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이는 낙서

로봇청소기와 함께살기..

파도의 뜨락 2013. 10. 24. 06:28

 

 

십여 년 전 쯤

사용하던 청소기가 고장 나서 

종이 필터가 없이 먼지 제거 통을 물청소를 하여 재 사용할 수 있는 

그 시절 유행을 청소기로로 바꾸었습니다.

종이필터 구입을 하지 않을 수 있어 경제적이겠거니 하고 좋아했는데

사용을 해 보니 그리 썩 좋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필터 구입하지 않아 경제적일지는 몰라도

청소기가 강한 흡인력도 부족하고

먼지 제거통 청소 때문에 시간도 더 걸리고 일거리만 늘었습니다.

신기종 청소기 구입을 많이 후회를 하였으나 어쩔 수 없이 지금껏 살고 있었습니다.

청소에 열정을 부을 나이가 훌쩍 지나 버렸고  

점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게을러지기도 하였고  

또한 깔끔을 떠는 성격도 아니기에  청소하는 것이  참 귀찮아졌습니다.

청소도 느릿느릿 하게 되어 청소를 시작했다하면 한 시간이 훌쩍 넘기게 됩니다.

새집으로 이사 와서

몇 달은 깨끗한 맛에 청소를 자주 하게 되었지만

날이 갈수록 다시 도루묵이 되고 청소하는 게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었습니다.

시간도 아깝고 청소도 하기 싫고 하는 나날이 많아졌습니다.

 

어느 날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걸린 홈쇼핑에서 로봇청소기를 파는 것을 보았습니다,

채 몇 분의 설명을 듣고서 즉시 전화기 집어 들고 덜컥 사고 말았습니다.

기능이 무엇인지 , 어떤 제품이 좋은지, 어떻게 사용하는 지.

브랜드가 무엇인지도  전혀 모른 채...

그리고

고장도 나지 않은 멀쩡한 우리 집 진공청소기도 그대로인 채...

그저  로봇 혼자 청소를 다 한다는 말만 귀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도착 당일엔 시험 청소를 해보고 참 좋았습니다.

드디어 청소에서 해방되는 느낌이었습니다.

TV 홈쇼핑에서 말하길 청소기 가동을 해 놓고 출근을 하면

청소도 끝내놓고  혼자서 충전기까지 돌아가서 자동 충전도 하였습니다.

매력적이고  신기하고 고맙기 까지 했습니다.

뒷날부터 청소기를 켜 놓고 아침 일을 하거나

일부러 청소기를 돌려놓고  출근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며칠을 사용하면서 보니

이 청소기가 처음과 달리 내 마음대로 되지 않고 이상했습니다

사용기 한 달을 넘기고서

이젠 이 녀석과 아침마다 전쟁입니다.

답답하여 자세히 메뉴얼을 읽어보니

원래 기능이 랜덤으로 청소하는 기기이고,

스팟기능으로 집중청소도 하고 코너청소도 자동으로 한다는데

그게 영 마음에 차지 않게 청소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생각하기를 집에 있는 동안 청소를 끝내려고

아침에 일부러 청소기를 돌리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지 맘대로 청소하라고 놔두다가

같은 곳만 몇 번 청소를 하고 다니거나

엉뚱한 곳에서 빙빙 스팟청소를 하기도 하거나 하여

결국은 꼭 상관을 하게 되었습니다.

먼지 많은 쪽으로 몰아붙이거나

방 청소가 끝날 때까지 못나오게 문을 닫아주거나

청소도 좌우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아니고

랜덤으로 지 맘대로 이곳저곳 가기에 조정을 해주고.. 에게게..

 

손으로 청소하는 게 낫지 하는 생각을 부지기수로 하게 되었습니다,

왜 그렇게 청소를 하냐고 로봇과 이야기도 하게 되고

청소기 앞 길에 방해물이 있다면 후다닥 치워주고 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청소기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리모컨 조작도 마음대로 되지 않고 하여 화도 나기도 하였습니다.

완전 로봇청소기 하인이 되어버린 나는 여전히 청소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 녀석을 어떻게 조정을 할까 생각만 가득합니다.

그래서 결국 마음대로 청소해 주지 않은 로봇청소기도 

나를 청소 해방을 시켜 주지 않은 듯 하여 돈만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오늘 아침엔

내 마음대로 청소가 되지 않은 로봇을 놔두고

유선 진공청소기를 끌고 나와  내 손으로 돌리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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