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이는 낙서

아름다운 식탁을 꿈꾸며..

파도의 뜨락 2005. 10. 30. 08:55
 
    주부라면 늘 그렇듯 날마다 식탁의 반찬에 고민을 하는 날이 많습니다.. 저도 역시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어서 친구를 만나거나 여자분들이 있는 곳이라면 한번쯤 질문을 던져봅니다.. '오늘 무엇 드셨수?? ' 아니면 ' 요즈음은 무엇이 맛이 있어요?' 등 그리하여 우리집과 다른 반찬거리가 나오면 여간 반갑고 하여 그날 식탁에 올려 보기도 합니다.. 또 우리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얻어 온 것이나 색다른 반찬이 생기면 그날의 식탁은 너무나 행복하기도 합니다.. 하여간 이 반찬 때문에 저는 날마다 흰머리가 하나 둘 늘어나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은 이곳 저곳에서 제공된 반찬거리가 많아서 행복하게 한 시간 여를 투자한 덕에 여러가지 반찬을 아침 상에 올려 놓을 수가 있었습니다.. 친정모친이 담가 주신 김치와 고추 장아찌 동서가 친정 밭에서 직접 수확해 왔다며 고추잎과 애호박을 누어 주기에 고추잎은 삶아 무치고 애호박은 새우젓에 볶고 하였고 또 친구가 시댁에서 가져온 도토리묵을 조금 주기에 양념장을 올려 놓았고 주말 농장에서 수확해온 애기상추를 겉절이도 하고 너무 야채투성이어서 멸치좀 볶고 곰국을 올려서 훌륭한 밥상을 만들었습니다.. 아침 상이 너무 거창하게 차린 생각도 들었지만 아뭍은 그럴싸하게 여러가지 반찬으로 화려하게 밥상을 꾸며 놓아서 저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식구들이 하나 둘 식탁에 앉았습니다.. 제가 새벽부터 그렇게 애쓰게 만들었건만 그러나 그들은 많은 반찬의 가지수와 종류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남편은 그 많은 반찬 중에서 호박 볶음을 겨우 한 번 먹어보고 곰국에 밥 말아 먹고 출근을 해 버렸습니다.... 1차로 저를 기운 빠지게 합니다... 딸내미가 밥상을 휙 둘러보더니 늦었다며 그냥 나가 버리고 맙니다.. 2차로 이번에는 맥이 빠져 버립니다.. 아들애는 제 협박에 겨우 밥상에 앉았으나 한숨만 쉬더니 곰국에 멸치 몇 개 집어먹고 학교에 가 버립니다.. 3차로 저 역시 한숨이 쏟아져 나옵니다.. 이렇게 잘 차린 식탁이 우리 가족에게 전혀 관심을 끌지를 못하므로 저 혼자 잘 차린 훌륭한 식탁이었나 봅니다.. 그러므로 오늘 아침 이 많은 반찬이 제 차지 같습니다.. 우리집 식구들의 식성은 제각각입니다.. 네명이 다르다 보니 제가 식탁 꾸미기가 여간 힘이 드는 것이 아닙니다.. 대부분 남편위주로 식탁이 완성되므로 아이들의 원성도 많이 듣고 하지만 우리집에서는 식사를 제일 많이 하는 사람이 남편이므로 남편위주로 꾸밀려고 애를 씁니다.. 제게 가장 큰 선물은 아마 남편이 밖에서 식사해결하는 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 때가 있습니다.. 어쩌다 남편이 식사를 안하는 날은 대강 식탁을 차려놓고 애들 좋아하는 것 시켜주면 되니 얼마나 행복합니까?? 만약 아이들 저희 좋아하는 것도 시켜주지 않으면 불만이 여간 많지 않기에 일찌감치 터득한 저의 방법입니다... 히~! 남편은 대체로 아무것이나 잘 먹지만 그래도 '생선'을 좋아하는 편이고 저는 남편이 저를 '토끼'라고 부를 정도로 '야채'를 좋아하고 딸내미는 쏘세지나 햄이나 햄버거거 캔참치 따위의 '인스턴트'를 좋아하고 아들아이는 '삼겹살, 불고기종류'를 좋아합니다.. 이렇게 제각각인 입맛을 날마다 맞추려니 저도 생각하면 여간 위대한 것이 아닙니다.. 오늘은 아침 상이어서 많이 먹지도 않고 출근에 쫓기기도 하므로 조용하게 지나갔지만 .. 저녁 밥상이나 주말에 시간도 많고 배도 고픈시간에 식탁에 앉았으나 본인들 입맛에 맞는 반찬이 없다면 아무리 화려한 밥상일 지라도 분명히 한마디씩 합니다.. 남편 : '정성이 부족한 밥상이군 ~!! 젓가락이 갈 곳이 없네...!' 딸아이 : '딸내미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밥상이군~~!!' 아들 : '아들이 먹을 것이 없다아~!!!!!!!! 엄마 이름바꾸어라~!' 하면서 그들은 젓가락 데모를 분명히 합니다... 도데체 나보고 어쩌란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래저래 우리집은 주(主)가 되는 식탁을 찾지 못합니다. 결국 모두 반찬이 제 차지 이므로 제집 식탁은 분명 저를 위한 식탁으로 둔갑을 하게됩니다.. 그러나 저도 그리 훌륭한 입맛이 아니어서 결국 먹다 먹다 결국 버리는 것 투성입니다.. 오늘도 얼마나 많은 반찬을 버려야 하는지..먹어야 하는지 분간을 못하고 멍하니 식탁에 앉아서 넋두리만 읊어봅니다... 아~! 괴로운 주부여~!!! - 아름다운 식탁을 꿈꾸며..파도- 2005,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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