에 앉아 있는 멍자욱에

난 정말 난처하고 말았다.

사무실 사람들이야 설명하면 된다지만.

세 줄로 새파랗게 멍자욱이 새겨진 다리로

중요 손님들 앞에서 설치고 다녔을 것을 생각하니

나를 어찌 생각했겠냔 말이다...!

아고고`!!!!! 머리야~!!!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 이 기분 아니겠는가 말이다....

정말 미치겠다....

 

 

 

아래 사진은 선유도에서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밀물에서 발견한 게 소라와 조약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