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수다스런 일상

길 잃어버린 나의 호칭

파도의 뜨락 2007. 3. 31. 07:11

 

 

 

 난..

남편과 결혼하고서 이십년이 훨씬 넘었지만

아직까지 한번도

'당신' 이나 '여보' 혹은 '자기' 라는 호칭들을 들어본 적이 없다.

즉 우리 부부는 아니 나의 남편은

남들 부부가 하는 그 흔한 호칭은 부르지 않는다.

남편과는 첫 만남에서 눈에 불꽃이 일어났는지

즉석 청혼을 하고 결혼은 결정하였다.

그리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죽기 살기로 만나면서 탐색을 하다가 

애정 있는 호칭을 부를 사이도 없이 한달 반 만에 결혼을 했었다.


그 탐색기간인 한 달 반이 연애 시절이라면

그 때는 남편이 나를 부를 때는 나의 이름에 '씨를" 붙인  '누구씨' 이었고

결혼 하자마자부터

씨가 실종되고 대신 성을 붙인 이름을 불러 준다.

꼭 학교 학생들 호명하듯이 성과 이름을 붙여 성명 세 글자를 불러준다.

이 이름 부르는 것이 어쩔 때는 좋고 어떨 때는 이상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대화가 선생님과 초등학생의 대화수준이다.


정파도..  잘했다고 생각해??

정파도가 생각하기는 어때?

정파도!!  양말이 어디 있나?.. 등..


어쨌든 나는 익숙해져서 그러려니 하고 이십년을 넘겼다.


그런데

아이들도 아버지 닮아 가는가...

딸애가 중학교 까지는 그래도 '엄마' 라고 하더니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맘' 이라고 맘대로 부르더니

대학에 들어가서 부터는

호칭을 싹 바꾸어서 '파도 정'이라고 부르거나

"마미~!'라고 하거나

요즈음은 지 맘 내키는 대로 부르고 정중한 부탁을 할 때만 엄마라 부른다.

얄미운 녀석~!

딸애에게 '엄마'란 호칭으로 불리는 것이 맘대로 안 되나 보다

이 녀석이 결혼하면 당연히 바꾸겠지만

그래도 '엄마' 란 단어보다는

이름이나 외국 단어로 불리는 게 어색하다.

그래도 아직 어린 든든한 아들 녀석은

재대로 나의 호칭인 '엄마'를 불러준다.

 

나의 가족의 호칭 부르는 것을 보면

남편은 나 뿐 아니라 애들 부를 때 꼭 성을 붙여 이름을 부르고

나는 남편 부를 때

결혼 전에는 ‘자기’라고 불렀던 것 같고

아이들 낳고 나서부터는

큰애인 딸애 이름을 붙여서 '누구 아빠!"라고 부르는 것이 다반사이지만

가끔 기분 좋을 땐 남편처럼 성을 붙여 이름을 부르기도 한다.

애들은

‘아빠’나 ‘엄마’라고 어렸을 때는 당연히 불러주더니

남편과 나의 이름 부르기를 보더니 따라 하기가 되었나 보다.


어느 날

아들 녀석과 딸애가 밖에 나가면서 나눈 대화를 난 듣고 말았다.

“ 누나는 먼저 나가..

난 '파도 정' 차를 타고 나갈 거야.~!! “

기막혀~

이젠 아들애까지 나의 호칭이 애매해 진 것이란 말인가!!!


아래사진은  홍매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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