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이는 낙서

특별한.. 매우 특별한 동거 

파도의 뜨락 2011. 3. 30. 08:49

 

 

 

 

           

           

 세상을 살면서

원하지 않는 사람과 같이 살 때가

가장 괴로운 삶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요즈음  제가 그러한  이야기에 엮이게 되었습니다.

그 이름은 삼순이도 아니고 금순이도 아닌..

"감기" 라는 요주의 종족입니다..

녀석이 내 인생에 끼어든 지가  벌써 삼주 째가 되어갑니다.

내가 전혀 원하지 않았건만

어느 날 혼자서 도둑처럼 나의 삶에 침입해 들어오더니..

급기야 동거를 시작해 버립니다..

녀석이 끼어든 후 부터

나의 일상생활의 패턴이 조금씩 꼬이기 시작 하더니..

요즈음은 자리가 뒤 바뀌어 주객이 전도 되어 버려서

누구가 쥔인지도 모르게 제 몸의 구석구석을 조종하며 살고 있습니다.

녀석은 강한 흡인력과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어

거부 할 수 없는  이상한 명령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녀석이 강제로 내게 한 짓을 열거하자면

멍멍한 보랏빛 세계도 체험케하고

내 가슴과 목을 너무 괴롭히며

그 여파로  까만 하늘의 별들도 심심찮게 보여주면서..

나의 몸을 가만히 두지 않고 있습니다.

녀석은 나의 일상생활의 일들을

정상적인 코스의 길은  안내하지 않고

험한 산을 오르내리게 하면서 게임을 즐기고 있는 모양입니다.


저는 그녀석이 몹시 싫습니다.

제발 가라고 소리쳐 보기도 하고

발악적으로 대들어 보기도 하였고

녀석이 싫어하는 병원에..주사에.. 약물을 쏟아 부어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녀석은  나의 어느 부분에 반했는지...

내게서 떠나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가끔  몇 시간은 흔적이 보이지 않아서

떠났는가 싶어 기뻐하고 있으면..

채  몇 시간도 되지 않아  돌아와서

어느새 옆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내 인생에서 빠져나갈 생각은 전혀 없고 아주 눌러 앉을 생각인 모양입니다.

이렇게 전혀 생각이 틀리다보니

그 녀석과  나는 날마다 죽기 살기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이 전쟁 속에서..

나의 몸은 점점 찡그림을 더하기한 표정과

짜증을 곱하여진 마음이..

피곤 속에 절여진 삶이 되어   장아찌처럼 되어갑니다.


나 오늘도

녀석과의 힘든 전쟁을 하고 계속 하고 있습니다.

녀석과 날마다 살아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기에

내 손으로 녀석을 꼭 쫒아내고야 말렵니다.

기필코 녀석과 꼭 이별을 하고

내일부터는  나의 홀가분한 삶을 꿈꾸어 봅니다.

이 시간도

자그마하고 미약한 동아줄(감기약)을 부여잡고

지친 내 인생에  작은 희망을 심어보고 있습니다.



- 감기라는 무서운 종족에 치를 떨며 파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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