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이는 낙서

승승장구중인 나이

파도의 뜨락 2017. 9. 19. 18:56



내 나이가 몇이 되었지??

꽤 오랜동안 부터 나이 세기가 싫어졌다.

중년이 넘었으니 연륜이 쌓은 것인지. 체념을 한 것인지.

젊은 날의 악착스러웠던 개성과 성격들이 점점 흐릿해지며 변하고 있다…….

겉모습도 달라졌지만 먹는 식성도알았던 지식도, 사물을 보는 눈도취미도다양하게 변해간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것도 많아지는데

특히 아줌마들답게 변화가 심한 게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수다가 늘어남이다.

부끄러워서 말 못하거나 예의상 절재 했던 언어들도 막무가내로 쏟아내고 그런다.

나 역시 그렇겠지만 이젠 내 친구들 역시 비슷해졌다.

그렇게 변한 친구들과 있으면 몇 배수로 늘어나는 수다 전쟁을 하고 산다.

그런데 이상히 그게 재밌다.

어디 수다뿐이랴~~

하나가  냄비하나라도 사면 옆 친구도 채근해서 다 사야하고

한 친구가 게르마늄 팔찌라도 장만하면 우르르 몰려가 단체로 사고 그런다.

우리 때 안사면 금방 나이 드는데 언제 사냐고 합리화 하면서…….

어제 슈퍼에 간다는 나의 톡 한마디에 

단체로 쇼핑을  하자며 우르르 따라나선 친구들…….

내 것 네 것 이것저것 차가 모자랄 정도로 가득히 채우고 귀가를 한다.

뭔가 허전함을 이렇게 달래는 것인지 또 떠든다.

네가 많이 샀느니 내가 많이 샀느니 하고…….

 

그러다 봄날에 아들 결혼시킨 친구가 나선다.

엊그제 아들며느리가 다녀갔는데 며늘아기가 떨어진 신발을 신고 왔다고 하면서 이야기를 한다.

둘이 직장을 다니니까 돈을 있을 터인데 떨어진 신발을 보니 마음이 아파서

먼일이 있나 걱정이 되고 해서 아들을 조용히 불러서 며느리  떨어진 운동화를 얘기를 하며

'엄마가 신발하나 사줄까?' 하고 물었더니 아들이 막 웃으며 얘기하더란다.

" 엄마 저 신발 비싸요. 요즈음 거지 콘셉트가 유행이라 일부러 떨어진 것 산거예요~!" 하며

며느리 불러서 같이 막 웃더란다.

요즈음 애들은 청바지며 신발이며 다 찍어진 것들을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며 투덜댄다.

그 말에 차 안에 있는 친구들은 과잉 친절 했다면서 신나게 같이 웃어댄다.

그러면서 또 한마디씩 추가한다.

" 어떤 할머니는 손자가  찢어진 청바지를 보고 '우리손자가 돈이 없어 찢어진 청바지 입었다' 며 손자 잘 때 밤새 꾸며 놓았다더니 ~!"

" 어떤 엄마는 딸아이 쭈그리 셔츠를 보고 바빠서 다리미질도 못하고 다닌다고 다리미로 일일이 다려 놓았다는 글도 있어~!"

하면서 친구가 그 할머니랑 어머니랑 똑 같다며 마구 웃어댄다.

너무 웃었더니 기운도 없어졌다

내 나이 오십 몇 살, 친구들과 수다스런 날도 이렇게 지나간다…….





'일상 > 끄적이는 낙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엽지는 11월 어느날  (0) 2019.11.08
태풍이 지나간 뒤  (0) 2019.09.24
아름다운 사진들  (0) 2017.06.15
17년 2월에 머무르는 시간  (0) 2017.02.09
머리스트레스  (0) 2016.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